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별’ - 오세영(1942~ )
강물조차 얼어붙은 겨울 어스름,
빈들엔
갈대 홀로 어두운 하늘을 향해
낡은 하모니카를 분다.
허수아비, 허수아비
마른 어깨너머 하나, 둘 돋아나는
초록별.
이룬 건 없는데 벌써 새 달력 부산히 오가는 계절. 겨울 어스름 녘 시인은 왜 빈 들에 나가는가. 철새들 떠난 얼어붙은 강 춥게 바라보는가. 제철 지난 낡은 갈대, 허수아비 되려 하는가. 허정(虛靜)하게 허허롭게 비운 마른 어깨 위 별 하나 둘 돋게 하려는가. 그래서 시인 아니던가. 이미 간 것과 아직 오지 않은 것 사이의 허공, 그 궁핍한 시간에 인간의 별로 뜨는 게 시 아니던가. <이경철·문학평론가>
8.1 (일)-고치령-마구령(점심)-갈곳산-늦은목이(2박)
아침입니다. 이슬은 내리지 않았다.
학생도 우리도 밥 해먹느라 바쁩니다. 스탭진은 산악회 7명, 생태강사 1, 산림청 지원 2명. 도합 열명. 큰 코펠 하나로 한끼 식사가 가능하고 국은 두 코펠을 끓여야 한다. 밥 먹고 남은밥 어쩌냐고 하는 학생들. 오늘은 물 뜰 곳이 없으니 물 충분히 준비하라고 했다.
우리가 잔 흔적 지우고 오늘 나온 쓰레기는 조금이라도 짐을 줄이기 위해 산림청 직원이 타고 온 차에다 버리기로 했다.
헌데도 우리들 짐도 정말 많았다. 다들 짐이 무겁지만 특히나 장샘 짐은 상상을 초월하는 무게. 이사님은 본인 짐이 너무 많아 공동 짐 넣을 공간이 거의 없는것 같다. 나중에 보니 다양한 상황에 쓰일 짐들이 많아서다. (아는게 너무 많은게 장점이자 단점?) 산림청 사람들은 배낭 자체가 너무 작다.
장샘은 산행 내내 맨말에 나무하나 꺾어 만든 닭발 모양의 나무작대기를 들고 산행. 혹시나 뱀이라도 나타나 발을 물을까봐 한 조치라고...
육산에서는 맨발로 다닌다는데 워낙 농부의 자손이라 어려서부터 맨발로 일일 많이 했다고.....
정리 하고 황샘이 주도하여 몸풀기 체조까지 시키고 드디어 출발.
제일 약해보이는 여학생, 중학생을 앞에 세우고 위원장이 선두에서 진행하고 우리들은 후미를 챙긴다.
비교적 빠른 속도로 가던 선두가 30분도 가지 않아 첫번째 쉬면서 생태강의를 한다. 학생들 얼굴은 벌써 지친 모습이다.
하긴 산행 경험도 대부분 없고 배낭 진 경험은 더더군다나 없을 텐데 무거운 배낭을 지고 산행 하는건 정말이지 쉽지 않은 도전일터.
얼마 진행하지 않아 벌써 처지는 학생들이 나타났다.
역시나 홍일점인 유경이가 힘들어해 같은조 오빠들이 짐을 많이 빼 줬는데도 후미를 지키고 있고 키는 170Cm 나 되지만 중1이라 제일 어린 성혁이가 후미에서 처져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발이 평말이라 산행 시간이 길어지면 통증때문에 힘든거라고....
성혁이는 류샘 스틱 하나 받아들고 앞서 갔는데 유경이는 영 회복할 기미가 없다. 이사님이 2일 동안 쉴때 간식 먹여 가면서 유경이 수호천사 노릇을 충실히 해 주셨다. 스틱은 내걸 하나 빌려 주었고....
너무 자주 쉬는 바람에 걷는 리듬이 좀 깨지도 산행 시간도 길어지는 가운데 점심 먹을 장소인 마구령이 도착.
