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0산행기

알바로 얼룩진 금남정맥-안개 속을 헤매다 (엄사리-만학골, 7/3~4)

산무수리 2010. 7. 6. 00:16

감사합니다 하나님 - 베르나르 다디에 (1916 ~ )

감사합니다. 하나님, 나를 흑인으로 창조하신 것을,

나를 모든 슬픔의 합계로

만드신 것을,

세계를

내 머리 위에 올려놓으신 것을,

나는 센토오르의 옷을 입고

첫날 아침부터 줄곧 세계를 나릅니다.

흰색은 한 번의 성대한 축제를 위한 것이지만

검은 색은 모든 날을 위한 색,

그리고 나는 첫날 밤부터 줄곧 세계를 나릅니다.


‘슬픔의 합계’라는 표현 때문에 이 시를 오늘 아침에는 골랐다. 우리의 오늘은 또 얼마나 슬픔의 합계로 키가 커질까, 하는 생각에. 그러나 슬픔은 기쁨이 있어 슬픔이 아닌가. 베르나르 다디에는 아프리카의 시인이며 희곡작가, 잡지 편집인, 장관 등 여러 자리를 쓰다듬은 이다. 그런 쓰다듬음의 밑자락에는 ‘감사’가 자리 잡고 있다. ‘감사’라는 시적 메시지가 있어 그의 저항시는 흑인 세계뿐이 아닌, 온 세계를 나른다. 슬픔에게도 고통에게도 감사하는 이, 그런 이를 만나고 싶다. 그런 이이면 사랑할 만하리라. <강은교·시인>

 

코스개관: 양정고개 했다 치고 엄사리 출발-멘재-용천령-천황봉-관음봉-수정봉-만학골 (2:20~13;40)

날씨: 개일것 같으면서 개지 않았고 걷힐것 같으면서 걷히지 않은 뿌연 날씨

멤버: 당나귀 16명

부제: 누가누가 더 멍청한가 테스트 하기?

 

금남 중 하이라이트. 헌데 금지구간이 대부분인 이번 코스. 부득이하게 무박으로 출발.

23:10 범계역에서 출발하는데 웰빙팀 얼굴 하나도 보이지 않는 빈 자리를 안샘에 동업자 셋이 채워준다.

웰빙팀이 안오니 웰빙팀 대장인 성사장까지 결석해 오늘도 산행 멤버는 16명. 이래가지고 영업이 제대로 되겠나구요...

독일-아르헨티나 경기가 있는 날이라 TV 켜 놓은 상태에서 비몽사몽 길게 잤다.

 

 

 

 

12시 좀 넘아 죽암 휴게소에서 라면 먹고 가자고 열심히 끓이는 동안총무, 경림씨, 박사장.

그 덕에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나중을 생각해 일단 먹어 두었다. 국물은 남기고...

 

 

 

원래 오늘 코스는 양정고개에서 시작이지만 양정고개에서 엄사리는 찻길을 걷는 길이라 이 새벽에 찻길을 걷는건 의미도 없고 위험하다고 바로 엄사리로.

큰 찜질방 앞에서 등산로 입구 우왕좌왕 하다 찜질방 우측 길로 올라서 산행 시작.

등산로가 큰 나무 사이로 난 평탄한 길. 헌데 이 새벽인데도 벌써 덥다.

비는 내리지 않아 다행인데 바람도 안 불어 준다.

선두팀 쉬지도 않고 올라가 버리는데 후미에서 함께 오던 경림씨, 갑자기 못 가겠다고 멈춰선다. 속이 좋지 않다고...

약 주고 동안총무가 손 따 주고 매실 물 마시니 조금 나았다고 조금 천천히 진행.

 

 

이쪽 길은 계롱대가 있어 통제로인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것 같고 지역 주민들이 물도 뜨고 운동도 하는 곳인지 관리가 아주 잘 되어있다.

선두는 보이지고 않고 후미그룹 선두에 가던 박사장. 오른쪽 희미한 갈림길일 지나 평탄한 길을 가다 이 길이 아닌것 같다고 스톱.

동안총무 확인하니 희미한 우측길로 올라가는게 맞다는데 선두를 향해 아무리 소리쳐도 들리지 않는다. 설마 이길로 가진 않았겠지 하면서 급경사 까끄막을 올라가는데 혹시나 해 전화통화를 시도해도 다 꺼져있고 이작가님 휴대폰만 켜져 있어 겨우 통화. 이 팀도 급경사 길을 올라가고 있다고 해 같은 길을 앞서서 가는 줄 알았다.

