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0산행기

오리무중 지리에서의 수중전 (8/28~30)

산무수리 2010. 8. 31. 23:17

비오는 날에 -나희덕 (1966~ )

내 우산살이 너를 찌른다면, 미안하다.

비닐우산이여

나의 우산은 팽팽하고

단단한 강철의 부리를 지니고 있어

비오는 날에도 걱정이 없었거니

이제는 걱정이 된다.

빗속을 함께 걸어가면서 행여

댓살 몇 개가 엉성하게 받치고 선

네 약한 푸른 살을 찢게 될까 두렵구나

나의 단단함이 가시가 되고

나의 팽팽함이 너를 주눅들게 한다면

차라리 이 우산을 접어두겠다.

몸이 젖으면 어떠랴.

만물이 눅눅한 슬픔에 녹고 있는데

빗발이 드세기로

우리의 살끼리 부대낌만 하랴

비를 나누어 맞는 기쁨,

젖은 어깨에 손을 얹어

따뜻한 체온이 되어 줄 수도 있는

이 비오는 날에

내 손에 들린 우산이 무겁기만 하다.


가끔 ‘누군가와 함께 걸어갈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라고 생각될 때가 있다. 사방이 환히 열려 있는 이 여름, 창틀 너머로 보이는 골목길도 어디엔가로 열심히 가고 있구나. 우산 하나가 귀중하다. 당신을 찌르지 않는 우산 하나가. 오늘 아침 나희덕 시인은 이런 우산 하나를 주는구나. <강은교·시인>

 

8.28 (토) 23;20 수원역에서 구례구행열차

8.29 (일) 3:20 구례구역-성삼재(4;50)-노고단-노루목-삼도봉-화개재-토끼봉-연하천-벽소령-세석(16:30 1박)

8.30 (월) 세석(6;10)-장터목-천왕봉-법계사-중산리 (12:00)-원지(14:20차)-남부터미널(17:40)

 

행사 관계로 놀토에 출근을 하고 월욜 대체 휴일.

주말 지리산 대피소 예약이 하늘의 별따기 이기에 이런 절호의 찬스에 지리에 들기로 했다.

멤버모집은 아예 포기하고 나무천사에게 갈건지 말건지, 혼자라도 갈거라고 통보.

헌데 연일 내리는 비에 호후 주의보. 그나마 다행인건 주말 예보에 지리산은 일욜 오후부터는 갠다고 했다.

 

영랑제 참석 후 평일 퇴근시간 비슷하게 집에 와 청소하고 반찬하고 짐싸기...

8시가 넘어도 안 들어오는 나무천사. 가는겨 마는겨?

집에 와 기상특보로 입산 금지라고 전화 해 봤다는 나무천사.

그래도 갈거거든? 노고단까지라고 가 볼거거든?

 

수원역에 가 23;20 차 탑승.

함께 가면서도 내내 미쳤다고 외쳐대던 나무천사, 간간히 배낭 맨 백성들을 보고 미친 인간들이 여기도 있네...

자고 새벽 하차. 비는 내리지 않는데 호우특보 영향인지 내리는 백성도 몇팀 안되고 택시 호객꾼도 거의 없다.

버스는 텅텅비어 터미널에 도착. 지리 초행인 사람인지 이 차 성삼재 가냐고 묻는 백성.

여기서 아침 먹겠다는 나무천사. 헌데 문 연 식당이 하나도 없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4시 터미널 출발 졸다 성삼재 도착. 한 백성 노고단까지 안 가냐고 묻는다. 배낭은 제법 크던데 이 역시 초행인가?

화장실 들렸다 출발하는데 입산통제는 하지 않는지 문은 열려있다. 시작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는데 비가 내린다. 노고단까지 우산쓰고 갔다.

 

 내가 봐도 할머니 포스가... ㅠㅠ

 

노고단 취사장에 사람이 보이긴 해도 휴일 이렇게 한갖진 노고단도 처음이지 싶다.

한 백성 왈 어제 입산통제 했는데도 우겨서 들어왔는데 오늘 산에 못 갈 이유가 없다나 뭐라나...

싸 가지고 온 도시락으로 아침을 먹는데 비는 조금씩 내려서인지 통제가 풀려서인지 산행 시작한 사람들이 간간히 보인다.

바로 옆 자리 청춘 둘이 세석에서 장터목까지 얼마나 걸리냐고 묻는다. 2시간 걸린다고 하니 오늘 장터목에서 1박을 한다나 뭐라나?

헌데 복장이나 장비를 보니 아무래도 초짜 같다. 과연 장터목까지 갈 수 있을까?

남 걱정 하지 말고 나나 잘 가라고?

 

 

 출발부터 고어잠바를 입고 출발.

 

 

 노고단에 올라서니 한팀만 보이고 조용하다. 역시나 가스가 꽉 찬 상태

 

약수터 패션으로 보이는 한팀이 얼른 선두를 양보한다. 이 팀 1차 시기는 노고단이고 2차 사기는 반야란다.

바로 내 뒤 홀로 온 청춘이 있어 나도 얼른 양보.

입산 통제 안한 것만 고맙게 생각하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지리를 걷는다. 비 때문인지 꽃들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길은 당연히 젖어 있고 간간히 구덩이도 있고 늪같은 길이 있어 빠지지 않게 조심 조심.

 

 

 

 

 

 노루목에서

 

노루목까지 앞에도 뒤에도 사람이 없다. 아무것도 안 보이니 찍을 것도 없다. 그냥 땅만 보고 걷기..

안 보여도 반야에 올라간다던 나무천사 빗발이 강해지니 통과 하기로...

