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를 채우면서 - 천양희(1942∼ )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단추를 채워 보니 알겠다
잘못 채운 첫 단추, 첫 연애, 첫 결혼, 첫 실패
누구에겐가 잘못하고
절하는 밤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일깨운다
그래, 그래, 산다는 건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 찾기 같은 것이다
단추를 채워 보니 알겠다
단추도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옷 한 벌 입기도 힘들다는 걸
좋은 시가 갖춘 매력 중 하나는 단순성일 것이다. 이 시는 누구에게나 첫출발, 그 시작이 삶의 행방을 좌우하는 중요한 순간임을 일깨운다. “잘못 채운 첫 단추, 첫 연애, 첫 결혼, 첫 실패” 등 모든 처음들은 다만 제각각의 앞자리일 뿐인데, 이어져오는 삶까지 규정해버린다. 첫 자리가 운명의 고리가 되어 무수한 낱낱들을 한 줄로 꿰어놓는 까닭이다. 한때의 결정이 다음에 올 선택까지 좌우한다는 것은 운명의 가혹한 형벌, 고쳐 살 수 없는 엄혹한 현실이 어떤 처음도 회한으로 되돌아보게 한다. <김명인·시인>
1999년 한국산악회에 인연을 맺은 이후 2001년부터 산림청과 한국산악회가 함께 주관하는 청소년 대상 백두대간 생태탐방이 생겼다.
그 이전에는 명산탐방이라고 해 2박 일정으로 설악, 지리, 한라산을 탐방했는데 내가 들어간 해는 IMF가 터진 해라 한라산 산행이 무산되었고 2000년에 설악산에 한번 참석을 했다.
백두대간은 1회부터 5회까지 연속 참석 했었다.
2006년은 옥주봉 원정가느라, 2007년은 스탭진이 너무 많아서, 2008년 역시 알프스 원정 때문에 빠졌고 2009년엔 나보다 훨씬 젊고 유능한 동업자가 가기로 한지라 마음으로만 성원을 보냈다.
백두대간 코스를 전국 지부에서 한 구간씩 맡는데 고치령-화방재 구간이 힘들어서인지 늘 남아 결국 본회인 우리한테 담당이 되었다.
나만해도 이 코스를 2002년, 2005년 에 이어 올해까지 세번째 가게 된다.
몇번 가 본 코스이긴 하지만 어언 세월이 흐른지라 긴 박 산행이 부담도 되어 간다고는 했지만 혹시나 고문관 노릇을 할까 염려된게 사실.
그래도 옛날보다 나은거라고는 조금 큰 배낭을 장만한 정도? 배낭 크다고 짐 많이 지는건 아니지만...
7.24 (토)-예비소집
조별 강사소개
답사는 참석 못한지라 예비모임에 참석.
올해 처음으로 우리 학교 학생도 3명 참석. 다들 고2 인지라 조장을 맡게 되었다.
내가 맡은 조는 6조로 홍일점 한명이 우리조로 배정이 되어있다. 고2 학생들이 각 조 조장을 맡았고 나머지 학생들도 가급적 같은 학교를 배제하고 팀을 짰다.
오리엔테이션 하고 조별 준비물, 부식 배분 등을 나누고 기념품인 배낭을 출발 당일 나누어주고 짐을 다시 패킹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우리조 한명이 예비모임까지 와서 안 간다고 해 대기자 한명이 우리 조에 들어오게 되었다.
올해 본인은 빠지고 아들만 보내기로 한 신선생이 수고하라면서 점심까지 사 주고 갔다.
7.30 (금)-짐 패킹
출발 전날 미리 만나 장을 보기로 했지만 난 사정상 짐 패킹때 참석하기로 했다.
홍준섭, 황병도, 류문형, 박태성 네명이 장을 봐 왔고 이사님도 나처럼 패킹에 오셨다.
예전 패킹때와 조금 다른건 위원장이 포카리 매니아 인가보다. 포카리 한박스를 사서 강사는 물론 학생들도 나누어 주라고 조별로 나누어 준다고 한다.
헐, 웬 럭셔리?
예전엔 점심에 김밥 메뉴가 있었는데 이번엔 김밥 대신 햄버거가 있다. 마구령에서 버너를 못 쓰게 되어 있어 정한 메뉴라고...
부지런히 겉 포장지 제거하고 날짜별 부식 챙기고 개인별 전, 후반기 간식도 나누어 싸고 하니 저녁 전에 일이 끝났다.
난 친정 제사에 아버지 생신 하는 날이라 부지런히 친정으로 퇴장.
7.31 (토)-산악회-옥대3거리-고치령(1박)
아침 일찍 큰 보따리를 들고 산악회로 가니 전철로, 승용차로 보따리 든 학생, 보호자가 많다.
각 조별로 배낭, 티셔츠, 모자, 스카프 받고 짐싸기.
배낭은 50L 솔트렉 제품인데 좀 작아 보인다. 오늘은 고치령까지 맨몸으로 걸어가면 되니 오늘 저녁 메뉴는 삼겹살.
앞으로 4일 동안의 산행은 무게와의 싸움인데 학생들은 예비모임에서 충분히 설명을 했는데도 막상 준비 해 온걸 보니 한숨이 난다.
