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또한 내 마음이려니’-최영록(1954∼ )
| |
웅크린 담벼락에 떨어진다
바싹 여윈 귀뚜라미 등짝 위
가랑잎 한 잎 툭, 떨어진다
토실한 벌레들 나무 구멍 땅 구멍
온몸으로 따스한 구멍 찾아든다
모두들 떠나고 제 집 찾는 계절의 막장
찬 기운 여윈 마음 얼어붙는
상강(霜降)
서리 맞은 이파리들
선명하게 멍울지는 아픔
갈 데 없는 꽉 찬 그리움.
엊그제 설악산에서 소식 왔습니다. 단풍이 북천(北天)으로 내려오고 있다고. 이제 소양강, 북한강, 한강 따라 더 빨리 내려오겠지요. 오늘 이슬 얼어 서리 된다는 상강. 서리를 맞아 더 고운 빛깔로 타오르는 단풍. 가을은 떨어지는 텅 빈 아픔만 아니라 단풍 햇살 어룽진 그늘 같은 비장한 황홀도 주거니. 단풍에 그냥 아픔도 넋도 놓아버림이 어떠실는지. <이경철·문학평론가>
-중마를 뛰다~
오늘은 중마 뛰는 날.
가을걷이 대회이지만 제대로 씨를 뿌린것도 아니고 비료를 열심히 준것도 아니니 좋은 결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한산 청소년 멤버인 류샘이 하프는 몇번 뛰어 봤는데 이번 중마에 처음 풀 머리 올리는 날.
전철 타고 가는데 벌써 대회장에 도착했다고 전화가 왔다.
종합운동장에서 류샘 만나 사진 한장 찍어주고 짐 맡기고 출발 장소로...
류샘이 기록이 없는지라 함께 D그룹에서 대기.
날씨는 곧 비가 쏟아질것 같은 날씨지만 염려와는 달리 춥지는 않다.
반바지, 반팔 입기를 잘한것 같다.
류샘은 그동안 연습주를 35K 한번, 하프 두세번 뛰었다고 한다.
부러버라...
5K만 나와 함께 뛰고 컨디션 좋으면 앞서 나가라고 했다.
우리 바로 뒤에는 배트맨과 스파이더맨이 뛸 준비를 하고 있다.
맨몸으로 뛰기도 힘든데 저렇게 더운 옷을 입고 뛰다니...
그래도 보는 사람은 즐겁기만 하다.
8:14 겨우 출발.
주로가 복잡해 부딪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초장에 천천히 뛰어야 하지만 은연중 기록욕심이 나는게 본능인지라 천천히 뛰는것 같지는 않다.
어느덧 d그룹에서 벗어나 c그룹에 선것 같다. 계속 주변 사람들이 바뀌어 간다.
추월을 당하는건지 하는건지도 잘 분별이 가질 않는다.
혼자 뛰면 대충 뛸텐데 류샘이 함께 뛰니 걔기지도 못하고 연습량에 비해 속도를 낸것 같다.
15K 지점 즈음에 엘리트 선두가 지나간다. 한국사람은 아주 한참만에 2명 지나간다.
-3 페이싱 바로 앞 실크님이 지나가고 그 뒤에 바람님이 지나가는데 아무래도 -3를 못할것 같다.
한참만에 남푠 지나가면서 팔 괜찮냐고 염려를 하는데 팔보다는 발에 물집이 생겨 아프고 다리도 뻐근하지 팔은 문제가 되질 않는다.
어느덧 20K 지점이 지났다. 류샘이 앞서 나간다. 휴~
중마 반환점은 25K 지점이라 참 많이 지친다.
주는것 다 먹었고 파워젤도 주는대로 먹었다. 헌데도 갈수록 기운이 딸려간다.
내가 추월했던 사람들이 날 추월해 가는 그지같은 기분.
그나마 걷지 않고 뛰겠다는 생각으로 가면서도 회수차 문이 열리면 타는 상상까지 해 봤다.
허나 회수차 타는 순간 기분이 얼마나 개같을지는 경험 안해도 알것 같다.
기록이 좋던 나쁘던 어찌되었던 완주는 하고 싶었다.
거리가 점점 줄어든다. 예전같으면 후반에 추월하면서 갔을텐데 오늘은 끝까지 그게 안된다.
잠실에 오니 철리마 애마님 부부가 비장의 꿀물까지 들고 계셔서 얻어 먹었는데도 끝까지 힘이 들었다.
종아리 쥐가 날까 겁났고 생전 안 아프던 고관절까지 뻐근하다.
