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0산행기

간간히 비 내리는 지리에서 무지개를 만나다 (8/30)

산무수리 2010. 8. 31. 23:18

‘여름날-마천에서’ -신경림(1935~ )


버스에 앉아 잠시 조는 사이

소나기 한줄기 지났나보다

차가 갑자기 불은 물이 무서워

머뭇거리는 동구 밖

허연 허벅지를 내놓은 젊은 아낙

철벙대며 물을 건너고

산뜻하게 머리를 감은 버드나무가

비릿한 살냄새를 풍기고 있다


말복, 더위도 이제 끝물. 산뜻한 나무 냄새 물 냄새, 젊은 아낙 허연 허벅지 살냄새 시원한 여름 시 한 편 올립니다. 겁쟁이 버스와 산도적 같은 소나기와 새침데기 버드나무와 활달한 젊은 여인네가 에로틱하게 어우러지는 지리산 아래 마을 냇가 풍경 보여드립니다. 더위에 지치지 마시고 이제 대자연과 맨몸으로 정직하게 만났던 여름 아쉬워할 때입니다. <이경철·문학평론가>

 

 8/30 (월)

 

어제 저녁 늦게 와 설치던 팀들은 일출이라도 보려는지 3시부터 부산을 떨다 사라졌다. 계속 사람들이 일어나 사라지고 우리도 일어나야 하느거 아니니 5시 일어나자고 해 잠깐 잠이 들었나보다. 일어나라고 깨운다.

바지, 잠바는 잘 말랐고 라지에터 위어 올려놓았던 장갑, 깔창, 무릎보호대도 아주 잘 말랐다.

 

어제 남은밥 물 더 부어 끓여 밥을 먹었고 커피까지 한잔 타 마시고 간식이 아무래도 부족할것 같아 세석 나눔 함에 들어있는 간식 몇개 챙겼다.

누군가 벤치에 쌀 한봉지 버리고 가 집에 쌀도 떨어져가 쌀도 챙겼다.

우리 밥 먹는 새 군인팀 먼저 출발했고 홀로 온 청춘도 우리보다 한발 먼저 출발하며 사진 좀 찍어 달라고 한다.

군대는 다녀왔고 16박 일정의 국토대장정을 다녀왔다고 한다. 산에는 다녀보지 않았는데 아버지가 산을 좋아 하신다고... 내년엔 꼭 아버지와 와 봐야 겠다고 한다.

내년까지 기다리지 말고 겨울 지리에 오라 권했다. 겨울엔 날씨도 대부분 화창하고 상고대가 아주 그냥 죽여준다고....

 

 비는 내리지 않지만 아직은 뿌연 세석

 

이 닦고 온다는 나무천사가 안 올라온다. 하고 꾸물대 먼저 출발한 시간이 6;15. 너무 늦었다.

비가 좀 그쳐서인지 꽃과 풀들이 일어나서인지 꽃이 많다. 천상의 화원에 구절초가 제일 많은것 같다.

 

 

 

 

촛대봉 올라올 때 까지도 안 올라온다. 남푠과 둘이 오면 다 좋은데 내 카메라를 가져가 버려 사진을 찍을 수 없다.

내 눈에 아름다운걸 찍고 싶은데....

 

 

 

잠시 후 하늘이 벗겨지며 멋진 조망이 보인다. 우와~ 바로 이맛이야....

파란 하늘이 보이고 구름 사이로 햇살이 내리비친다. 오늘 날씨는 좋으렸다?

 

 

 

 

 

 

 

 

 

 

헌데 기대와는 달리 하늘은 훤한데 비가 내린다. 지나가는 비 인줄 알았다.

이 지나가는 비가 개선문 지나서까지 내린것 같다. 조금 많이 조금 적게 양의 차이만 있었다.

 

 무지개

 

 

해가 나면서 비가 내려서인지 거대한 무지개가 떴다. 멋진 모습이다.

그나마 다행인건 비가 내리는데도 시계는 크게 나쁘지 않고 구름과 어울어져 동양화 같은 모습들.

어제 비에 비하면 가벼운지라 비옷은 입지 않고 배낭 커버만 씌운 상태.

 

 

 

 

 

 

 

 

  

 

세석에서 장터목 넘어가는 경치가 제일 아름다운데 그나마 이 정도 경치를 보여준다.

밤새 시체놀이도 했고 아침도 배부르게 먹었건만 어제 아프던 허리는 그나마 좀 나은데도 이젠 다리가 무거워 걸음이 영 더디다.

장터목 오는데 거의 2시간이나 걸렸다. 장터목에 오니 빗발이 조금 세졌다.

