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노래 - 나기철 (1953 ~ )
그래,
너 좋을 대로
좋은 사람
잘난 사람
다 만나고
나 같은 놈일랑
한 삼사십 년쯤 후
내가 푹, 쭈그러지면
그때라도
만나주거라
이렇게 사랑할 수 있을까. 서양 시인 예이츠가 그랬었지. 한 여자를 깊이 사랑했었는데, 그 여자 떠나가자, 다시 그 딸에게 결혼 신청을 했었지. 어찌 그랬을까. 하긴 이 시의 만남의 주인공이 꼭 인간의 사랑이어야 할 리는 없으리라. 다른 그 무엇, 인생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그 무엇, 그러나 잘 이루어지지 않아 잠 못 들게 하는 것, 그런 어떤 것이어도 좋으리라…. 이것이 시를 읽게 하는 은유의 힘이다. 희망의 힘, 기다림의 힘. <강은교·시인>
8.3 (화)-도래기재-구룡산-곰너미재-신선봉-안부샘터(4박)
밤새 비가 제법 내렸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아침이 되니 조금은 잦아든다.
오늘 야영할 장소는 아주 좁아 텐트 치는데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만약을 위해 플라이만 들고 가고 몸체는 김태웅샘 차로 보내기로 했다.
2일 동안 유정이 수호천사 하시던 이사님께서 더는 힘들어 못하시겠다고 손을 떼셨다. 그러더니 이렇게 가는건 아무래도 무리가 간다고 조치가 필요하다고 염려를 하신다. 다행히 컨디션 난조인 성혁이, 유정이는 오전에 넘을 구륭산이 아무래도 무리인것 같아 김태웅샘이 곰너미재까지 데려다 주신다고 한다.귀가할 상혁이까지 셋이 남고 산림청 요원 한분은 다른분으로 교체되어 40명 중 37명만 출발.
비가 아직은 내리지만 비옷 입을 정도는 아닌것 같다. 학생들 배낭에는 카바가 내장되어 있어 다들 배낭카바를 씌우고 출발.
처지는 학생 2명 뺐을 뿐인데 속도가 빨라져 쫓아가기 힘들다. 비는 다행히 소강상태.
처음 나온 임도에서 생태강의 들으며 쉬기. 이 임도에서 내려가면 각흘사가 멀지 않다고....
오전 미션인 구룡산을 예상보다는 빠르게 도착.
이곳에서 조별로 패밀리 별로 온갖 조합으로 사진을 찍었다.
2005년 이곳에 힘들게 도착하니 스님 몇분이 식사중이시다. 연잎에 싼 밥에 직접 가꾼 야채 등.
부러워하며 쳐다보니 남은 야채, 과일에 쌈장까지 주셨다. 반찬통 어찌하냐고 하니 각흘사로 가져다 주면 된다 하신다.
하안거 중이신데 주말은 스님들도 쉬어 짬을 내 산에 올라오셨다고.... 헌데 아직 그 반찬통 반납 못했다.
-부자지간, 성혁이가 단축길로 오는 바람이 류샘부자가 빠졌다.
아빠보다 더 미남에다 중3인데도 아주 의젓하다. 여기 와서는 아는체 하지 말라 했다는데 마지막에는 그래도 힘들었는지 스틱 하나 빌려가서 쓰더라...
여자보다 더 뽀얀 피부에 정말이지 과묵한 제오. 중학 동창 셋이 참석해 나름대로는 잘 보낸것 같다.
-사제지간
-동창모임
-형제지간
비가 내린 후라 아주 습하다. 빨라진 속도때문에 쉬지도 못하고 부지런히 점심 먹을 곰너미재로 가는데 김태웅샘이 곰너미재에서 마중을 나오셨다.
보통 산악회에서 몇분이 격려차 방문을 하는데 우리 팀은 교통이 나빠서인지 아무도 찾지 않는다. 김태웅샘마저 오시지 않았다면 울뻔 했다.
상훈이 차 태워 올려보냈고 성혁이와 유정이 데리고 올라오시는데 둘 다 어찌나 힘들어하는지 오후 산행을 하겠냐고 걱정하신다. 정 안되면 당신이 데리고 야영장에서 주무시고 내일 아침 태백산 정상에서 만나자 하신다.
