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된다는 것’ -밀란 쿤데라(1929~ )
시인이 된다는 것은
끝까지 가보는 것을 의미하지
행동의 끝까지
희망의 끝까지
열정의 끝까지
절망의 끝까지
그 다음 처음으로 셈을 해보는 것,
그 전엔 절대로 해서는 안될 일.
왜냐면 삶이라는 셈이 그대에게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낮게 계산될 수 있기 때문이지
(하략)
대학 시절, 우연히 길거리에서 부딪힌 시인 김수영을 마구 쫓아갔다. 시인이 되고 싶어서. 김수영은 차를 한 잔 사주었다. 차를 깊숙이 들이켜면서 한참 생각에 잠기던 그가 말했다. "똑똑한 것 같은데 왜 시인이 되려고 하지?” 이제 답을 찾은 것 같다. 아마 그때 김수영도 이런 대답을 하려고 한 것이 아니었을까? ‘시인이 된다는 것은… 희망의, 열정의, 절망의 끝까지 가보는 것을 의미하지’라고. ‘그 지난한 길을 가려고 하다니…쯧쯧’. 그러나 오늘 말한다. 당신도 시인이 되면 어떨까, 희망의, 열정의 끝까지 가기 위하여. <강은교·시인>
코스개관: 만학골-윗장고개-팔재산(364) - 널티재 - 성향산(237)-이인교차로 ((9:30~17:45)
날씨: 바람이 제법 불어주었는데도 아주 무더웠던 초복 전날
멤버: 당나귀 11명
토요일 겁나게 내리는 비, 그리고 바람.
1시간으로 준 둘레길 걷기반도 걷기를 포기하고 자장면 사주는걸로 대체. 영등회 월례산행도 취소.
여재뭉은 집수리 하는데 뭉치가 짖어대 오늘 우리집에 와 1박2일 하고 간다고 출근 후 도착.
모처럼 퇴근 후 바로 귀가.
남푠, 도치 보고 짖던 뭉치가 나는 기억을 하는지 짖지 않는다.
비는 그칠듯 그칠듯 그치지 않고 줄기차게 내리고 하나로 TV 영화 몇편 때려 보고 주말연속극까지 보고 내일 산행 짐 싸고 취침.
남푠이 제일 먼저 가야산 간다고 짐 챙겨 나가고 내가 나가고 도치는 이모가 밥상 차려줘 밥 먹고 알바 출근.
여재뭉은 집에서 빨리 오라 아우성 쳐 청소 해 주고 귀가 했다고....
농수산 시장 앞에는 강사장, 이작가님만 계신다. 헌데 버스를 타니 텅텅 비었다.
게스트는 물론 호스트까지 거의 전멸. 11명이 전부라고....
헐, 유구무언. 네자리씩 차지하고 다리 뻗고 잠이나 자자...
비 온다던 날씨는 다행히 비는 오지 않을것 같다. 휴게소에서 쉬고 산행기점인 만학골에 도착해 사진 한장 찍고 출발한 시간이 9:30.
오늘은 몇명 되지도 않으니 제발 찢어지지 말고 사이좋게 가자 다짐해 본다.
만학골에서 윗장고개는 지난번 했어야 하던 코스. 처음 올라갈 때는 얼마 안되는 이곳을 지난번에 했더라면 싶었지만 막상 가보니 3번의 오르내림을 반복해야 하는 결코 만만하지 않은 코스.
바람이 불때는 그나마 다행인데 바람이 불지 않는 오르막은 초장부터 땀이 나 얼굴에서도 땀이 떨어지는 죽여주는 날씨.
오늘 코스중 2번째 높은 봉우리를 지나고 윗장고개 지나고 팔재산 가는길. 땀 많이 흘리는 백성들은 바지에 신발까지 다 젖어 마치 소나기 맞은것 같다.
오늘 바람까지 불지 않았다면 그야말로 고행의 길이 될 뻔했다.
힘겹게 오늘 최고봉인 팔재산 도착. 간식을 먹고 물도 마셔보지만 영 기운은 안난다.
동안총무표 더덕 슬러쉬를 못 먹어 그런것 같다 하니 주말농장을 하느라 더덕 캐러 갈 시간이 안 난다고....
이대장은 오늘 오르막은 끝이라고 나머지는 사부작 사부작 가면 된다는데 이 날씨에는 빨리 갈 수도 없다.
그래도 뒤돌아보면 지난번 안개속에서 헤매던 계룡산 능선이 아름답다. 특히나 오늘 산행지는 밤의 주산지여서인지 유난히 밤밭을 많이 지나고 그래서인지 울타리를 끼고 걷는 길이 많다. 풍수학적으로도 명당인지 묘지도 정말이지 많이 지난다.
널티재에서 길을 한번 건너고 민가에서 물을 보충하려는데 지하수라는데 영 미덥지가 않다.
후미백성 물 받는다 지체하는 사이 선두 백성들은 뭔가 따 먹느라 바쁜 모습들.
뭔가 보니 정말이지 엄지 손톱만한 산딸기가 지천이다. 선두팀들은 하도 많이 따먹어 배가 부르다고...
문제는 따 먹을땐 좋았는데 산딸기와 칡이 뒤엉킨 길을 가려니 정글을 헤치고 가는것 같다.
덥다, 더워 밥 먹고 가자~
후미에서 오던 광명인이 초장부터 쉬었다 간다고 처지는데 탈출한다고 했다고 총무님 걱정이시다. 2시간 밖에 산행 안했는데 벌써?
결국 동안총무가 도로 내려가 택시까지 타는걸 확인하고 우리 밥 먹는 자리까지 되집어 오느라 오늘도 고생 많이 한 총무.