 

 

장터목에서 잠시 쉬면서 간식 먹고 홀로 온 청춘 우체통 옆에서 사진도 찍어주고 한발 먼저 출발.

아무래도 바람도 불것 같고 비도 더 내릴것 같아 잠바를 입었는데 제석봉 올라가니 덥고 답답해 벗어 치웠다.

 

 

 

 

 

 

 

 

 

 

 

 

제석봉은 여전히 아름답다. 사람도 거의 없고 간간히 짐 놓고 올라갔던 백성들이 내려온다.

훌로 온 청춘도 곧 우리 뒤를 따라 올라오고 있고...

 

 사스레 나무 옆에서...

 

 

 

 

 

 

통천문 지났고 천왕봉을 보니 아무도 없는것 같다. 올라가보니 한팀이 있어 겨우 사진 찍을 수 있었다.

사람이 없으니 널널하게 천왕봉 앞, 뒤판 사진 찍고 맘에 안든다고 다시 찍으라고 해 몇번이나 다시 찍기.

홀로 온 청춘은 뒤에서 오고 있어 올때까지 기다렸다 사진 찍어주기...

정상주를 나누어주니 초코렛을 준다. 집에 있던 묵은 초코렛에 비해 맛이 아주 좋았다.

이 청춘이 우리보고 어디로 하산하냐고 해 중산리로 간다고 하니 자긴 거창 이모네 들렸다 간다고 한다. 그럼 백무동쪽이 교통편이 편하지 않겠냐고 하니 장터몪까지 되돌아가기 싫다고 한다.

중산리로 내려가도 교통편이 있을것 같다고 했다. 곧 따라 내려온다던 이 학생 결국 끝까지 못 만났다. 우리가 너무 빨리 내려오진 않았는데 다른 길로 간건가?

 

 

 사진 찍어주던 팀은 천왕샘에서 추월.

 

 

 

 법계사 직전 암릉에서 잠시 하늘이 벗겨져 속살을 보여주더니...

 

비는 이제는 소강상태. 간간히 올라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작은 배낭이나 빈몸. 저렇게 가볍게 천왕봉에 올라가도 되나?

우린 이틀 걸려 겨우겨우 다녀왔는데?

 

 

법계사 들릴 힘도 없어 나무천사만 가서 사진 찍고 오고 난 홀로 내려가는데 헬기장에서 법게사가 잘 보인다. 혹시나 천왕봉을 볼까 아무리 기다려도 더 이상 벗겨지지 않는다.

 

 

지루한 중산리 하산길. 그나마 어제보다는 길에 물이 많지 않아 천만 다행. 아침에 나무천사가 비닐을 주면서 양말 겉에 신으라고 줘 처음엔 뽀송했지만 걸으면서 비닐이 밀려 결국 발은 도로 다 젖어 버렸다.

계곡은 불어난 물에 굉음을 내며 흘러 내려간다. 이런날 장터목에서 계곡으로 하산했으면 비경을 감상했으려나?

헌데 내 기억에 계곡 하산길도 썩 편안한 길은 아니었던것 같다.

 

 12시. 드디어 산행 끝.

 

다리도 뻣뻣하고 무릎도 아파오고 정말 힘들었다. 성중 종주도 이렇게 힘든데 몇년 전 화대종주를 어찌 했나 싶다. 나날이 저하되는 체력, 늘어나는 체중과 나이.

버스 정류장까지 일단 내려가니 버스가 50분 출발이라고...

표 사고 화장실에서 일단 발만 닦았다. 발이 부어서 쪼골쪼골해 통증이 오고 엄지발가락은 성이 난 상태.

전화로 서울가는 3;20 차 예매하고 맨발로 차 타고 차 안에서 말리고 졸다 전화 받고 깼다.

원지 도착하니 1:40. 서두르면 2;20 차가 가능할것 같아 차표를 바꾸고 단골 식당에 가 된장찌개로 부랴부랴 점심 먹기. 반찬이 전보다 맛이 없어졌다.

아래동네도 어제는 비가 많이 내렸지만 오늘은 비가 내리지 않았다고....

식당에서 신문지 얻었고 티도 갈아입고 승차. 버스는 만석.

신발 안에 신문지 넣어놓고 새 양말 신고 자다 깨다 가는데 고속도로에서도 소나기를 두번 만났다. 신발에서는 젖갈 냄새가 났다.

 

집에 와 세탁기에 빨래 돌리고 배낭, 등산화, 잠바는 물빨래 하고 순식간에 정리.

넘들 며칠에 할 일을 1시간도 채 안걸리고 하는 집은 별로 없을거라고....

다 좋은데 엄지발가락이 건들리기만 해도 통증이 온다. 이러면 안되는데 아무래도 병원에 가야 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