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앞이 모두 길이다 -이성부(1942∼ )
이제 비로소 길이다
가야 할 곳이 어디쯤인지
벅찬 가슴들 열어 당도해야 할 먼 그곳이
어디쯤인지 잘 보이는 길이다
이제 비로소 시작이다
가로막는 벼랑과 비바람에서도
물러설 수 없었던 우리
가도 가도 끝없는 가시덤불 헤치며
찢겨지고 피 흘렸던 우리
이제 비로소 길이다
가는 길 힘겨워 우리 허파 헉헉거려도
가쁜 숨 몰아쉬며 잠시 쳐다보는 우리 하늘
서럽도록 푸른 자유
마음이 먼저 날아가서 산 넘어 축지법!
이제 비로소 시작이다
시작이다. 무한한 당신의 삶이 오늘 아침부터 다시 시작이다. 길들은 무한한 시작의 잎들을 당신의 발 아래 깔아 드리고 있다. 꽃이 최선을 다하여 저기 피어 있듯이, 오늘 아침 꽃들은 제 가슴에서 꺼낸, 지상에서 가장 고운 빛깔의 꽃잎날개로 하늘을 날아오른다. 이 시대에 컴퓨터 자판기도 두들기지 않고, 휴대전화도 오랫동안 꺼놓곤 하는 사람, 산 그림자와 늘 동행하는 산 사나이, 이성부 시인. 당신의 시는 어디서 오느냐는 물음에 그는 대답한다. “산에서든 도시에서든 되도록 많이 걷습니다. 걷는다는 것은 정신적·육체적 자양이 됩니다. “자, 그러면 그동안 닳아져 버린 마음의 배터리들을 충전하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 앞이 모두 길이다. 우리가 갈 수도 있고 안 갈 수도 있는 길, 오늘은 언제나 첫날, 첫 요일, 첫 시각, 첫 차 … 첫첫첫첫. <강은교·시인>
산행일: 2010.6.20 (일)
코스개관: 물한재-덕목재-함박산-황룡재-천호봉-천마산-양정고개 (9:50~17;20)
날씨: 오전엔 습기로 후덥지근한 날씨, 오후엔 햇살로 습기가 제거된 건식 사우나. 그나마 오후엔 간간히 바람이 불어주었음
멤버: 당나귀 산악회 16명
20명을 겨우 넘나 했는데 오늘은 16명. 한숨난다.
염려하던 비는 내리지 않았으나 산길이 습하고 끈적거려 옷 입고 습식 사우나를 하는 듯한 날씨.
초장부터 후미에서 겨우겨우 쫓아가기 바쁘다.
황룡재 지나서부터는 완만한 길이라고 해 내심 다행이다 싶었다.
언제부터인지 몸이 진이 빠진건지 기운이 없어 앞사람 쫓아갈 수가 없다. 멤버 많으면 알아서 빠지는걸 고려해야 할 정도인데 아직은 머리수 보태주는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니 버텨 봐야지?
아주 예쁜 임도가 나왔다. 임도를 따라 걷는데 우리 앞의 강사장님이 그 길이 아니라고 왼쪽 능선으로 붙으라고 한다. 방심한 사이에 주 능선을 놓칠뻔 했다. 휴~
주 능선에 붙어서도 잠시 우왕좌왕 헤맸다. 이 더운날 알바까지 했다간 탈진할것 같은 조바심으로 지레 겁을 먹은 증상인것 같다.
빤히 보이는 덕목재를 호남 고속도로와 국도가 가로막고 있어 삼밭을 돌도 수로를 지나 통과한다.
수로 가기 전 열린 오디 따 먹느라 바쁘다. 가자~
전 같으면 이 작가님이 진작 수로에 오셔서 기다렸다 사진을 찍어주실텐데 오늘은 뒷쪽에서만 노시나 보다 했다.
선두조는 공장으로 해서 지나간 길을 공장 사람이 나와 돌아가라고 해 길을 따라 걷다 산에 붙는 해프닝.
오늘 오전 내내 선두에 섰던 박사장은 옷은 물론 신발까지 다 젖어 버렸다고...
회장님이 공적인 일 때문에 결석한 오늘. 밥 먹고 가자 아우성인데 아무도 반대가 없어 바람 시원해 춥기까지 한 덕목재에서 점심 먹기. 동안총무님이 밥을 비벼 골고루 나누어 먹기.
전에 보다 짧아진 점심 시간. 특히나 오늘 이작가님 제사가 있어 빨리 귀가 해야 하는 날.
산불 났던 자리엔 고사리가 지천이다. 눈 밝고 손, 발 빠른 경미씨와 경림씨 고사리 꺾느라 바쁘다.