한번 가기도 힘든데 되돌아 왔다 가기 정말 힘들텐데... 거기다 얼음통과 생수를 준비해 지친 백성들 얼음물까지 먹여 가면서 산행 하는 날개없는 천사.
당나귀의 힘은 총무의 힘이라는데 다들 동의. 회장님 왈, 회원 다 안 나와도 총무, 이대장만 남으면 끝까지 가겠노라 하신다...
밤나무 과수원을 지나는데 기분이 참 상쾌하다. 가을이라면 이렇게 안심하고 지날 수 없는 곳을 마음 놓고 지날 수 있다. 밤은 열심히 영글고 있다.
계룡산은 계속 눈을 즐겁게 한다.
유난히 많은 묘지들.
헌데 묘지도 빈부차가 한눈에 느껴진다. 심지어는 풀숲에 가려 조만간 없어질 무덤도 많았다.
비석도 상석도 없는 모여있는 묘지들은 정말이지 정겹다.
밤나무 과수원도 지나고 밭도 지나 초록의 언덕을 올라가노라면 덥긴 하지만 기분은 아주 좋다.
갑자기 교성을 지르는 안샘. 뱀이라도 나타난 줄 알았더니 벌레 때문이라고 해 또 한번 무늬만 여군인걸 딱 걸렸다.
또 한번 치고 올라와 맥주 녹았다고 좋다 하면서 나누어 마시는데 찬 맥주가 들어가니 갑자기 눈에 확 떠진다.
심봉사도 눈을 뜰것 같다. ㅎㅎ
벌문이 고개도 무사히 지나고 마지막 봉우리인 성항산 오르는 길도 은근히 힘이 든다.
16분 걸리네 30분 걸리네 하는데 빨리 올라가 보자는 안샘.
이게 빨리 가는건데? 더 이상 빨리 못가는데?
성항산에서 마지막 간식 먹기. 이 작가님은 항상 당신 간식을 제일 나중에 내 놓으신다. 넘들은 내 짐 줄이고자 먼저 내 놓는데....
오늘 날씨가 덥긴 많이 더운가 보다. 총무님 무한리필 얼음물도 다 떨어져 간다고.... 그래도 남은 길이 얼마 안 남았으니 물이 모자라진 않을거라고...
성항상 지나면서 유난히 버들강아지가 많이 피어있는 내리막 지나고나니 벌목을 해 지저분한 산. 수종개량을 하느라 일부러 베고 새로운 수종을 심은거라는데 몇년은 있어야 정돈이 될것 같다. 산불 난 자리처럼 어수선 하다.
논이 나타나고 오던 방향에서 계속 직진하면 된다고...
30분이면 하산할 줄 알았는데 마지막까지도 제법 길다. 막판 길로 내려서는데 나타난 고라니때문에 또 한번 무늬만 여군의 외침으로 다같이 놀랬다.
드디어 끝.
1시간 걸릴거라는 강사장님, 30분이면 된다는 작가님과 동안총무. 그 중간인 45분 만에 겨우 내려섰다.
8시간 내 마치고 싶었는데 15분 초과.
곧 차 불러 나타났는데 탈진했던 광명인은 기사님이 정성껏 끓여 준 라면 먹고 겨우 회복이 되었다고....
너무 빨리 하산했나 싶었는데 막상 산행을 하다보니 컨디션 안 좋을때 빨리 하산한게 팀 산행에서는 필요한 미덕인것 같다.
더 웃기는건 지난 주 모처럼 헬스장 러닝머신에서 걷다 잠시 딴생각을 하다 넘어졌다는 이대장. 헌데 뒤로 넘어져서도 본능적으로 높은쪽인 머신에 올라서면서 왼쪽 무릎을 그대로갈아 엎었다고....
오늘 산행에 못 올까봐 그 좋아하는 술을 일주일 동안 끊었다는 이대장.
비 온다고 산에 안 오는 백성들을 이해 못하겠다는 이대장.
대부분 사람들은 취미형 등산이고 우리들은 생계형이니까....
아직 더 보람있는 일올 못 찾았으니까...
오늘은 마땅히 먹을 곳도 없고 곧 고속도로로 올라서야 한다고 해 안양에 가 저녁을 먹기로 했다.
올라서기 전 이인의 구멍가게에서 커다란 수박 한덩이 사 즉석에서 환상적으로 가르는 회장님.
당신은 상체가 짧은 신체구조로 (롱다리라는 말씀임) 조금만 많이 먹어도 배가 불룩 나오고 간은좀 부어 옆구리로 삐져 있다나 뭐라나?
넘들 간은 부어 배밖으로 나오는데 이 간은 옆구리로 간다고라? ㅎㅎㅎ
뒷자리에서는 광명에서 사 가지고 온 족발로 술 한잔 하자는데 반응이 시원치 않았나보다. 다신 안 사온다는 아우성을 들으며 잠든 새 어느새 대야미 도착. 대야미는 군포. 이곳에서 봉평 막국수로 초복 전야로 뒷풀이.
회장님 왈, 이작가님은 사진과 동영상을 올리실 테고 화요일 쯤 되면 산행기가 올라오는데 전모모씨가 도중하차 했다고 분명히 쓸거란다. ㅎㅎㅎ
산행은 힘들었지만 끝나고 나면 개운하다.
하긴 겨울은 추워 힘들었고 여름은 더워 힘들었다. 그렇다고 봄, 가을산은 아름답기만 하던가?
그 힘들걸 알면서도 하고나서의 뿌듯함을 잘 알기에 우리는 계속 산에 들리라.....
이젠 2번만 하면 금남도 졸업이라는데 담주는 미리 빠진다 결석계 냈다.
함께 해준 당나귀 멤버들 감, 고, 사~
-이 작가님 사진 및 동영상
-안샘 사진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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