기운도 없었지만 이래저래 막판 스팟도 못했다.
연습 안하면, lsd 안하면 풀은 뛰면 안되겠다는 반성을 오는 내내 했다.
오른발 물집은 그새 터져 운동화에 핏물이 들었다. 그나마 물집이 크지는 않나보다.
운동장을 돌아 골인하며 시계를 보니 20분도 지난 기록. 1분만 더 열심히 뛸걸...
류샘은 나보다 한발 먼저 골인해 날 기다리고 있다. 류샘도 잘 뛰다 막판 다리에 쥐가 나는것 같아 속도를 늦추어 생각보다 기록이 잘 나오진 않은것 같다.
그래도 첫 풀 기록치고는 나쁘지 않은 기록이다.
남푠은 약속있다고 먼저 가고 류샘도 마눌님이 마중을 나와 헤어져 애주가 텐트를 찾아가니 다행히 아직 전을 거두지 않은 상태.
밥, 맥주, 과일 등을 얻어먹었다.
오늘 실크, 슈렉님이 -3. 특히나 지난주 춘마에서도 -3 했던 슈렉은 연 2주 기록.
정말 괴물 맞다.
바람님은 우려했던 대로 -3를 뭇 했다고...
그러더니 애주가 회비 딸린다고 선두 멤버를 앵벌이를 시켜야 겠다고 해 뭔 소린가 했더니 지방 대회에 상금을 노리고 출전해야 겠다고 웃긴다.
넘들은 -3 잘도 하는데 아직 -3 못한 뜀박질 왈. 훈련부장이 다른 사람한테는 친절하게 잘 해주면서 자기만 홀대해 기록 못낸다고 땡깡이다.
헌데 뜀박질님이 첫 풀 기록이 너무나 좋았고 2번째 기록이 3시간 10분대. 너무 초장부터 잘한 사람이 의외로 -3를 잘 못한다나 뭐라나?
-3를 하려면 몸매도 군살 하나도 없고 초코렛 복근이 있어야 한다고...
헌데 난?
사진과 목간통에서 보니 너부데데한 얼굴과 떡 벌어진 어깨. 그리고 치명적 뱃살.
이 배를 끌어앉고 무사 완주 한것만 해도 감사하게 생각해야 겠다.
'포기하지 않는 당신이 아름답습니다'
오늘따라 이 글귀가 가슴에 와 닿는다.
-친구 만나러 경복궁역으로...
모처럼 다 시간이 된다고 오늘 산에 가자는 중학교 동창들.
난 뛰고 뒷풀이에 참석하기로 했었다.
3시반 경복궁역에서 만나기로 해 부지런히 가 근처 목간통 찾아 목간을 하고 나와보니 갸들은 삼청동에 와 있다고 날 보고 오란다.
42K 뛴 사람보고 오라고?
나 그냥 갈래...
모처럼 만나는건데 오라고 한다.
그래 간다, 가. 까칠한 내가 간다...
교통도 애매해 걸어가기로 했다.
경복궁 담장을 끼고 가니 청와대 앞. 그리고 경복궁 후문인 신무문.
처음 가보는 길. 은행도 노랗게 물들고 산책하는 사람들도 많다.
삼청동에 가니 걸어다니는 인파로 길이 세일하는 백화점 같다.
친구들은 저녁을 먹고 나와 날 기다리고 있어 찻집에 가 이바구 나누기.
선옥, 성숙이 패션은 연심이네 의상실 옷들.
자기 작픔을 입고 나와 너무 뿌듯하다고 좋단다.
어제 비 많이 온다고 해 오늘 산행을 취소하고 2시에 만나 경복궁을 돌아봤다고...
한참 놀고 다 같이 만나기는 힘드니 시간 되는대로 멤버 되는대로 산행을 하던 산보를 하자 했다.
그리고 올해가 가기 전 망년회에서 다같이 얼굴 보기로....
'산 이외... > 마라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애주가 지신제 (2/28) (0) | 2010.03.03 |
---|---|
영랑마라톤, 바람을 벗삼아 한강을 뛰다 (국민건강 마라톤,12/5) (0) | 2009.12.07 |
제한시간 내 완주한 것만도 기뻤다 (13회 금수산 산악마라톤, 9/29) (0) | 2009.09.30 |
주님부부도 뵙고 기록갱신도 하고..(mbc한강마라톤, 4/26) (0) | 2009.04.27 |
애주가 봄소풍을 가다 (반기문 마라톤 대회, 4/19) (0) | 2009.0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