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0산행기

한남금북정맥 이어가기 (수레너미재-분젓치, 12/19)

산무수리 2010. 12. 20. 20:30

자라를 기다리며 - 송창우(1968∼ )

비 갠 여름 아침 깨어진 굴뚝 틈새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연기 속에서 자라 한 마리가 납작 기어나왔습니다 그날 아버지는 이장선거에 나가 이장이 되고 나는 반장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막대기로 찌르고 발로 툭툭 찬 죄로 형은 오후 내내 쇠꼴을 두 지게나 베는 벌을 섰습니다 그날부터 나는 도망간 누나를 기다리듯 비 갠 아침마다 굴뚝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자라를 기다렸습니다 날마다 연기는 피어올랐지만 아직도 자라는 오지 않았습니다


소풍날이면 ‘산속에 귀신이 있으니 고수레 고수레 하며 김밥 한두 알을 꼭 풀숲 쪽으로 던져주거라’ 당부를 하시던 어머니가 생각난다. 그때 어머니는 풀숲의 새와 개미들에게도 소풍 기분을 맛보게 하시고 싶었나 보다. 자라를 신성시하는 태도를 비합리적이라고 비웃지는 말자. 생명을 함부로 하지 않는 이런 오랜 믿음이 우리를 둘러싼 생태계를 지켜온 굳은 신념이라면, 그것은 미신이 아니라 아름다운(美) 믿음(信)이다. <손택수·시인>

 

산행일: 2010.12.19 (일)

코스개관: 수레너미재-것대산 봉수대-상당산성-이티재-구녀산-분젓치 (9:20~16:30)

날씨: 추웠다 풀린 날씨라 산행 하기 좋았던 날

멤버: 당나귀 10명.

 

지난번 산행으로 한명이 병가중이라 오늘은 몇명이나 나올까 반신반의 하면서 나오는 날 보고 재미도 없다면서 또 가냐고 아침부터 시비다.

안샘 병문안을 15일에 다녀온 김에 저녁에 2차까지 해 실질적인 송년회였다는데 난 영등산악회 산행과 겹쳐 참석 하지 못했다.

거기서 이런 저런 이야기와 입장들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코스도 탄력적으로 운행하기로 했다고 한다.

 

어제 하프를 뛴지라 몸이 피곤해 일어나기 힘들어 게으름 피우다 차 도착에 겨우 맞춰 도착.

오늘은 10명. 그래도 2자리 수?

박사장은 지난밤 술독이 빠지지 않았다고 차 안에서부터 병든 닭인가 보다. 나도 피곤한지라 누워서 잤다.

오창휴게소에서 한번 쉬고 산행 기점인 수레너미재 도착해 사진 한장 찍고 출발한 시간이 9:20.

 

 

사진 찍고 길을 건너 앞능선 타고 내려와 도로 이 길을 건너야 정맥길을 잇는거라고...

오늘도 몇번의 길을 건나야 한다고. 오늘은 거리는 길지만 완만해 산행 시간은 짧은 편이라고 해 조금 안심이 된다.

날씨도 푹한것 같아 대부분 잠바 벗고 산행 시작.

 

 

오늘의 산행 주제는 당연히 안샘 이야기.

그 아픈 다리로 걸어 내려갔다는 사실에 용감한건지 참을성이 미련할 만큼 큰건지 하면서 우리의 무지함에 미안함까지 겹쳐 여러 이야기를 했다.

나이먹어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 떨어지자 마자 강사장님이 오른쪽 발이 조금 미끄러지며 넘어졌다.

많이 미끄러 지지 않았는데도 넘어지며 왼쪽 발목을 접질른것 같다. 그것도 산행 시작 하자 마자...

시립묘지 평평한 곳에 내려서 일단 바깥쪽이 아프다고 해 파스 붙이고 붕대를 감았다.

 

 

 

걸을만 하다고는 하시는데 조금 불편해 보인다. 일단은 가 보고 상태 봐 가면서 하산을 결정하기로 했다.

 

 

 

여기는 간간히 이정표도 보였다.

오늘 걷는 길이 둘레길 수준의 완만한 길인것 같다.

 

 

 

것대산 활공장에 도착하니 청주시내가 내려다 보이는데 정말 크다. 도청소재지가 있으니 저 정도는 된다는 회장님 말씀.

활공장 바로 아래 봉수대가 보인다. 처음엔 이게 상당산성인 줄 알았다.

 

 

 

 

 

 

 

화덕구이 하면 딱 좋을 봉수대가 보인다. 이곳에서 회장님표 홍삼을 한 뿌리씩 하사해 태어나 처음으로 홍삼을 먹어 보았다.

특히나 남자들은 이 홍삼에 열광하는 모습. 강사장님 빨리 나으시라고 미리 드리는 거라는데  보기도 처음인 난 구워 동그랗게 말린 오징어 인줄 알았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조망이 제법 멋지고 산이 높지 않은데도 산겹살이 제법이다.

이쪽 산악회 쪽 분들을 만나 산행 안내 책도 한권 얻었다. (오창에 이사하실 분들을 위해)

강사장님은 지금은 안쪽 발목이 아프다고 해 파스 다시 한장 붙이고 붕대를 다시 감았다.