헌데 다 올라섰는데도 선두팀이 보이질 않는다. 다시 통화를 해 확인하니 향적산 국사봉이 300m 남았다고...

헐, 그쪽으로 가면 안되는데 엉뚱한 곳 정상까지 가는 대형 알바를 했다. 되돌아 올때까지 기다리려는데 후미팀 선두에 섰던 이대장과 강사장님은 왜 또 안 보이는거야?

한참만에 온 두사람 왈, 강사장이 불렀는데도 이대장이 자꾸 잘못된 길로 가더라고.. 그쪽에서 바로 이쪽으로 칠 수 있지 않을까 했다나 뭐라나?

 

 

능선에 서니 바람이 제법 불어 시원해 좋은데 조금 춥다. 안샘네 패밀리인 넘버2 는 걸음이 느린 덕분에 알바조에 끼지 않고 우리 팀에 끼는 행운이.(허나 작은 행운은 큰 불행이 되다?) 당신은 이곳에서 백 해 되돌아 내려간다는걸 오늘 코스 평생에 한번 오기 힘들다고 꼬득여 함께 진행하기로 한다. 헌데 무작정 기다리느니 걸음 느린 우리들이 먼저 출발하면 진행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바람으로 총무만 남겨놓고 먼저 금줄을 넘었다.

앞 구간은 알바할 구간은 별로 없고 용천재에서만 조심하면 된다고....

 

금줄 안 코스는 그야말로 침엽수 잎에 떨어져 있는 푹신하고 호젓한 산길로 오래 걸어도 피곤하지 않을것 같다.

너무 좋다를 외치면서 즐겁게 산행. 넘버2 까지도 너무 흐뭇해 하셨다.

헬기장 나오고 5시 지나니 랜텐 불빛이 더이상 밝지 않아 랜턴 끄고 진행.

이대장 랜턴은 특수전지를 넣는 건데 거의 불빛이 맛이 간 상태. 예전에도 랜턴때문에 몇번 어려움이 있었다는데 안 보일때 오히려 더 잘 찾아갔다나 뭐라나?

하도 발이 빨라 갈림길을 종종 놓쳐 대형 알바를 가끔 하는 우리 대장. 낮에도 눈 감고 다니라 놀렸다. ㅎㅎ

날은 훤해졌으나 산은 가스가 끼고 습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게 아쉽다.

처음 길인데, 언제 또 오게될지 정말이지 모르는 곳인데 사진을 찍어봐야 나오는건 나무밖에 안 보일텐데 정말 아쉽다.

 

 

 

 

 

 

 

맨재는 어느새 지났고 암반 위에 서니 바람이 불면서 구름을 일부 걷어가 비록 일부지만 앞, 뒤 산을 보여준다.

우와~ 앞은 천황봉이라고 하고 뒤는 우리가 내려온 곳이고.... (나중 총무 말에 의하면 이게 천황봉이 아니라고.. 천황봉은 보이지 않는다고...)

조금만 가면 천황봉이 나오렸다?

 

 

용천재라고 생각한 곳에 이대장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용천재에서 우측으로 꺾어져야 한다고 했으렸다?

금지 표지판도 있으니 이 길이 맞으렸다?

이대장은 뒤에서 올 생각 안하고 강사장님이 앞서서 길을 잡고 가신다. 헌데 바로 두갈래인데 왼쪽 나무로 막아놓은 곳으로 가네? 이곳이 맞다고? (나중 이대장 왈, 좀 기다렸다 가면 되는데 선두에 선 사람들은 내나 남이나 다 가만히 있질 못한다고 한탄. 그럼 기다렸다 같이 가자고 말이나 하던지. 혼자 생각하면 그 속을 어찌 아냐고요..)

이대장, 박사장부부는 이곳 와 본 사람들이라니 어련히 잘 알까 생각했었다.

 

 

 

길은 좋았다. 빗소리인줄 알았는데 물소리가 제법 크다.

곧 계곡이 나온다. 다들 덥다고 세수하고 좋다고...

어? 정맥에서 물이 나오면 안된다는데? 잘못된 길이라는데?

아니라고 이 능선 따라 올라가면 된다는데 정말 그런 줄만 알았다. 

작은 너덜도 지나고 미끄러운 바위에서 넘버2의 조심하라고 하는 소리에 대답까지 잘 해 놓고 와장창 넘었졌다.

비는 내리는 등 마는 둥 하는데 산이 어찌나 습한지 옷 입고 습식 사우나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다. 정말 더웠다.

 

 

 

 

 

계곡 건너 30여분 올라가니 바위 능선이 나오고 여기서 30m 만 가면 천황봉이라는 강사장님. 바로 앞 안개 속에 봉우리가 보인다고....

