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에 대한 반가사유 - 황지우(1952 ~ )
해 속의 검은 장수하늘소여
눈먼 것은 성스러운 병이다
활어관 밑바닥에 엎드려 있는 넙치,
짐자전거 지나가는 바깥을 본다, 보일까
어찌하겠는가, 깨달았을 때는
모든 것이 이미 늦었을 때
알지만 나갈 수 없는, 무궁(無窮)의 바깥
저무는 하루, 문 안에서 검은 소가 운다
수족관 넙치에게 유리 밖의 세상은 죽음이 도사린 영원한 바깥이다. 그러나 갇힌 자에게는 그걸 알아도 어쩔 수 없이 벗어나고 싶은 맹목의 그리움이 있는 것이다. 차라리 태양의 흑점으로 사는 눈먼 장수하늘소라면 분별의 안팎인들 무슨 차별이 있겠는가. 그 바깥이 자신 속에 도사린 심연임을 깨닫는다고 해도! 낭떠러지인 줄 알면서도 가야 하는 인간의 길은 언제나 있는 법이고, 그래서 존재는 비극적이다. <김명인·시인>
코스개관: 서원리 - 527봉 - 백지미재 - 구병산(876m) - 853봉-신선대 - 헬기장 - 장고개 (10;45~18;45, 13.2km )
날씨: 여름보다 더 더웠던 9월. 그나마 한줄기 소나기로 나머지 구간을 이어갈 수 있었다.
멤버: 당나귀 12명
비 예보가 있던 오늘.
추석 전이어서인지 고속도로 정체가 심해 예정시간보다 1시간 늦게 산행 기점 도착.
12명 중 3명은 단축코스로 가기로 하고 9명이 사진 찍고 출발한 시간이 10:45.
초장부터 계속 오르막인데 오늘 날씨가 심상치 않다. 화창하다 못해 따가운 날씨가 한여름보다 더 덥게 느껴진다.
30분 쉬지않고 치고 올라가 겨우 능선이 붙었는데 바람 한줌 불지 않는다.
힘든건 나만은 아닌지 바람 조금 부는 곳만 있으면 앉아서 쉬고 한번 앉으면 일어나기 싫어한다.
오늘은 쉬엄쉬엄 가자는데 의견일치. 물도 많이 먹힐것 같아 조금은 불안하다.
그나마 능선에 올라서니 바람이 가끔씩 불어준다. 날씨가 맑아서인지 조망만은 아주 훌륭하다.
그래도 이렇게 더운것 보다는 비 조금 오는게 낫겠다는 사람들.
12시 넘으면 무조건 점심 먹는다고 조금 협소한 자리에 앉아 기다리는데 후미가 영 오질 않는다.
이대장이 힘들어하는 박사장이 후미에서 거의 탈진해 있어 안 먹는다는 막걸리를 억지로 먹여 데려왔다고 한다.
너무 힘드니 밥맛도 없다. 대부분 물 말아 한끼 때우는 모드. 그나마 워낙 사람이 적어 다 모여 밥을 먹는데 강사장님이 예쁜 레이스 식탁보를 들고 오셨다.
알고보니 마눌님 살 부러진 양산에서 천을 떼서 만든 재활용품.
이거 빤쮸 만들어 입는게 더 좋겠다고 웃기는 동안총무. ㅎㅎ
구병산 갈 길은 멀기만 한데 밥을 먹어도 기운 별로 안 나는건 마찬가지 이다. 쉴때 마다 물도 먹고 죽염도 먹고....
단축조는 구병산 바로 아래라는데 우리는 아무리 빨리 가도 1시간 이상 걸릴것 같다.
없는 힘을 쥐어 짜 겨우겨우 정상 도착. 그나마 선두조에 붙어 올라갔는데 후미 사람들은 보이질 않는다.
우덜끼리 정상 사진 찍고 내려가는데 멀리 비구름이 몰려오고 천둥도 친다. 곧 여기도 비가 내릴것 같다고....
아니나 다를까 정상 바로 아래에 단축조를 만나는 순간 내리는 비.
난 목이 너무 말라 맥주를 찾으니 강사장표 얼린 맥주를 주신다. 반캔을 먹고 나니 물로는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해소되는 느낌.
