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소령 내음/이성부
이 넓은 고개에서는 저절로 퍼질러 앉아
막걸리 한 사발 부침개 한 장 사먹고
남족 아래 골짜기 내려다본다
그 사람 내음이 뭉클 올라온다
가슴 뜨거운 젊음을 이끌었던
그 사람의 내음
쫓기며 부대끼며 외로웠던 사람이
이 등성이를 넘나들어 빗점골
죽음과 맞닥뜨려 쓰러져서
그가 입맞추던 그 풀내음이 올라온다
덕평봉 형제봉 세석고원
벽소령 고개까지
온통 그 사람의 내음 철쭉으로 벙글어
견디고 이울다가
내 이토록 숨막힌 사랑 땅에 떨어짐이여
사람은 누구나 다 사라지지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나씩 떨어어지지만
무엇을 그리워하여 쓰러지는 일 아름답구나!
그 사람 가던 길 내음 맡으며
나 또한 가는 길 힘이 붙는다
더 이상 잘 수가 없다. 여탕은 썰렁하기도 하거니와 하도 오래 누워있어 허리가 아프다.
5시 남탕에 가 봤다. 남탕에서 한 인간이 방뇨를 하는 바람에 오줌세레를 받아 잠을 설쳤다고 한다.
전생에 무신 악업을 지었는지 모르겠다고 고회장님 웃기신다.
일단은 밥을 해 먹고 나서 생각해 보기로 했다.
취사장에 내려오니 몇몇 팀이 밥을 해 먹고 있다. 여탕에 있던 여자 2명은 진작 짐 싸서 나가더니 아직 취사장에 있다.
대학생 4명으로 된 팀은 한명은 운동화의 추리닝 바지인데 아침에 눈 퍼다 녹여 커피 끓여 에이스 크랙카 찍어먹는다. 어제 저녁은 삼겹살 구워먹더니 오늘은 우아하게 먹고 먼저 출발.
우리 밥 하고 어제 남은 찌개로 아침을 먹고 점심에 먹으려고 밥을 좀 쌌다.
날씨는 눈발도 아직 날리고 바람도 분다.
날이 갤것 같지 않다고 여산은 음정으로 내려가자고 하고 이감탄은 어차피 오늘 천왕봉 못 간다면 굳이 갈 필요 있느냐 하고 난 그래도 장터목 까지는 가보고 싶고...
절충안으로 세석까지 가서 하산하기로....
그래도 오늘은 일출 무렵 붉은 기운을 볼 수는 있었다...
대부준 사람들도 출발을 미루어 대부분 늦게 출발. 우리도 8시나 되어 벽소령 겨우 출발.
그래도 오늘은 잘하면 하늘을 볼 수 있을것 같은 예감이...
조망이 보이기 시작. 찍사들 카메라 들이대기 시작.
언제 눈이 왔나 싶은 파란하늘과 햇살에 비치는 눈.
마치 바닷속 하얀 산호초를 통과하는 듯한 느낌.
반야도 보이고 광양만까지 보이고 천왕봉도 보이는 환상적인 날씨.
바로 이 맛으로 큰 산에 오는건데....
세석에서 하산하려니 정말 많이 아쉽다. 세석에서 장터목 경치는 더 죽여줄텐데....
고교때 부터 산에 다닌 고회장님은 예전 고장났던 무릎이 이번 산행으로 도로 통증이 와 힘들어 하신다. 헌데도 오늘 제일 헤매는 백성은 나. 그래서 장터목까지 가자고 고집도 못했다.
보약을 해 먹고 다녀야 하는건지 갈수록 체력은 빨리 고갈되 간다. 나만 나이를 먹는건지..
오뎅라면 먹기
출발 전 인증샷
마천으로는 초행인줄 알았는데 다 내려와 보니 와 본 '두지바구' 민박집 겸 버스 종점.
여산, 이감탄 곳감 한통씩 사고 버스 들어올 시간이 남은지라 노느니 걸어 내려가 버스를 타고 중산리 들려 원지 도착.
전화로 예매햔 18:50 버스 표 받고 단골식당에 가 된장찌개로 하산주 먹기.
주인장이 이제야 우리 얼굴을 알아보기 시작.
종주 성공은 비록 하지 못했지만 아무 탈 없이 무사히 내려왔고 오늘 환상적 경치도 맛 봤으니 더 이상 욕심 부리지 않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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