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란 강/공광규
강물은 몸에
하늘과 구름과 산과 초목을 탁본하는데
모래밭은 몸에
물의 겸손을 지문으로 남기는데
새들은 지문 위에
발자국 낙관을 마구 찍어대는데
사람도 가서 발자국 낙관을
꾹꾹 찍고 돌아오는데
그래서 강은 수천 리 화선지인데
수만리 비단인데
해와 달과 구름과 새들이
얼굴을 고치며 가는 수억 장 거울인데
갈대들이 하루 종일 시를 쓰는
수십억 장 원고지인데
그걸 어쩌겠다고?
쇠붙이와 기계소리에 놀라서
파랗게 질린 강.
3년 째 한강마라톤을 뛰게 되었다.
첫해에는 애주가 봄소풍을 와 풀을 뛰고 주님부부를 만났고 작년에도 주님부부가 신청 하셨다고 해 무작정 신청했는데 차가 고장나서 못 오셔서 바람맞고 뛰다 주로에서 털보님과 만나 친구가 된지 1년이 되었다.
가평킹카님이 하프 신청을 하셨다고 해 올해는 나도 하프 신청. 나무천사는 안 뛴다더니 노느니 기사 겸 해서 10k 배번 하나 얻고 출발.
영업자가용(!) 타고 출발하니 30분도 안 걸리는데 도착해 주차장 진입하는데 밀려서 여기서 시간 잡아 먹었다.
우리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주님부부를 물품 보관소 앞에서 뵙기로 했다.
오늘 날씨 지난주에 비하면 그야말로 뛰기엔 딱 좋은 날씨인데 아침에는 조금 쌀쌀하다.
고민하다 바지는 5부 쫄바지 사 놓고 한번도 못 입었는데 오늘 같은 날 입으면 딱일것 같다. 중부전선은 배번호로 잘 은폐하고 상의도 조금 두툼한 반팔을 입기로 했다.
가평킹카님은 상의를 긴팔 입어 버릇하니 이젠 반팔을 못 입겠다 하신다. 은계언니는 요즘 연습을 안했더니 1K도 숨차 못 뛰겠다고 자봉 하신단다.
주님부부의 외아들 심도령도 보고 배운게 마라톤이어서인가 친구들과 몇몇이 이 대회를 신청해 함께 왔다고 한다.
작년 10k 처음 뛰었는데 초장에 냅다 뛰다 금방 잡혔다던가? ㅎㅎ
우리 도치도 언젠간 마라톤을 하려나?
사진 찍고 옷 맡기고 주로에 서서 순서대로 출발.
초장부터 내가 배신 때리고 먼저 앞서 나갔다. 경정장 한바퀴 돌아 나가는데 왜 그리 멀고 힘이 든지...
사람이 너무 많아 빨리 못 가는게 그나마 다행인가보다. 경정장 둘레에는 꽃이 활짝 피어 있다.
애주가 핸들님이 알아보고 인사를 하신다. 그리고 사람을 뚫고 냅다 앞으로 달려 나가셨다.
한바퀴 돌고 길로 나가니 그나마 정체가 조금 덜 된다. 한참 가다보니 7k. 휴~ 이젠 조금만 더 가면 반환점 이렸다?
속도는 조금 빠른듯 한 기분은 있는데 한번 늦추면 다시 속도 내는게 쉽지 않은지라 그냥 이 속도로 뛰기로 했다.
지난주에 비해 오늘 날씨는 그야말로 축복받은 날씨. 그래도 어제 산행이 예상 외로 길었기에 잘하면 -2 는 할 수 있을까 하며 뛰었다.
헌데 바로 앞 2시간 패메를 재끼고 풀 5시간, 4시간반 패메도 앞서게 되었다.
털보님이 주로에서 찍어준 사진 ( 이 사진 안 찍었으면 털보님 50분 깰 수 있었을걸... )
한참 지루한 길을 뛰는데 누가 아는체를 한다.
털보님이 회사 사람들과 조금 늦게 도착해 출발이 좀 늦었다고 한다.
잠시 함께 뛰다 먼저 뛰어 기록 내시라 했다. 헌데 디카까지 들고 찍는 여유를?
반환점이 13k 였나? 반환점 전에 털보님 앞서 가고 반환점 돌고 뛰어 오는데 주로의 하이라이트는 풀 코스에 있어 조금은 아쉽다.
하프만 뛰자니 주로가 심심하고 풀을 뛰자니 몸이 힘들고...
반환점 돌고나니 강바람이 시원하게 불어 조금 덜 지친다.
가평킹카님이 조금 힘들어 하면서 오고 계시다. 화이팅 외쳐드리고 나 나름대로는 없는 힘을 쥐어 짜 달렸다.
4k 남겨놓고 함 붙어봐도 될것 같은 여자 두명을 추월하고 당하고 하다 막판에는 내가 추월 당했다. 너무 일찍 라스트 스팟을 한것 같다.
헌데 주로가 작년과 달리 경정장 후문으로 해서 들어가는데 남푠이 차 있는 곳으로 가며 털보님이 앞섰다고 한다.
만났사옵니다. 원래 저보다 잘 뜁니다.
정문으로 들어가는 길보다 길어 막판에 지쳐 겨우겨우 골인.
그래도 하프 신기록을 낸것 같다. 휴~
별것도 안했는데 기록단축이 되는게 한편은 신기하다.
들어와 털보님 만나고 그 팀은 컨디션 봐 가면서 검단산 찍고 간다고...
털보님과 헤어지고 짐 찾고 옷 갈아입고 은계언니 만나러 가는데 어느새 가평킹카님이 들어오셨다.
어제 과음으로 힘들었는데 17k 지점부터 컨디션이 회복되어 그때부터 추월해 오셨다고....
심도령과 친구들도 메달 하나씩 걸고 있어 사진 한장.
가운데 인물 제일 훤한 친구가 심도령. 소띠 여인이 궁합이 잘 맞는답니다...
주님부부와 심도령과 친구들
심도령은 친구들과 먼저 보내고 우리들도 양평에 가 점심을 먹고 헤어지기로 했다.
팔당대교 지나 두물머리에 '갱변냉면' 집에 맛 좋은 돼지갈비를 배도 고팠던지라 정말이지 많이 먹었다.
대리 전문 정기사, 영업자가용 정기사는 맥주로 킹카님과 난 소주로...
소주를 세잔이나 마셨는데 뛰고 나서인지 안주가 좋아서인지 부대끼지 않고 마실 수 있었다. ㅎㅎ
두물머리를 차 안에서
기록갱신 한 내가 밥을 사야 햇는데 킹카님도 모처럼의 기록단축이시라며 굳이 밥값을 내셨다.
밥 잘 먹고 장날이라 잠시 장 구경하고 조금 늦으면 10분이 한시간이 된다 염려 해 주시고 막히지 않는 길도 알려 주셨다.
2시에 헤어져 30분 만에 평촌 도착. 목간통 들려 집에 왔는데도 아직 훤하다.
하프가 좋긴 좋으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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