마구령은 땡볕인데도 학생들은 그늘에 쉴 생각을 하지 않고 땡볕에 앉아 점심을 때운다. 문제는 대부분 학생들이 물이 부족하다는것.
아침에 충분히 준비하라고 했는데도 큰 물병을 준비하라고 했는데도 안 가져온 학생들이 많다. 오늘 하루 물의 소중함을 깨닫게 될것 같다.
마구령의 놀러온 사람들은 우리들 일행이 매우 생소했을 터.
강사들도 햄버거를 즉석에서 만들어 먹는데 그냥 빵 보다는 확실히 낫다. 뜯어온 곰취까지 넣으면 곰취햄버거가 된다.
오늘 제일 높은 봉우리인 갈곳산 올라가기. 아마 셀제로 산행하는 4일 중 오늘이 제일 힘든 하루가 될것 같다.
내일부터는 몸도 마음도 배낭에 적응이 될테니까...
유정이가 하도 못가니 보다못한 이사님이 유정이 배낭을 받아 앞에 매고 가는데 황선생이 보더니 배낭을 도로 매게 한다. 앞으로 배낭을 계속 져야 하는데 첫날부터 하면 적응을 할 수 없다고....
다른 학생 배낭에 비하면 유경이 배낭은 정말이지 가벼운데도 힘들기만 한가 보다.
학생들은 대부분 물이 부족한것 같다. 도착하면 물은 있느냐, 씻을 수는 있느냐 묻는다.
4조의 상훈이가 발목이 삐었다면서 통증을 호소. 응급처치 해 주고 스틱도 하나 빌려주고 진행을 시키는데 상태 봐 가면서 내일 산행을 어찌해야 할지 결정해야 할것 같다. 이 학생도 워낙 말라 좀 염려가 된 학생이다.
드디어 오늘 2박 할 늦은목이 도착.
위원장이 우선 학생을 데리고 씻을 준비와 물을 뜨러 내려갔다. 학생들을 물도 마시고 씻을 수 있다는 말에 행복해 한다.
물 뜨러 내려가는 길은 제법 멀다. 물도 몸이 잠길 정도는 아니고 떠서 씻는게 더 좋다. 남학생들 다 씻고 올라간 다음에 유경이와 난 내려가 씻고 올라왔다.
씻고 난 자리에 티셔츠도 떨어져 있고 안경 잃어버린 학생도 있었고 어느 학생은 바지를 놓고 왔다는데 휴대폰이 들어있다고...
이미 해가 져 찾기 어려워 내일 아침 내려가 찾아보기로 했다.
조별로 밥을 해 먹는데 현진이가 조장인 5조가 단합이 제일 안되는것 같다. 뭐든지 늦고 밥도 제일 엉성하게 해 먹는것 같다.
조장은 순하고 조원들은 대부분 다른조에 친구가 있어 친구들과 어울려서 그런것 같다.
1조의 상현이 3조의 봉준이 4조의 재민이 6조 강일이는 솔선수범형 조장이고 2조 종현이는 보성 산악부원인데 카리스마 작력하고 유모어도 아주 많다. 본인이 직접 하기 보다는 조원들을 잘 통솔하는것 같다.
1조 의찬이는 발목 핀 제거 수술 한 지 얼마 안된다고 한다. 헌데 여길 보냈다고?
엄마가 극복해 보라면서 보냈다는데 작년 설악산 구간을 했는데 설악산 구간은 대부분 짐을 놓고 다니는 형태이지만 이 구간은 배낭을 매고 해야 해 짐이 무거워 힘이 많이 든것 같다. 체격도 작지 않아 많이 힘들었을터. 내일부터는 파스, 붕대 감고 산행하기로 했다.
2일째 밤이 지나간다. 류샘과 박샘은 해먹에 자리를 잡았고 나와 유정이도 오늘은 지붕 없이 타프를 덮고 자기로 했다.
낡이 맑은가보다. 자다 눈을 뜨니 나무 사이로 달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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