진행방향은 천황봉쪽이 아니라 되돌아 내려와야 한다고.. 그럼 당연히 정상에 가 봐야죠?

배낭 놓고 정상이라고 추측되는 바위위에서 아무리 '천단' 표지석을 찾아 보았으나 보이지 않는다.

안개 뒤에 숨었나?

뒤따라 온 박사장 이대장에서 정상에 있는 군사시설은 어디 있냐고?

안개 때문에 보이지 않는거라고... (엉뚱한 곳에서 천황봉도 보고 지도를 펴 놓고 독도까지 했는데....)

알바 한 팀은 보이지 않는다 어렵게 통화 해 동안총무에게 확인한 바에 의하면 우리가 서 있는 곳은 천황봉이 아니라고 되돌아 내려와야 한다고...

엥?

우리같이 멍청한 짓을 한 사람이 또 있었나보다. 파란 나이롱줄을 여기 저기 매 놓아 정상 가는 길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알바한 팀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매 놓은거였던것 같다. 어쩐지 제대로 된 표지기가 한개도 안 보이더라니....

 

 

 

 

 

기운 빠져 내려와 원점에 되돌아 와 보니 용천재라고 생각했던 곳은 용천재가 아니고 우리가 너무 빨리 우측으로 껶여 들어갔다.

그곳에서 계속 직진해야 한다고 해 직진 하면서도 이젠 알바의 공포로 불안해 하며 걸는데 위에서 반가운 목소리가 들린다.

찾았다. 이 길 정말 맞나보다.

 

 

 

 

동안총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천황봉 직전까지 올라갔다 우리때문에 배낭 내려놓고 데릴러 내려온거엿다.

우리뿐 아니라 선두 알바조도 백하다 갈림길을 못찾아 더 많이 내려간걸 데릴러 내려갔다 왔단다.

세상에나... 총무님 없으면 쓰러질 당나귀. 소금 가마니 지고 물에 들어갈뻔 했다.

우리도 원대를 만나 안심은 되었지만 이미 기운은 빠질대로 빠지고 배도 고프고....

선두팀은 정상 작전 안부에서 우리를 기다리다 지쳐 잠들어 있다. 모기가 많아 비옷을 입고....

 

한번씩 알바를 했으니 1:1

알바 안하는 이작가님이 인솔한 팀과 강사장님이 선두에서 지휘한 우리팀.

누가 더 알바대장인가 승부차기를 해야 한다고 한바탕 웃었다.

헌데 선두팀은 1시간 넘게 쉬기나 했지 우리는 쉬지도 못하고 죽어라 헤맸으니 우리팀이 더 힘든것 같다.

선두팀도 우리가 알바를 했다는 소식에 갑자기 기분이 업 되었다나 뭐라나?

사이좋게 모인 기념으로 단체사진 찍고 관음봉에서 먹기로 한 아침을 일단은 먹기로 했다.

팀도 만났고 배도 부르니 기분은 확실히 좋아졌다. ㅎㅎ

 

 

 

 

 

 

 

다들 힘든지 정상석 있는 곳은 몇몇만 올라가기로 하고 겨우겨우 힘겹게 올라갔는데 정상석이 없고 군사시설만 있다.

여기가 아닌것 같다. 도대체 어디에 있는건지 안개 속이니 알 수가 없다. 포기하고 쌀개봉을 향해 가자~

 

 

 

 

 

또 다른 군사시설이 있었고 암릉이 제법 멋진데 이 역시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암릉 우측으로 우회하다 다시 암릉쪽으로 붙으니 보이는 천왕문.

천왕문 지나 쌀개봉 넘는 길이 제법 힘겹다.

반대쪽에서 온 팀들이 우리보고 하산할때 밧줄구간 조심하라고 한다. 우측으로 우회로도 알려주었다고...

 

 

 

선두조 몇몇만 쌀개봉 암릉을 직접 내려가고 소심하고 기운 빠진 후미 백성들은 우회로로 갔다.

헌데 멋 모르고 선두조에 낀 경림씨가 못 가겠다고 아우성 쳐 동안총무와 이대장이 업어 내리다 시피 했다고..ㅎㅎㅎ

앞서 우회로로 간 선두팀이 후미를 기다리고 있다.

길은 초록으로 '나를 부르는 숲이' 생각나게 하는 아름다운 길인데 조망이 꽝이라 정말이지 아쉽다.

한참 가다보니 관음봉 아래 금줄 건너.

