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0산행기

지리를 염두에 두었으나.. (예빈-예봉산, 6/27)

산무수리 2010. 6. 28. 20:00

실비 - 오탁번(1943 ~ )

비 내릴 생각 영 않는 게으른 하느님이

소나무 위에서 낮잠을 주무시는 동안


쥐눈이콩만 한 어린 수박이

세로줄 선명하게 앙글앙글 보채고

뙤약볕 감자도 옥수수도

얄랑얄랑 잎사귀를 흔든다


내 마음의 금반지 하나

금빛 솔잎에 이냥 걸어두고

고추씨만 한 그대의 사랑 너무 매워서

낮곁 내내 손톱여물이나 써는 동안


하느님이 하늘로 올라가면서

재채기라도 하셨나

실비 뿌리다가 이내 그친다


연초록의 새싹들이 헐벗은 나뭇가지 사이로 설핏 눈트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신록이 산야(山野)를 뒤덮었다. 초록도 다채로운 저마다의 색깔이라는 것을 새삼 실감한다. 그래서 이 시는 환한 초여름 대낮 속으로 생식의 상상력을 활짝 펼쳐 보인다. 사물을 앙증맞게 소리로 드러내는 어울림들, 그러나 가뭄 속으로 ‘실비’는 감질나게 잠깐 내리다 만다. 가볍고 순연한 상상력과 투명한 시심이 모국어에 대한 사랑과 합심해 이 나라의 화창한 초여름 산천을 그려낸다. <김명인·시인>

 

코스개관: 천주교묘지-견우봉-직녀봉-용마산-철문봉-용마산-팔당역 (12:00~16;30)

날씨: 우비를 입지 않아도 되는 소강상태의 비. 간간히 바람이 불어 아주 시원했다.

 

 

 

 

 

 

 

 

 

 

 

 

 

 

 

 

 

 

 

 

 

오랫만에 지리를 , 그것도 박산행으로 갈 예정이었다.

헌데 피치못할 사정도 생긴데다 장마비까지 내린다니 일단 약속 취소.

그덕(!) 에 못갈 예정이던 토욜 계론식도 갔고 아주 오랫만에 초딩 동창모임도 참석했다.

오늘 둘리와 날씨 봐 가면서 산에 가기로 했었다.

 

아침 일찍 문자는 자느라 미처 못봤는데 수원엔 비가 제법 온다는데 8시 넘은 안양엔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상태.

준비도 안 되어있고 둘리는 남푠 병원도 태워다 줘야 하고 해 일 끝나고 천천히 산에 가기로 했다.

11시경 둘리 김치 한통까지 싸들고 집앞 도착. 김치 냉장고 집어놓고 일단 출발.

청계=부용산을 갈까 운길, 예봉을 갈까 하다 예빈산까지는 아직 못 가 본지라 예빈산으로 당첨.

 

날은 점점 개는 모드로 산위에 운해가 피어 오르는 모습. 잘 하면 멋진 광경을 볼 수 있을것 같은 예감.

팔당역 지나 우측으로 가니 천주교 공원묘지. 바로 길 건너 '시골밥상' 식당은 와서 먹어본 곳인데 여기가 예빈산 들머리인줄은 처음 알았다.

차 대고 준비하고 출발하니 12:00.

공원묘지 가파른 포장도로를 한참 올라가 오르막 끝나는 지점에 조망이 좋을 곳이 나오는데 아쉽게도 구름이 끼었다.

그나마 바람이 불어 구름을 걷어가며 간간히 경치를 보여준다. 이것만해도 어딘가...

 

예빈산에서 용마산 가는길은 예상보다 멀었다.

둘리가 조망 좋은 쉼터를 알려주는데 안 보인다. 마음의 눈으로 본다.

제법 바윗길도 오르내리고 율리봉은 우회하고 벚고개 지나 드디어 예봉산 정상.

한산의 멤버 한분이 계시다. 등산학교 출신이신데 요즘은 바위는 졸업하시고 주말에 예봉산을 다니신다고...

워낙 걸음이 느려 거북이로 통하는데 토깽이로 다니시던 분은 무릎 다 고장 나 산에 못 다니신다고..

그나마 당신은 거북이지만 아직도 현역으로 산에 다니신다고...

먹을것 나누어 먹고 사진도 같이 찍고 헤어졌다.

 

마음 같아서는 운길산까지 내처 가고 싶었지만 시간상 무리가 될것 같다.

철문봉까지 갔다 도로 예봉산 정상으로 백 해 팔당역으로 하산.

오랫만에 이쪽으로 온 둘리는 여기저기 설치된 계단을 처음 본다고.

이쪽 전망대에서도 경치를 반은 보여준다.

오는듯 마는듯 하던 비는 완전히 소강상태. 조금 있으면 해 날것 같다.

예봉산쪽에는 역시나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제법 보인다.

4시간 반 걸려 하산 완료.

가평킹카님 전화. 조안약국 들렸다 가라 하신다. ㅎㅎ

 

팔당역 버스 정류장에서 팔당댐 가는 버스타고 천주교묘지 하차.

차 회수 해 일단 조안약국으로..

사부님은 늦은 점심 드시고 운동 나가시고 은계언냐가 숙자와 계신다.

숙자는 오늘도 고고한 자태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ㅎㅎ

조금 있으려니 사부님 들어오셔서 은계언냐랑 셋이 뽕칼국수 집으로...

언니는 늦은 점심으로 식사를 하셨다고 해 2인분 시켜 먹고 밥 하나 비벼 먹으니 배가 터질것 같다.

어느새 둘리가 밥값까지 계산.

언니 약국에 도로 내려드리니 사부님 왈, 담엔 미리 연락하고 오라신다. 그래야 점심 굶고 기다리신다고.. ㅎㅎ

가는 길 찐빵, 만두까지 사 가지고 차 하나도 안 막히고 원점회귀.

둘리 덕분에 문전택배 호강하는 산행을 할 수 있었다.

감, 고, 사~

 

-사진 둘리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