조금 있다 후미도 도착. 이 컨디션으로 오늘 목표지점 까지 갈까 염려가 되었다.
특히나 부회장님은 우리가 갈 길이 암릉에 밧줄구간이라 비가 와 많이 미끄럽다고 하산해야 한다고 종용.
헌데 배린 소나기 덕분에 더위는 좀 가셨도 물도 덜 먹힐것 같다.
이 힘든 곳을 또 오고싶진 않기에 그냥 진행하는 팀에 끼어 가기로...
탈출이라는 단어 자체를 모르는 박사장 부부가 갈등하다 최종 탈출하고 했고 이대장은 안경 눈안 한짝을 잃어버려 산행 자체가 힘들어 탈출.
5명만 함께 진핼 할 줄 알았는데 탈출 하신다던 작가님이 마음을 바꿔 함께 하신다고...
참 잘하셨어요. 탈출했다 혼자 다시 하려면 더 힘들잖아요...
헌데 구병산 하이라이트는 구병산 정상 지나서부터 853봉이 멋진 암릉과 조망이 일품.
이 멋진 경치를 우리끼리 보는게 미안할 지경.
중간 쉬면서 과일 먹고 있는데 까마귀 한마리가 계속 울어댄다.
까마귀 밥이 모여 있어 그렇다고 우리가 한명 남아 까마귀 밥이 된다면 누가 될지 가위바위보를 진지하게 해 보자는 회장님.
시종일관 주먹만 낸 총무님이 뽑혔다.
이 총무님이 칼을 꺼내들었더니 갑자기 까마귀 소리가 사라졌다. 영물은 영물인것 같다고 다들 웃었다.
길은 조금은 살 떨리지만 조심하면 충분히 갈 수 있는 구간. 바람까지 시원해 정말이지 살맛이 난다.
문제는 암릉구간이라 생각보다 산행 거리는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
암릉구간을 통과해 오니 여긴 위험구간이고 부녀자 길은 따로 있다는 안내판.
신선대까지 무사히 찍고 하산하는데 해가 지려고 한다.
마른 천둥소리는 계속해서 울리는데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는다.
해 지기 전 하산하려고 부지런히 걷다보니 오전보다는 좀 힘이 난다.
마지막 헬기장에서 행북한 단체사진 찍고 그때부터 거의 뛰다시피 걷는데 비가 한, 두 방울 내리기 시작한다.
우리가 하산하길 기다렸다 내리려는것 같다.
막판 팍팍한 계단길을 뛰듯이 내려와 버스를 만난 시간은 산행 시작하고 8시간이 꽉 찬 시간.
하산길이 높지 않아 다행이긴 했지만 결코 만만한 구간은 아니었다.
탈출조는 거의 수영장 수준의 계곡에서 알탈했다고 다들 뽀얀 얼굴로 우릴 맞는다.
그러더니 우리보고도 씻으라고 계곡가에 데려다 준다.
우리도 바쁘게 땀 씻고 옷 갈아입고 시내에 들어가 '군산식당'에서 갈치조림으로 조촐한 저녁 먹기.
밥 다 먹고 출발한 시간이 20:10. 길 엄청 막힌다고 화장실 미리미리 다녀오라는 기사님.
연속극 내리 3편 보고나니 11시. 자정이 넘을 줄 알았는데 범계역 근처에 내린 시간이 23;45.
집에 오니 자정이 막 지난 시간.
처음 같아서는 정말이지 오늘 구간 완주 못하는 줄 알았다.
그나마 내려준 소나가와 태풍 영향으로 불어준 바람 덕분에 무사히 한 구간을 이을 수 있었다.
-이 작가님의 사진, 동영상 추가 (산행도 힘든데 동영상까지 찍으시느라 고생 많이 하셨다. 감사드리며...)
'산행기 > 2010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빡세게 충북알프스 2구간을 가다 (장고개~장암리, 9/19) (0) | 2010.09.24 |
---|---|
영등회, 비봉능선을 가다~ (삼각산, 9/18) (0) | 2010.09.24 |
간간히 비 내리는 지리에서 무지개를 만나다 (8/30) (0) | 2010.08.31 |
오리무중 지리에서의 수중전 (8/28~30) (0) | 2010.08.31 |
대간에서...(공식 사진) (0) | 2010.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