앞서 간 이대장이 편안하게 앉아있는걸 보니 지키는 사람이 없나보다. 다들 무사히 금줄 밖으로 나왔다.

 

 

 

 

이곳에서 힘든 백성들은 갑사로 하산한다는데 금잔디 고개까지 가서 하산하라고 말리나보다.

사실 계롱산에서 하이라이트 구간인 관음봉-삼불봉 구간. 헌데 오늘같이 가스 낀 날은 조망도 꽝이고 다리에 힘 빠진 상태에서 철계단을 오르내리는건 사실 만만하진 않은데... 더구나 대부분 사람들이 이미 물이 떨어진것 같은데....

일단은 다 금잔디 고개까지 진행 하기로 했다.

관음봉에 올라가 대표  몇명만 정상 사진을 찍었고 주립대 장학생들은 막걸리로 갈증 해소. 그리고 금잔디 고개로 출발.

계룡산 몇번 와 봤지만 오늘처럼 빨리 자연성릉을 지나간건 또 처음인것 같다.

갈 길도 바쁘고 조망도 꽝이니 사진도 안 찍고...

안샘네 패밀리 한분이 왼쪽 다리에 쥐가 났었는에 이번엔 오른쪽 다리까지 쥐가 난다고 해 사혈 해 주고 다시 출발.

 

 

삼불봉 가기 전 금잔디고개 갈림길에서 이대장이 기다리고 있다.

곧 금잔디 고개가 나오고 여기 수도꼭지가 있다. (있는 줄 오늘 처음 알았다) 헌데 식수불가라고...

그래도 목마른 백성은 마시고 뜨고 간식 나누어 먹고 후미 기다렸다가 Go 할 사람과 stop 할 사람 나누기.

회장님이 여기서 다같이 갑사로 내려가자는데 그건 싫다 했다. 요만큼 할려고 갑사를 올라오고 싶진 않다고. 그리고 아직 시간상으로는 충분한데 금지구역을 하자고 무박을 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

결국 넷만 갑사로 내려가기로 했고 나머지 12명만 수정봉 지나 윗장고개까지 간다고...

안샘이 탈출을 한단다. 신발이 작아 발에 물집이 생겼다고...

치료 잘 해 준다고 해도 바늘을 워낙 싫어한다나? (세상에나, 이 여인도 여군과에서 상위 랭킹에 들 사람인데...)

 

 

 

 

 

 

선두가 어찌나 나르는지 뛰어가야 할 판이다. 다들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르고...

잠시 쉬면서 남은 간식 먹고 다시 진행.

안샘 패밀리 중 유일하게 종주에 낀 분과 이야기 해 들은 정보는 안샘이 산행 대장 맞다고 한다.

오늘 평생에 가기 힘든 코스간다고 꼬시지 않았냐고 하니 맞단다.

눈만 마주치면 산에 가자고 해서 다들 눈 맞추는걸 피한다나 뭐라나?

ㅎㅎ 나도 많이 당해 본 경험이다.

 

수정봉 지났고 만학골 내려서는데 대장님 전화. 오늘 여기서 끊자고...

다들 쾌재를 부르며 즐거운 마음으로 내려왔다.

만학골에서 윗장고개까지는 앞 산 두개를 더 넘어야 하는 1시간 넘는 길.

이왕이면 온천까지 하고 가자 하니 다들 동의.

 

 

 

 

 

탈출조에서 전화를 하니 놀며놀며 내려와 이제 갑사라고 해 빨리 주차장으로 내려오라고 했다.

갑사 입구에서 4명 태우고 공주시에 둘어가 터미널 근처 보석사우나에서 1시간 줘 게르마늄 온천욕을 하고 다들 샤방샤방하게 나타나니 '누구세요?' 하며 놀린다.

늦은 점심은 공산성 앞 식당 '고마나루돌쌈밥' (041-857-9999) 에서 돌쌈밥으로 흐뭇하게 잘 먹었다.

 

차 타자마자 다들 쓰러져 잠이 들어 청계ic에서 총무님이 일어나라 깨운다. ㅎㅎ

집에 오니 7시도 안 된 시간.

집이 덥다. 오늘 하루종을 후덥지근하고 간간히 비도 뿌렸다고...

날씨 때문에 많이 아쉬웠고 알바로 힘 다 뺐지만 땀에 절어 양말 신은 발목, 무릎이 벌겋게 되 가렵지만 그래도 참 좋았다.

다들 고생 마이 하셨습니다. 동거동락까지 하고 함께 목간까지 했으니 이젠 정말 패밀리 라네요~

 

-이 작가님 사진, 동영상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