여기서부터 사람이 많아지더니 상당산성에 가까워 가니 점점 더 많아진다. 정맥 하면서 이렇게 많은 사람을 만나는것도 처음이다.

 

 

 

상봉재 지나고 상당산성에 가기 전 강사장님은 하산하기로 결정. 이곳을 지나면 이티재까지는 탈출 할 곳도 없고 무리하지 않아야 다음 산행에 지장이 없을것 같다고 판단. 이 작가님이 강사장님 다치면 마눌님한테 원망 듣는것도 있고 함께 산행 할 친구를 잃으면 안된다고 오늘 산행 하고 말것도 아닌지라 하산 결정.

아쉬움을 뒤로 하고 동안총무님이 차 태워다 주고 오기로 해 출발.

 

 

 

 

 

 

 

 

 

 

 

상당산성은 생각보다 규모가 아주 컸다. 남한산성보다 더 넓어 보였다. 이곳 성은 위로 쌓은게 아니라 아래에서 싸서 담장이 아닌 축대 모양이다.

정맥 구간은 산성을 끼고 한참 걷다 암문을 통해 이티재로 내려서는 길이 나왔다.

도중 노점상에서 파는 땅콩, 엿도 맛이 있어 보여 사서 나누어 먹었다. 이곳은 청주 사람들의 쉼터인지 남녀노소 아주 다양한 계층들이 산보나온 곳을 우리들은 쌍지팡이 들고 배낭 매고 걷고 있으니 낯설어 보여을것 같다.

오늘 산행은 상당산성을 보는 것만도 소득.

 

 

 

 

이티재 뱡향으로 내려서니 비로서 한갖진 정맥길 모습.

이곳은 상당산성 둘레길 코스인지 꼭대기를 지양하고 산 둘레를 연결해 길을 낸것 같다. 그래서 오늘 산행에서 제일 높다는 봉우리 하나를 이대장과 작가님 빼고는 통과 하게 되었다. 아무튼 한갖지고 좋은 이길을 잔차 타고 올라오는 팀을 만났다.

1시가 다 되기 전 밥 먹으려고 자리를 잡는데 궁금해 하시는 강사장님 전화, 바로 그 뒤 동안총무님이 나타나신다.

마음이 바빠 길만 보고 걷다 잠시 알바까지 했다고...

밥 안 싸온 전사장까지 충분히 먹고 다시 출발. 전사장은 이티재까지만 간다고 주장하는데 오늘은 여기서 길어야 3시간도 안 걸린다고 설득.

당나귀 산행 전날만 되면 잠이 안 온다는 전사장님.

아니 왜? 설레어서?

한번 탈진해 도중하산 후 회복하느라 시간 많이 걸렸다고. 입담이 쎄 자연 산행은 왁자지껄한 모습.

 

조망이 썩 트이진 않지만 간간히 나무와 능선의 어울어짐에 감탄사도 나온다.

 

나도 한번 넘어졌도 회장님은 두번이나 미끄러져서 파안 대소.

앞에서는 경림씨가 넘어졌다고 한다. 우리가 산 땅 다 모으면 별장 하나는 짓겠다 웃었다.

 

 

잘생긴 느티나무에 누군가 통째로 태울 셈이었는지 속에 불 난 흔적이 보인다.

 

이티재에서는 강사장님과 기사님이 기다리고 계시고 이대장은 먼저 출발했고 이작가님이 사과를 꺼내놓고 기다리고 계시다.

배낭을 차 안에다 놓고 몸만 가기로 해 이곳에서 산행 마친다는 전사장까지 다시 출발.

 

 

오늘 처음 보는 정상석 구녀산.

구녀산 전설은 아들 하나 살리자고 딸 9명을 죽게 만든 으시시한 전설.

9녀자를 만나야 한다고 해 세 여자는 있으니 6명만 만나면 된다고 했는데 정말 6명을 다 만났다고...

 

 

 

 

드디어 분젓치의 정자.

뒤로는 저수지가 보이는데 이곳이 초정약수 나오는 초정이라고...

여기까지 왔으니 오늘도 탄산 온천을 하기로 했는데 한집 빼고 온천이 다 문을 닫았다. 그래서인지 목간통은 제법 붐빈다.

1시간 정도 목간 하고 나와 시내 청국장으로 유명한 곳으로 찾아 가기.

 

 

무사 산행을 마친 후 하는 건배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 안샘.

강사장님의 부상은 있었지만 다행히 상태가 더 나빠지진 않은것 같아 치료 잘 받고 2주 정도 쉬면 산행 가능하시리라 믿으며 허기진 백성들 청국장과 김치찌개로 배부르게 밥 먹고 출발한 시간이 7:30.

잠깐 자는 사이 차는 막히지도 않고 무사히 안양 입성.

2010 당나귀와 가장 많은 산행을 한것 같다.

처음 참석 했을 땐 가끔 참석하는 회원이었는데 어느새 빠지면 안되는 멤버가 되 버렸다. (희소성 때문이긴 하지만...)

 

한해 감사했습니다.

회장님, 대장님, 총무님 노고 덕분에 잘 먹고 잘 자고 산행 길~게 원없이 해서 개인적으로는 참 좋습니다.

몸이 마음만큼 따라주지는 않지만 가급적 빠지지 않고 참석하려 합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 드립니다~

 

-이작가님 사진, 동영상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