유정이에게 물어보니 차 타고 가고 싶다고....
성혁이와 유정이는 기다리며 춥다고 잠바까지 걸치고 있다.
곰너미재에서 몇명이 물을 뜨러 갔다왔는데 물은 많은데 길이 많이 가파르다고...
5조는 5명에 라면이 3개 밖에 없다고 라면 좀 달라고 온다. 맨입으로는 안되고 만원씩 내라고 하니 돈 아깝다고 그냥 간다.
조별 강사인 장샘이 몇개 가져다주어 민생고 해결한다. 애들은 이제 두루 친해져 여럿이 뭉쳐서 잘 놀고 있다.
우리도 라면 끓여 먹었고 후미에서 짬짬히 채취한 더덕은 야영장에 내려가 먹기로 했다.
성혁이와 유정이는 본인 의사에 반해 류샘의 주장으로 오후부터는 함께 하기로 했기에 걸음 느린 내가 둘을 데리고 30분 먼저 출발하기로 했다.
그 덕에 신선봉은 이 둘이 제일 먼저 도착.
신선봉에 답사온 팀이 데포해 놓은 가스, 통조림, 맥주 피쳐를 캐보니 고도가 높아서인지 시원하다. 시원한 맥주 한잔 마시니 기분이 날아갈것 같다.
이곳에서도 두 학생 데리고 먼저 출발하는데 예상외로 성혁이보다 유정이가 더 잘 간다.
시커먼 이 식물은 뭔가 했더니 산죽이 꽃이 피어 죽은거라고 한다. 산죽도 대나무의 일종이라 몇십년 만에 꽃이 피면 죽고 그다음 새 순이 나오는거라고....
이게 산죽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제초제 뿌려 죽은 식물인줄 알았는데...
앞서서 가던 유정이가 거미줄때문에 갈 수가 없다고 해 내가 선두에서 가고 두 학생이 뒤를 따라 온다.
가다보면 선두한테 추월 당하고 후미에서 쫓아가면 선두가 후미를 기다릴겸 생태강의를 듣고 쉬고 있다. 오늘도 조금만 더 가면 5박 할 장소가 나오겠지...
헌데 끝날듯 끝날듯 이어지는 산길.
그래도 길은 너무 예뻤다.
드디어 오늘 묵을 곳.
예전과 달리 큰 나무를 베어냈고 그새 이곳엔 벤치가 생겨 야영하기엔 오히려 불편한 조건.
장소가 협소한지라 조장이 가위바위보 해 장소를 찜하기로 했다. 다들 비장한 각오로 가위바위보를 했는데 6조 조장인 강일이가 1등을 해 제일 호젓한 곳을 잡았나보다. 5조의 경우 물당번도 가위바위보로 정하는데 조장이 늘 져 물당번 전담인가보다. ㅎㅎ
5조 조장 현진이는 늘 가위만 낸다는 조원들 이야기. 생기긴 주먹만 낼것 같은데 그렇다나? 그러더니 가위바위보 연습까지 시킨다. ㅎㅎ
장소가 협소하고 이슬이 내리지는 않을것 같아 플라이는 치지 않고 어제 맞은 비를 말릴겸 펴 놓고 옹기종기 모여 저녁 해 먹기.
그리고 가파른 경사를 내려가 씻기. 물 양이 적어 류샘이 계곡을 조금 파 물을 고일수 있게 해 코펠로 떠서 씻을 수 있게 만들었다.
몇몇 학생은 씻기 귀찮다는데도 위원장이 억지로 끌어다 모든 학생들을 씻게 만들었다. ㅎㅎ
좁은 장소에서 옹기종기 모여 잠이 들었다. 어느새 여기저기 물린 자국으로 무의식적으로 손이 한가할때는 긁적이게 된다.
장샘한테 키가 몇이냐고 물어보는 학생들. 결코 크지 않은 키인데도 키만한 배낭을 지는걸 보더니 깨갱 한다.
정말이지 고마울 뿐이다.
산에서 마지막 밤이 지난다. 이곳은 고도가 높은지라 저녁엔 서늘하기 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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