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0산행기

서북릉에서 구름과 놀다 (설악산, 8/19)

산무수리 2010. 8. 24. 23:30

청동거울의 뒷면 - 조용미 (1962 ~ )

내가 보는 것은 늘 청동거울의 뒷면이다

청동거울을 들여다보기까지

짧은 순간의 그 두려움을 견뎌야만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볼 수 있다

구름문, 당초문, 연화문……

시간의 두께에 덮인 녹, 그 뒷면에

정말 무엇을 비추어볼 수 있기는 한 것일까

청동거울 안의 나를 보고 싶다

업경대를 들여다보듯 천천히 동경(銅鏡)을 들어

두 마리 물고기가 마주 보고 있는

쌍어문경(雙魚紋鏡)을 얼굴 앞으로 끌어당겨야 하리

(중략)

쓰윽 손으로 한 번 문지르기만 하면

몇백 년의 시간이 다 지워지고

거기 푸른 녹이 가득 덮인 거울 위에

거울을 들여다보던 오래전 사람의 얼굴이 나타날 것이다

(하략)


뒷면이 중요하다. 앞면이 아니라, 사물의 뒷모습들, 혹은 내밀한 모습들이 들어있기 마련인 뒷면, 시의 상상력은 바로 그 뒷면으로 우리를 끌고 간다. 뒷면의 상처들이 우리를 만든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남는 것은 무엇일까. 깨진 거울의 뒷면이 아닐까. 거기 바람은 하나의 무늬가 되어 지나가리라. 거기서 달려오는 과거를 만나라. 뒷면이 없으려는 앞면들이 오늘의 세상에는 너무도 많다. 모든 뒷면이 앞면을 완성함을 잊은 듯이. <강은교·시인>

 

코스개관: 평촌출발(5:00)-7:40 (장수대)-대승폭포-대승령-귀떼기청봉-한계령3거리-한계령 (16:00)

날씨: 흐렸다 개였다 했던 구름과의 대화

 

백수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숙원사업은 서락, 지리를 한번도 가지 못했다.

올 여름은 사람도, 산도 계획대로 되는게 없어 내내 우울했하고 무기력에 빠졌다.

욕심 같아서는 중청 1박 예약하고 공룡까지 하고 오면 좋겠지만 그럼 짐도 늘어나고 여러가지 번거로와 설악 중 제일 가고 싶은 서북릉만 가기로 하고 5시 출발.

휴게소에서 아침 먹고 장수대 도착해 출발하니 7:40.

날씨는 비가 내린 후 날씨처럼 습하고 시계가 좋지 않다. 혹시 운해를 보지 않을까 기대를 해 본다.

평일이라 사람은 거의 없고 간간히 개인 산행 하는 사람들이 보이는 수준.

  

 

 

 

 

 

 

 

구름은 가렸다 보여줬다를 반복한다. 멋지다....

나무천사는 사진 찍는다고 한참만에 나타난다. 그새 대승폭포도 보였다 가렸다는 반복. 물 흐르는 대승폭포도 보기 힘든데...

일단 오늘 날씨는 행운일것 같은 예감.

대승폭포 찍고 대승령까지의 지리한 길. 땅만 쳐다보고 겨우겨우 올라갔다.

재작년 여산과 셋이 남교리에서 출발했다 여산 컨디션 난조와 물 부족으로 결국 중청까지 못가고 한계령으로 하산했던 길.

오늘은 소박하게 장수대에서 출발해 한계령 하산길을 잡은 상태지만 혹시나 기운 남으면 오색으로 하산했으면 하는 소망이 있었다.

 

 

 

 

 

 

 

본격적으로 서북릉에 붙을때 까지는 생각보다 빨리 나타나 좋았다. 그래도 갈 길이 멀기에 조심해 가면서 오르내리기....

 

 

 

 

 

 

 

새로운 꽃을 발견했다는 나무천사. 알고보니 솔체꽃. 똘배님 사진에서 아주 매력적으로 본 꽃.

설악에서만 볼 수 있는 귀한 꽃들을 만나는 즐거움.

개인적으로 설악 워킹코스 중 서북릉이 제일 좋다.

 

 

 

 

 

 

 

 

 

 

 

 

 

나무천사는 사진 찍느라 한참 뒤에서 오고 난 앞에서 지치지 않도록 아주 조심해 가면서 산행.

드디어 귀때기청봉.

귀때기청봉 조금 지나 늦은 점심 먹기.

귀때기청봉까지 오면 다 온건줄 알았는데 웬걸?

여기서부터 한계령 삼거리까지의 너덜이 훨씬훨씬 힘 들었다. 겨울 눈 쌓여 있을때는 눈 때문에 길이 좀 평평해 덜 힘들게 느낀것 같다.

아무튼 넘어질까, 미끄러질까 버벅대며 가니 웬일로 새색시처럼 걷냐고...

너덜에 완전 쥐약.

 

 

 

 

 

 

 

 

 

 

 

 

 

올라올 때도 귀때기청봉이 구름속에 숨어있더니 산행 내내 구름이 가렸다 보여줬다를 반복한다.

무사히 너덜을 지났고 한계령 하산하는 길. 처음엔 순한것 같더니 계속되는 돌계단 길에 무릎에 신호가 온다.

]

 

 

 

 

 

꼬박 8시간반 만에 한계령 도착.

그새 오색인은 서울에서 병원검진 받고 오색에 도착해 있다고....

나무천사 차 얻어타고 장수대에서 차량 회수해 오색에서 오색인 만나 그린야드 온천장에서 일단 목간 하고 나더니 나무천사 마음이 바뀌어 바닷가 가 회 먹고 오색인 집에서 자고 새벽 출발하자고....

 

양양으로 이사 간 오색인.

오색인이 소개하는 자연산 횟집에서 회 배터지게 먹다 먹다 남겼고 매운탕에 밥 한그릇까지 뚝딱.

대리 불러 오색인 아파트에 가 잠 자고 새벽 4시 일어나 출발.

집에 오니 8시가 좀 안 된 시간.

게론 잘 한 덕분에 꼬박 24시간 갈려 설악에 대한 갈증을 풀 수 있었다.

 

-사진도 한장 빼고는 몽땅 나무천사가 찍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