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1 산행기

성인봉 다시 가기 (1/20)

산무수리 2011. 2. 6. 23:05

사과를 먹으며 - 함민복(1962∼ )



사과를 먹는다

사과나무의 일부를 먹는다

사과꽃에 눈부시던 햇살을 먹는다

사과를 더 푸르게 하던 장마비를 먹는다

사과를 흔들던 소슬바람을 먹는다

사과나무를 감싸던 눈송이를 먹는다

사과 위를 지나던 벌레의 기억을 먹는다

사과나무 잎새를 먹는다

사과를 가꾼 사람의 땀방울을 먹는다

(중략)

사과의 씨앗을 먹는다

사과나무의 자양분 흙을 먹는다

사과나무의 흙을 붙잡고 있는 지구의 중력을 먹는다

사과나무가 존재할 수 있게 한 우주를 먹는다

흙으로 빚어진 사과를 먹는다

흙에서 멀리 도망쳐보려다

흙으로 돌아가고 마는

사과를 먹는다

사과가 나를 먹는다


작은 사과 한 알이 우주를 담고 있는 곳간이다. 그 속에 결국은 흙으로 돌아가고 마는 나의 전생과 후생까지 고스란히 쟁여져 있다. 이 둥근 순환의 질서 속에선 무엇 하나 낭비할 수 없다. 아삭 베어 무는 과육이 곧 나의 살점이고 입안에 고이는 과즙이 나의 체액이기도 하므로. 사과에게 어떻게 잘 익은 양식이 되어 다가갈 것인가. <손택수·시인>

 

내일은 확실하게 배가 뜬다고 했으니 실제로 울릉도 마지막을 기념해 성인봉에 다시 올라가기로 했는데 의외로 희망자가 적다.

사진 찍는 작가님은 어제에 이어 오늘도 일출부터 일몰까지 찍는다고 새벽부터 나가셨다는데 눈 내리는데 웬 일출?

우리방 사람들 성적이 그중 좋아 산에 함께 가기로 했다. 종남씨도 처음엔 안 간다는걸 공갈과 회유로 끌고 함께 올라가기 시작.

 

 

 

 

 

 

 

 

 

그새 산은 눈이 더 쌓여 성인봉 올라가는 길도 희미한 상태. 특히나 나무 근처를 잘못 밟으면 허리까지 빠진다.

박샘 따라 온 고1 산들이는 어제는 아빠 따라다니지 않고 홀로 독립선언을 하더니 오늘은 아빠는 산에 안오고 산들이만 산행팀에 끼었다. 같이 놀 친구도 없고 많이 심심할텐데도 잘 견디고 있다.

처음 산행보다는 그래도 빠른 속도로 정자 지났고 안평전 가기 전 일단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눈은 그치지 않고 바람도 불어 날씨 이러면 내일 배는 뜨려나 하는 걱정이 되었다.

눈을 피하고자 플라이 치고 떡라면에 계란까지 넣고 배부르게 먹고 나니 종남씨, 해일씨 등은 성인봉 가지 않고 하산한다고 해 나머지 사람들만 성인봉 찍고 가기로 했다.

 

 

 

 

 

 

 

 

 

성인봉 가는데 가이드인 희돈씨가 우측으로 우회해서 간다고 했는데 전형석씨가 이길이 아무래도 아닌것 같다고 해 한참 지도를 보더니 이 길이 맞다고 다시 출발.

헌데 한참 진행하다 개미목 가는 길에 꽂아놓았던 막대기를 찾았다며 이길이 확실히 아니라고 해 결국 거의 1시간 정도 허비하고 되돌아와 러셀이 안 되어있는 길을 헤치고 겨우겨우 성인봉 도착.

그새 성인봉도 눈이 더 많이 쌓여 있었다. 헌데 시간이 지체해 빨리 하산해야 할것 같다.

문제는 하산길도 또 가이드가 헤매는 바람에 또 알바를 하고 나니 밥 먹던 자리까지 되돌아오는데 3시간이나 걸렸다. 거의 2배의 시간이 걸린것 같다.

이젠 부지런히 하산하기.

 

군데군데 엉덩이 썰매 타 가면서 내려가도 해가 졌다. 다행히 대부분 랜턴을 갖고 와 무사히 하산을 하니 바닷가에 오징어잡이 배가 떠 있다.

산에서는 날씨가 나빴는데 내려오니 날이 가고 달이 보이고 배의 불빛을 보니 어찌나 반가운지.....

내일은 이 섬을 드디어 떠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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