난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지라 외면하고 기듯이 걸어 올라간다...
정상 삼각점 지나 있는 깃대봉 표지. 정상석을 일부러 그늘에 만들어 놓은것 같다고...
조금 지나갔는데 의왕 3총사가 쉬고 있다. 어? 쉰지 얼아 안 됐는데?
바람이 시원해 쉬는 거라고...
걸음 느린 난 쉬지않고 통과.
임도가 나타나고 고압선 철답이 있는 곳의 노란 금계국이 피어있는데 정말 아름답다.
앞사람은 가 버리고 작가님은 안 나타나시고 해서 아쉬움을 뒤로 하고 통과.
오늘 철탑을 14개 지난다고 하는데 가끔씩 윙윙대며 우는 고압선.
후미에 함께 오던 세사람은 작가님 기다리며 꽃밭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함께 종주하기로 한 경란씨는 배신 때리고 남미언니와 웰빙조로 간다는 소식.
배신자 같으니라고... 어쩐지 고사리 꺾는다고 지체하더라니....
둘리, 시나브로님 산행기에서 본 황산벌을 내려다 볼 수 있는 함박봉.
활공장 치고는 좀 낮은 감은 있지만 잠시 계백 장군의 마음이 되어 내려다보기.
작가님 사진을 앉아서 찍으신다. 사진 찍는다고 하니 마지못해 일어나신다.
많이 힘드신가 보네...
황룡재에 우리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기사님 우리가 가야할 등산로를 친절하게 알려주신다.
차만 없으면 안내까지 가능할텐데... ㅎㅎ
천호산을 향해 올라가는데 후미의 작가님이 지체해 보이지를 않는다.
완만하다는 천호산은 예상과는 달리 아주 길었다. 은근히 사람을 지치게 한다.
웬일인지 강사장님과 정임씨도 안 나타난다.
어? 바로 뒤에 오셨었는데? 나보다 훨씬 잘 가는데 이상하다 싶었다.
이작가님 총무님께 전화 해 개태사로 탈출 하신다고. 혼자 본내기 그렇다고 의왕3총사 몽땅 개태사로 하산하신다고..
엥? 그럼 내가 진짜 후미?
천호산 정상에 가니 선두조 버찌 따 먹으며 기다리고 있다. 오늘 작가님 얼굴을 거의 못 뵈 사진이 없다고 아우성.
아쉬운대로 내 디카로 찍기.
천호산 지나고 동네에 내려섰다 천마산으로 가기.
천마산이 천호산보다 더 완만한데도 더위에 지친지라 속도는 지지부진.
오늘은 이대장도 힘이 드는지 후미에 있다.
물도 아주 많이 먹히는 날씨.
천마산 정상 사진도 힘들어 앉아서 찍기.
정상 지나고 정자 지나는데 이곳은 동네 사람들 산책 겸 운동하는 코스인지 사람들이 아주 많아졌다.
정자가 있고 정자 앞의 바위는 이름 붙여진 바위를 휙 지나치고 경림씨와 이바구 나누다 보니 어느새 양정고개에 우리 버스가 있고 이작가님 동영상 찍느라 바쁘시다.
진작 내려온 남미언니는 오늘도 쑥뜯기.
7시간 반 꼬박 걸렸다.
옷이 다 젖여 의자에 앉기도 축축하다.
일단 출발. 휴게소에서 잠시 쉬어 옷을 갈아입으니 훨씬 개운하다. 일단 잤다.
3시간도 채 걸리지 않고 고천중학교 앞 원주추어탕 집에 도착.
이부회장님도 남미언니 모시러 와 계시다.
경란씨 바쁜 일 때문에 저녁 마다하고 먼저 퇴장.
당신 때문에 저녁도 못 먹고 바삐 올라왔다고 이작가님이 오늘 저녁 쏘셨다.
추어탕은 추부보다 훨씬 맛 좋았다. 김치도 정말 맛있었고...
18명이 와 5명 웰빙조, 3명은 후반 탈출조.
결국 8명만 완주한 힘겨운 날이었다.
-이작가님 사진, 동영상 추가
'산행기 > 2010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알바로 얼룩진 금남정맥-안개 속을 헤매다 (엄사리-만학골, 7/3~4) (0) | 2010.07.06 |
---|---|
지리를 염두에 두었으나.. (예빈-예봉산, 6/27) (0) | 2010.06.28 |
영등회 여성봉 찾아가기 (도봉산, 6/19) (0) | 2010.06.22 |
대둔산의 재발견 (배티재~물한이재, 6/6) (0) | 2010.06.08 |
대간도 이렇게 널널할 수 있구나.... (성삼재~여원재, 5/29~30) (0) | 2010.06.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