간식도 조별 간식을 하루씩 준비하기로 했는데도 각자 개별간식을 준비한 학생도 있었고 집에서나 쓸만한 큰 랜턴을 들고 온 학생도 있다.
각 조별강사들과 신선생이 학생들을 도와 필요없는 짐, 남는 짐들을 후반기 짐으로 뺐지만 막상 배낭을 꾸려보니 턱없이 부족하다. 일단은 구겨서 넣고 달고 짐 챙겨 차에 싣는데 짐칸도 모자라 10여 명 배낭은 차에 실었다.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온 학생들도 있지만 부모님 강요에 어거지로 온 학생들도 적지 않을터. 그래도 한번 와 본 학생이 또 오는걸 보면 고생한 만큼 성취감은 분명히 있는것 같다.
학생들은 설렘과 불안으로 출발하지만 차 밖에 부모님들은 기대반, 걱정반의 심정이리라....
나도 내 아이를 보내고 싶었지만 결국 못 보낸게 아쉬웠다. 이번 참가 학생도 관계자 자녀가 적지 않다. 그만큼 프로그램이 좋기 때문이다.
문제는 오늘이 토요일인데다 휴가 피크철. 의정부에서 빠져 나가는것 자체가 전쟁이다.
기사를 잘 만나 크게 막히지 않고 갔지만 고속도로에서 점심 먹는걸 포기하고 국도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다.
기사님 추천한 식당에서 가격까지 할인해 전화로 미리 주문해 도착하고 기다리지 않고 조금은 이른듯한 점심을 먹고 고속도로 진입.
해 있을때 무사히 옥대3거리 도착.
이곳에서 산림청 트럭지원을 받아 배낭을 차에 싣고 고치령까지는 비무장으로 걸어가기. 날씨는 완전히 땡볕이다.
기념촬영을 했고 1시간 넘게 포장된 도로를 걸어 올라가는데 다행히 처지는 학생은 없는것 같다. 예전과 달리 이 깊은 계곡까지 차와 사람이 있다.
이젠 정말 많이 알려져 있는것 같다.
고치령에 도착. 산림청 파견요원 2명이 진작부터 와서 기다리고 있다.
빈 몸인데도 학생들은 벌써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내일 짐 지고 산행 시작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닌데....
고치령에는 산신각이 있어서인지 기도꾼들이 종종 있는데 오늘은 사람이 제법 있다. 이따 굿을 한다고 미리 양해를 구하는것 같다.
고치령 헬기장은 풀이 무성하다. 장경순선생님이 솔선수범해 풀 제거하고 정지를 해 6동 텐트 칠 장소를 만들었고 산림청 요원들은 간이 화장실을 만들어 주었다.
저녁밥을 해야 해 약수터에 가 물 떠 오기. 헌데 이 약수터를 수리를 하면서 물 뜨기 더 불편하게 만들어 놓았다. 산에서는 짐도 짐이지만 물은 생명이다.
아직은 실감이 덜 가는 가운데 열심히 샘터를 오르내리는 학생들.
학구파 위원장은 유인물 나누어주고 설명해 주느라 바쁜 모습. 허나 유인물은 나누어 줘 봤자 결국 쓰레기밖에 되지 않는다.
심지어는 나누어준 기념품도 한번 잃어버리면 절대로 찾지 않는 학생들. 주워놓은 기념품은 주인 찾아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
고양시민인 장경순샘이 오늘 저녁 한우를 쏜다는데 10명에 10근을 준비해 왔다.
아니 어찌 다 먹으라고? 고양시에서는 1근이 1인분 이라고?
올해는 학생들 삼겹살도 본부에서 나누어 준단다. 헐, 인심도 좋네. 문제는 그 고기가 썰어있지 않단다. 황병도샘이 고기를 가위로 잘라 주느라 고생 많이 하셨다.
우리도 한우 먹다먹다 다 못 먹고 남겼다. 나머지는 아침 홍합 미역국 대신 쇠고기 미역국을 먹기로 했고 그래도 남은은 볶아서 점심 햄버거에 넣기로 했다.
학생들은 아직은 서먹한 가운데 조별로 저녁식사 준비하고 팀웍이 좋은 조는 잘 해서 먹고 잘 안되는 조는 밥도 설고 해 놓은 밥이 너무 많고 뭐 그런것 같다.
그런 가운데 친해지고 밥 하는 요령도 생기고 집에서 해 주는 밥이 얼마나 고마운지 깨닫게 된다.
박선생의 안드로이드폰이 별자리를 알려준다고...
내일부터 본격적 산행이 있기에 일찍 잠자리에 든다. 달리 할 일도 없고...
6조는 여학생 한명이 빠지니 자연 널널하게 잠을 잘 수 있다. 유정이는 나와 둘이 이사님이 가져오신 2인용 텐트에서 자려는데 침낭만 덮었는데도 좀 덥고 답답하다.
밖에서 자는게 오히려 시원할것 같다. 이슬을 염려해 배낭은 타프로 덮어놓고 자려는데 5조 학생들이 늦게까지 자지않고 떠들다 급기야 혼나고 억지로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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