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 앞에서 - 이시영(1949~ )
울지 마라
오늘은 오늘의 물결이 다가와 출렁인다
갈매기떼 사납게 난다
그리고 지금 지상의 한 곳에선
누군가의 발짝 소리 급하게 울린다
울지 마라
내일은 내일의 물결 더 거셀 것이다
갈매기떼 더욱 미칠 것이다
넘치면서
세계는 조금씩 새로워질 것이다
삶에게 인내의 시간을 권면하는 이 짧은 잠언은 오늘의 고통보다 내일의 그것이 견디기 수월할 것이라는 잔혹한 믿음을 드러낸 것이 아니다. 설혹 내일의 파도가 오늘의 물결보다 사납다 할지라도 그것과 맞서려는 무모함을 포개서 세계가 새로워진다는 것, 그리하여 짧은 생을 한탄만 하고 있을 수 없다는 것. 그것이 이 시의 인내의 이유이며, 변화에의 전망이다. 다소 무책임하게 자연의 섭리까지 끌어들인 이 권유에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역설적인 충족이 있다. 아무런 위로가 없는 것이 삶의 실체라는, 가장 인간적인 모습의 권고가 아름답고 아프다. <김명인·시인>
8.2 (월)-늦은목이-선달산-박달령(점심)-옥돌봉-도래기재(3박)
아침이다.
어제 다친 상훈이는 어제보다 더 나빠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문제는 본인 의사. 본인이 하산을 희망한다. 이곳에서 마을로 1시간 이면 내려갈 수 있다고 한다. 산림청 직원이 병원에 들렸다 오늘 잘 도래기재로 데려오기로 했다. 산림청에서 차량 협조 해 주기로 했다고...
상훈이가 속한 4조 텐트를 상훈이 편에 보내고 이곳에서 나온 쓰레기도 가지고 내려가 준다고 한다.
어제 아팠던 친구들 출불하기 전 치료 해 주고 아침 해 먹고 강일이 주도로 준비체조 하고 짐 정리하고 출발.
오늘 오전의 미션은 1236m 의 선달산 올라가기.
다행히 날이 쨍하지 않고 흐리고 능선에 올라서니 간간히 바람이 불어준다. 학생들도 배낭에 조금은 익숙한 모습이지만 어제에 이어 후미에 처지는 학생들이 오늘도 후미에서 힘들게 올라간다.
유정이는 이사님과 30분 먼저 출발했지만 곧 선두한테 추월당했다. 오늘도 이사님은 유정이 수호천사를 해 주신다. 이사님 무거운 배낭을 매고 유정이 속도에 보조를 맞추려니 많이 힘드신텐데. 쉴때는 이사님이 특별히 가져오신 행동식을 나누어 주신다.
드디어 선달산. 정상석을 배경으로 조별로 사진을 찍었다. 날은 어느텃 화창해져 덥다.
맨 오른쪽 친구 벌에 쏘여 약을 발라야 하는데 바지가 올라가지 않아 내렸는데 보이는 '만원'짜리 팬티.
헌데 그날 저녁 갈아입은 팬티는 '천만원' 짜리.
넌 돈팬티만 입냐? 아닌데 이번엔 그것만 가져왔나봐요... ㅎㅎ
점심 먹을 장소인 박달령 까지도 내리막이지만 힘들긴 마찬가지. 어제 산행을 해 뻐근하니 사실 오늘이 제일 힘들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땡볕의 박달령 도착. 박달령은 5분 정도만 내려가면 사원한 물을 뜰 수 있어 좋다.
오늘 점심은 라면인지라 물이 많이 필요하다. 강사들은 버너, 코펠 가진 류샘, 황샘 등이 늦게 도착해 일단 한개로만 끓여가면서 먹으니 먹어도 먹어도 허기가 잘 없어지지 않는다. 헌데 라면은 먹고 나서의 갈증이 문제.
점심 먹고 일단 유정이를 데리고 먼저 출발. 바로 올라오신 이사님께 유정이 수호천사 노릇을 해 주신다.
오늘 오후 미션인 옥돌봉에 무사히 도착.
정상석 주변은 매우 협소하고 바로 앞 헬기장이 장소는 넓은데 너무 땧볕이다. 잠자리가 자기도 나는거라는걸 과시하듯 유난히 잠자리가 많다.
여기서 1시간 남짓 가면 오늘 잘 도래기재. 이곳은 찻길에 있는지라 오늘 후반기 짐이 도착하고 옷, 부식 등을 교환할 수 있는 날.
그리도 산속보다는 평지인지라 학생들은 이곳에 오면 호텔에 왔다고 특히나 좋아한다.
하산길이지만 대부분 학생들이 근육통으로 힘들어 한다. 특히나 3조의 진식이는 다리가 아파 보이는데도 안간힘을 쓰며 내려간다. 산악부 출신이라 뭐가 달라도 다른것 같다. 빈혈이라는 엄마의 염려섞인 전화를 받은 태섭이는 얼굴이 부은것 같아 걱정했는데 본인 말로는 빈혈도 아니고 원래 눈이 작아 눈이 안 보이는거라고 한다. ㅎㅎ
도래기재는 그새 동물이동 통로가 생겼다. 우리가 잘 정자가 있는 곳에 오니 몇몇 사람들이 놀고 있지만 우리가 텐트 치는데는 큰 지장은 없어 보인다.
현대고 김태웅 선생님께저 엊그제 국토순례 끝나자마자 오늘 이곳에 위문공연 겸 지원차 아이스크림을 한보따리 사 들고 오셨다.
14년에 걸쳐 국토를 다 도셨다는 선생님, 참으로 대단 하시다.
학생들을 오랫만에 본 아이스크림을 아주 맛있게 먹는다. 시원한 맛이 정말이지 그러웠다.
병원에 다녀온 상훈이는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닌데 병원에서 평지만 걸으라고 했다고. 본인이 귀가를 원한다. 그래서 보호자와 통화 후 내일 아침 차 태워 올려보내기로 했다. 많이 힘들어 하는 학생을 더러 짧은 코스로 돌리긴 했지만 도중 귀가한 학생은 이 학생이 처음이다.
우리 후반기 짐을 싫은 트럭이 내일 아침에 가면 좋을텐데 바로 가야 한다고 한다. 씻지도 못하고 옷부터 갈아입고 최소한 짐 줄이고자 실어 보내고 일단 조별로 텐트 치고 밥 해 먹기.
강사진은 근처 송어양식장에 가 회 떠 매운탕까지 끓여서 먹기.
정자에서 놀던 사람들이 방을 빼 줘 정자는 우리들 원룸.
화장실은 길 건너 간이화장실 이용.
해가 지고 계곡을 향해 씻으러 갔다.
여자 둘은 맨 윗쪽에서 씻는데 계곡이 아주 정말 좋다. 세제쓰지 않고 물로만 씻는데도 정말이지 시원했다.
학생들은 웃통 벗는게 재미가 붙었나 팬티 바람으로 돌아다니고 까분다....
헌데 비가 내린다. 평지에 내려와 비가 내려 다행이긴 한데 조금은 심란하다. 내일 날씨는 어찌 되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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