이 비에 반야 가면 정말 미쳤다고 할것 같다.

 

 

 

 삼도봉에서..

 

삼도봉에 가니 홀로 온 청춘이 장터목까지 가겠다던 청춘들 사진을 찍어주고 있는데 삼도봉 표지판을 가리고 앉아 있다.

삼도봉 표지가 나와야 하거든요?

여기가 삼도봉이예요? ㅎㅎ

우리도 인증샷 한장 찍고 먼저 출발.

 

 

 

 화개재

 

화개재에서 홀로 온 청춘 추월해 가는데 장터목 팀은 오지 않는다.

토끼봉에 올라서서 허기가 져 빵 먹기. 이번 산행 나무천사가 안 간다고 뻐기는 바람에 부식, 간식준비가 매우 부실. 허기져 죽을지도 모르겠다...

토끼봉은 빨리 나타나는데 연하천은 아무래도 벽소령쪽으로 이사간것 같다 하면서 겨우겨우 연하천 도착.

 

 야.. 연하천이다...

 

11시 채 안 시각. 그래도 여기서 점심을 먹어야 하고 배도 고파 라면 2개 끓여 남은 밥 말아먹기. 그리고 커피 타 마시기...

취사장에 전국에서 왔다는 군인 6명이 역시나 라면 끓이는데 한명은 벌써 무릎 통증이 오는지 멘소레담 연고로 도배를 하고 있다. 대피소에서 압박 붕대를 사 왔길래 감아줬다. 이것도 추억이라며 사진 찍어 집에 보내고 통화하는데 여긴 샤워장이라나 뭐라나...

8;30 경 예약한 세석에서 문자가 왔는데 호우특보 해제라고 입산 통제가 풀렸단다. 그래서 날씨가 좀 좋아 지는 줄...

우리 밥 다 먹고나니 도착하는 장터목팀. 결국 세석까지도 못 온것 같다.

홀로 온 청춘은 오늘 벽소령1박, 장터목 2박 예약을 했다고 한다. 이렇게 시간이 적게 걸릴 줄 몰랐다고....

 

 연하천을 출발하며..

 

연하천 출발할때 반짝 날이 훤해지고 비가 그쳤다. 헌데 출발 하자마자 비가 제대로 내려다니 벽소령 갈때는 거의 폭우 수준으로 내린다.

발은 진작에 푹 젖었고 속옷까지 다 젖은 상태. 장화인지 등산화인지....

길도 다 계곡이 되 버렸고 그나마 맑은 물은 낫건만 흙탕물은 들어가기 좀 그랬다.

 

 

 벽소령 도착.

 

벌써 짐 푼 백성이 몇몇이 빗물에 씻고 있다. 아직 1시 밖에 되지 않는데 긴긴 시간 뭐하려나 넘의 일이지만 걱정된다.

1시. 할 일도 없는지라 벽소령 출발.

 

 벽소령에서 세석가는 초입은 평탄한 길로 아침 일찍 가면 기분 좋은 길. 헌데 이 길이 완전히 수로가 되어 있다.  물 첨벙대는거 찍어야 한다나 뭐라나...

 

 

 선비샘.

 

선비샘까지 가는데 1시간도 더 걸렸다. 이젠 기운도 빠지고 다리도 아파온다. 정말이지 죽을맛이다.

선비샘에서 잠시 쉬면서 양말도 다시 짜 신었다. 연하천 이사갈 때 선비샘도 함께 이사 간것 같다.

세석은 원래 먼데 살았으니 할 수 없고...

 

 세석 가는 길 반짝 해가 나고 하늘을 보여주는 듯 하더니 도로 사라져 버렸다.

 

오후면 갠다던 날씨는 갤 생각이 거의 없는것 같다. 비가 그치는듯 하면 다시 세게 내리는 날씨. 오늘은 와도 좋으니 제발 내일은 안 왔으면 하는 소박한 소망.

 

 

 

 

세석이 가까워 졌다. 비는 일단 소강상태.

막간을 이용해 0신대 찾아보려 했으나 실패. 힘도 없는데 시간만 허비했다.

세석 도착하니 4시반. 곧 군인팀 선두 도착.

홀로 온 청춘도 오늘 세석1박 하고 내일 하산한다고...

6시가 안 된 시간이라 일단 밥을 해 먹고 들어가기로...

양말을 벗어보니 발은 불어 터지다 못해 쪼골쪼골 해 졌다. 발 뒤꿈치는 물집도 생겼고 짧게 깎아 안 그래도 신경 쓰이던 엄지발톱이 영 신경이 쓰인다.

다행히 옷은 젖었지만 춥지는 않다. 쌀 다 밥 하고 김치찌개 끓여 부실한 저녁을 먹고 나니 6시 10분 전.

 

 

방 배정 받고 담요 받고 자리를 잡았다. 현재 상황으로는 지금 밥 해 먹는 사람이 다 아니냐고 하니 아직 더 두고 봐야 한단다.

여자는 2층을 주고 남자들은 1층. 동계지리 평일보다 더 적은 인원 같다.

7시 깜박 잠이 들었는데 해가 완전히 지고 나서 사람들이 더 도착. 2층도 여자들 10명 정도 더 오고 왁자지껄하고 옷 갈아입는다고 떠들어대고 아래층에서는 초저녁부터 코고는 사람이 다른사람 잠을 방해 한다.

9시 넘어 소등하고 나서 도착한 사람들은 담요 내 놓으라고 문을 두드려 댄다. 늦게 온 사람들은 방 난방 하기가 그래서인지 거실에 자리배정을 해 주었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아주 오래 시체놀이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