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0산행기

징안산 찍고 집으로~ (12/12)

산무수리 2010. 12. 16. 22:30

반뼘 - 손세실리아(1963∼ )


무명 록 가수가 주인인

모 라이브 카페 구석진 자리엔

닿기만 해도 심하게 뒤뚱거려

술 쏟는 일 다반사인 원탁이 놓여 있다

기울기가 현저하게 차이지는 거기

누가 앉을까 싶지만

손님 없어 파리 날리는 날이나 월세날

은퇴한 록밴드 출신들 귀신같이 찾아와

아이코 어이쿠 술병 엎질러가며

작정하고 매상 올려준다는데

꿈의 반뼘을 상실한 이들이

발목 반뼘 잘려나간 짝다리 탁자에 앉아

서로를 부축해 온뼘을 이루는

기막힌 광경을 지켜보다가 문득

반뼘쯤 모자란 시를 써야겠다 생각한다

생의 의지를 반뼘쯤 놓아버린 누군가

행간으로 걸어 들어와 온뼘이 되는

그런


다리나 절뚝거리고 함부로 술을 쏟는 저런 반편이 원탁을 품고 있으니 장사가 잘될 턱이 없다. 그래도 월세 날이면 이 절뚝발이 원탁의 진가가 드러나니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고 했던가. 무명과 은퇴가 서로를 부축하고, 구석과 상처가 만나 서로를 위로하는 이 기막힌 라이브를 보라. 파고들 틈이 없는 온뼘보다 그늘을 이해하는 이런 반뼘들이 사무치는 시절이다. <손택수·시인>

 

장수샘은 남원에 결혼식이 있어 참석하셔야 한다고 했고 푸르름도 통영천사가 올라와 만나고 가야 한다고 두분 다 산행은 못 한다고 해  어디로 갈까 설왕설래 하다 장안산 짧게 타고 귀가 하기로 했다.

무룡고개에서 정상 찍고 되돌아오면 굳이 밥을 싸지 않아도 될것 같다. 아침 거하게 차려주셔서 잘 먹고 간식까지 한아름 싸 주신다.

푸르름은 집에서 농사지은 쌀을 사은품으로 주셨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선물까지...

 

 

 

 

 

 

 

 

 

 

 

 

 

 

 

 

 

 

 

 

 

 

 

 

 

 

 

 

 

 

 

 

9시 넘어 출발해 무룡고개에 차 놓고 난 모처럼 배낭도 지지 않는 공주산행을 하게 되었다.

장안산은 덕태산과 달리 초장부터 눈이 그대로 있어 아이젠을 하고 가는게 안전하다고 나무천사 아우성을 친다.

아이젠 하고 조망터에 올라가니 어제보다 시계가 좀 더 좋아져 지리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반대편에는 덕유산도 아주 잘 보인다.

작가들 사진 찍느라 진행이 느리니 우리들도 널널 산행이 된다.

장안산은 높이에 비해 험하지 않고 조망도 좋은지라 단체, 개인 팀들이 자주 눈에 띈다.

 

장안산 정상에서 만난 한팀도 차 때문에 원점회귀산행을 하신다고 한다.

단체로 올라오는 팀들은 태반이 전문가가 아닌 일반가의 모습들. 올라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아이젠을 하지 않았고 어떤 사람은 스틱 고무도 빼지않고 짚고 올라오고 심지어 어떤 사람은 원버클 아이젠을 앞뒤 뒤집어서 끼고 있다.

간식 먹고 사진 찍고 놀며놀며 내려오니 3시간이 소요. 올라오는 사람이 3시간 걸렸다고 하니 그렇게 많이 걸렸냐고 깜짝 놀란다.

우린 그래도 빨리 왔다 생각했는데....

푸르름 식사 전이면 함께 점심 먹자 전화를 하니 그새 무룡고개 올라왔다 갔다는데 우리 차를 못 봐 산행 끝나고 벌써 출발한 줄 알았다며 통영 친구가 김장 하는 날이라고 일찍 귀가해 자긴 벌써 금산 휴게소라고....

 

 

우리는 장계에 나가 점심 먹고 고속도로 타기로 했는데 고개를 넘어갔어야 했는데 도로 백해 장수샘 집 앞에서 정신 차리고 다시 되돌아 가기...

장계 시내에 도착하니 밥 먹을곳이 겨우 눈에 뛴다. 여산이 중국집으로 콜해 자장면, 짬봉밥, 잡채밥, 짬봉으로 점심을 먹고 2시 고속도로 진입.

셋은 잠자고 기사 홀로 운전하기.

중부로 가자는데 기사가 안 막힌다고 경부를 고집. 중간 좀 정체. 7시 전 평촌 도착.

저녁 함께 먹고 해산.

숙식 제공되니 경비는 기름값, 통행료와 식사비 정도만 들었고 크리스마스 선물까지 듬뿍 받은 행복한 1박2일 이었다.

두루 감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