‘현자(賢者)’-박호영(1949~ )
삶의 그늘을
아무나 드리우는 것은 아니다
사나운 비바람을 이겨내고
뜨거운 햇볕의 고통을 겪고 나야
비로소 그늘을 소유하는 자가 된다
삶의 혜안을
아무나 지니는 것은 아니다
보기 싫은 것도 헤아려 볼 줄 알고
보고 싶은 것도 참고 지나쳐야
참된 지혜의 눈을 갖춘 자가 된다.
세상 뒤숭숭하고 팍팍하다 보니 어진 사람 그리웠나 보다. 이런 시가 그대로 가슴 치고 들어오니. 아니다. 뭔가 크고 깊은 깨달음인 양 비비 꼬고 감추지만 결국 허당인 식상한 시들 속에 이런 진솔한 시법 믿음직스러웠나 보다. 삶의 그늘 혜안 아무나 지어 갖는 게 아니다. 본연의 마음 온몸의 삶일 때 자연스레 찾아드는 것. <이경철·문학평론가>
오늘 아침은 찰밥. 찰밥 해 먹고 마라톤 뛰어야 좋다고 산이슬이 일부러 찹쌀까지 들고왔다.
이번에 쌀은 셀파가 채금졌고 반찬도 거의 다 산이슬표. 설겆이는 박강직이 주로 해 준다.
나? 앉아서 얻어먹기만 했네. 무수리 팔자가 늘어졌다.
일단 다 같이 아침을 먹었고 어제 수확한 도토리, 으름 등 무거운건 셀파 차에 보내기로 하고 짐 정리하고 셀파가 나무천사를 대회장에 내려주고 가기로.
풀은 8시 출발. 하프는 9;30 출발인지라...
우리도 선수 배웅하고 나간 김에 사진도 몇장 찍고 들어와 숙소정리, 짐정리하고 운동복 갈아입고 출발.
박강직은 대회 시작하면 버스타고 먼저 귀경한다고....
대회장에 차 놓고 커피도 한잔 얻어 마셨다. 아침 일찍 온 사람들은 아침밥도 준다.
화장실 다녀오고 짐도 맡기고 기념촬영도 하고 9:00 출발.
재작년보다는 사람이 적은듯한 느낌.
같이 뛰자는 산이슬. 난 완주도 자신이 없는지라 능력껏 뛰고 입상해 주면 더 고맙겠다고 했다.
산이슬이 파위젤 3개 사서 하나 주어 혹시나 해 챙겼다.
초장 내리막인데 이 길도 겁이나 속력을 못 내겠다. 거의 꼴지로 5K를 뛰는데 뒤에 기운남는 팀을은 구령까지 붙여가며 뛰는데 듣기만해도 힘이 든다..ㅠㅠ
런클 몇몇은 튀는 복장으로 뛰는데 여기도 초장부터 걷듯이 뛰고 있다.
단축 갈림길인 산으로 올라가는 길. 선두들 다 가버리고 몇몇만 올라선다. 그나마 여자는 나 혼자인것 같다. 아무래도 꼴찌를 할것 같은 불길한 예감.
헌데 진작 앞서서 간 산이슬이 시야에 보인다.
아니 왜 여기까지 밖에 못 온거야? 코스가 긴데 초장부터 뛰면 기운빠진다고 해 덩달아 걷고 있다고...
그래도 기운 있으면 추월해서 가야지....
그나마 여자 1명을 추월해 꼴찌는 면할것 같다. 아주 느린 남자들도 몇명은 추월할 수 있었다. 내리막에서 도로 추월 당하기도 했지만...
오르막은 걸었고 평지는 뛰는체 했고 내리막도 겁나 걷듯이 뛰었고 험한 곳은 온몸산악회 모드로 갔다.
산이슬은 한, 두 명씩 추월해 앞서서 가서 간격이 서서히 멀어져 간다.
암릉코스에서는 건너편 암릉에서 모습을 보인다.
암릉코스에서 하도 버벅대니 진행요원이 밀어주고 당겨준다. 휴~
기운도 없고 허기도 지고 허벅지는 뻐근하고....
전에 한번 뛴 코스인데 날씨는 흐리고 바람도 간간히 불어 뛰기엔 좋은 날씨.
경치는 더 멋지게 보인다. 2번째 뛰는 여유인가? 한 사람은 사진까지 찍는 여유를 부린다.
