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조 - 이시영 (1949 ~ )
내산 형수의 욕은 온 동네가 알아주는 욕이었다. 아침부터 새 샘가에서 쌀을 일다 말고 “저 자라처럼 목이 잘쑥한 위인이 밤새도록 작은마누래 밑구녕을 게 새끼 구럭 드나들듯 들어갔다 나왔다 들어갔다 나왔다 해쌓더니만 새복에 글씨 부엌이서 코피를 한 사발이나 쏟고는 지금 비틀배틀 배틀재로 넘어가는구만” 하고는 돌아서서 코를 팽 풀다가 어린 나를 발견하고는 “아따 데름 오래간만이요 잉” 하며 잔주름이 접히는 상큼한 눈웃음을 웃으면 내 얼굴은 그만 홍조로 붉게 달아오르는 것이었다.
욕이 판소리 가락 같다. 따라 읽다 보니 얼씨구, 추임새가 일 듯하다. 매운 양념과 구수한 양념이 잘 버무려진 남도 음식 앞에서처럼 감칠맛 나는 욕이 한껏 해학미를 돋운다. 이런 욕은 극단적으로 치달을 수 있는 분을 여유 있게 풀고 삭이는 지혜의 방편이 된다. 실컷 욕을 먹어가면서도 헤헤헤 마냥 즐겁게 밥을 먹던 욕쟁이 할머니집이 그립다. 그 신명나던 욕들은 다 어디로 가버렸을까. <손택수·시인>
만나는곳: 2011. 2.4 (금) 10:30 사당역 5번 출구
코스개관: 사당역-파이프계곡-헬기장-관악사지-케이블카능선-과천보건소 (11:00~16:30)
멤버: 친구와 동업자 동갑내기 넷
날씨: 입춘이어서인가 춥지 않던 날
연휴를 그냥 보내자니 아쉬워 선수모집을 해 보니 넷. 생각보다 많다.
모처럼 관악산을 가기로 해 쫀누나와 평촌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도착했다는데 보이질 않는다.
알고보니 자긴 범게역에서 날 기다리고 있다고...
전철을 타고 만나니 마침 괜찮아 보이는 남정네가 작업성 멘트를 날리고 있었는데 내가 전화를 하는 바람에 기회를 놓쳤다고 웃긴다.
사당역에서 만나 막걸리 한병 모처럼 샀다.
산은 예상대로 사람이 많았고 길은 반질반질해 초장부터 아이젠을 하고 가니 많이 안심이 된다.
올 들어 산행이 처음이라는 고천사, 그리고 몇달만에 산행을 한다는 바람꽃.
초장엔 잘 하더니 후반으로 갈 수록 힘들어하긴 한다.
요즘 매일 걷기를 하는 쫀누나가 역시나 젤로 잘 걷는다.
마당바위 코스는 사람이 너무 많은지라 파이프능선으로 길을 잡으니 역시나 탁월한 선택.
쫀누나는 눈 뭉쳐 던져 가면서 우리를 웃긴다.
점심은 안 싸 와 관악사지에서 쫀누나표 약밥을 점심 대신으로 먹고 연주암에 가니 공양시간이 끝나가는데 들어가면 밥 줄거라는 보살님. 연주암 밥을 한번도 못 먹어봤다는 쫀누나 소망을 실현시키고자 배는 별로 고프지 않았지만 점심공양을 오랫만에 했다.
밥 먹고 커피까지 마시고 사람 적은 케이블카 능선으로 하산.
이곳에서 구세군쪽이 아닌 청사뒤로 방향을 잡았는데 길을 우측으로 잡았는지 처음보는 길이 나오더니 철조망이 나온다.
우왕좌왕 하다 결국은 철조망 둘레길을 걸어 나가니 과천보건소 뒤.
점심 안 먹고 왔으면 큰일 날뻔 했다 웃었다.
점심은 늦게 먹었고 배는 안 고프고 시간은 너무 이른지라 뒷풀이 생략하고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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