기억 나는 곳도 있고 안 나는 곳도 있었다.
가다가다 너무 배가 고프고 기운 없어 파워젤을 먹었다. 헌데 이렇게 맛 좋은 파워젤은 또 첨이다.
중간 도로로 내려서기 전 포인트 지키는 분이 감밥 2개를 주신다. 염치불구하고 먹었고 사탕까지 하나 주셔서 먹으면서 가니 목도 덜 마르고 허기도 면할 수 있어 참 고마웠다.
암릉이 험하지는 않지만 조금씩 내리는 비에 젖어 조심스러워 밧줄 잡고 내려섰다.
드디어 길.
미숫가루 한잔 단숨에 마시고 바나나 반개 먹고 내리막 길을 내려서는데 남자들도 힘이 드는지 생각보다 빠르지 않다.
길을 내려섰다 도로 마을을 거쳐 작은동산으로 가는 길.
전에도 여기서 한번 속은지라 마음을 다져 먹었는데도 역시나 이 길은 길고도 길었다.
오르막은 어김없이 걷고 평지는 조금 뛰고 내리막도 넘어지지 않게 온몸 모드로 걷듯이 뛰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가는 둘이 함께 뛰는 남자들이 영양제가 세알인지 날 보고 한알 먹으라고 준다.
날보고 대구에서 왔냐고... 초장에 만난 산이슬과 착각한것 같다.
이 약 비아그라냐고 하니 시알리스라고...
뭐라도 먹고 힘내고 싶어 정체불명의 약도 얻어 먹었다. 이것도 여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이젠 정말 내리막만 있다는데도 몇번의 오르내림을 반복하고 이젠 3분이면 간다는 진행요원.
다행히 시계를 보니 제한시간인 5시간 내에는 골인할 수 있을것 같다.
그래도 다행인건 걱정했던 무릎보다는 허벅지가 더 뻐근했다. 그래도 파스 한번 안 뿌리고 안 넘어지면 됐지 싶다.
드디어 길. 남은 힘을 쥐어 짜 뛰었다. 골인지점이 보인다.
산이슬, 여산, 나무천사가 반겨준다. 사진도 찍어주는 가운데 테이프 끊고 골인.
힘든 코스를 무사히 완주했다는 기쁨에서인지 정말이지 행복했다.
헌데 단상에서 여자 하프냐며 단상으로 올라오시란다.
산이슬이 10등 해 3만원 상금 받았다고 들었는데 왜?
들어오는 표정이 좋아 포도제닉이라나 뭐라나 하면서 고추장 세트를 하나 주신다.
입상 안했는데도 선물을 주니 더 좋았다.
간이 샤워장에서 씻고 옷 갈아입고 주최측에서 주는 한방백숙을 먹는데 본부에서 날 찾는다고 한다.
경품이라도 된건가?
가보니 산이슬이 8등, 내가 9등이라고 나도 3만원을 준다.
4등부터는 균일가 3만원.
10등부터는 5시간을 초과했다고....
웬 횡재인지. 내 평생 마라톤 해 상금 받을 줄 정말 몰랐다.
나중에 기록을 보니 여자 풀 완주자 5명. 여자 완주자 12명. 거의 꼴찌 하고도 입상할 수 있는 산악마라톤.
그야말로 희소성의 원칙.
셋이 출전해 2명 입상. ㅎㅎ
그새 여산은 박강직 제천 터미널에 내려주고 와 보니 비도 내리는데다 벌씨 풀 1등이 골인하고 있어 오늘은 산행도 하지 못했다고...
기다리며 골인장면 사진도 찍어주고 운전봉사도 해 주고..
대회 몇번 참석해 봤지만 오늘처럼 스탭진 거느리고 참석한 대회도 처음이자 마지막일거라 웃었다. ㅎㅎ
산이슬은 내년에 풀 출전하면 입상 퐉실히 보장할텐데 그럼 또 나도 패키지로 따라 와 하프라도 뛰어야 하나?
제천시내 터미널에 산이슬 내려주고 우리도 평촌을 향해 출발.
날씨 탓인지 차 많이 막히지 않고 환할때 평촌 도착.
상금 탄 내가 냉면으로 쐈다.
나무천사 사온 막걸리 테니스장에 가져다 주고 여산 짐 챙기고 주차장에서 헤어졌다.
이덕 저덕 친구덕에 즐거운 마라톤 여행을 잘 마쳤다.
감, 고,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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