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야생의 슬픔 - 박노해(1957∼ )
산들은 고독했다
백두대간은 쓸쓸했다
제 품에서 힘차게 뛰놀던
흰 여우 대륙사슴 반달곰 야생 늑대들은 사라지고
쩌렁 쩡 가슴 울리던 호랑이도 사라지고
아이 울음소리 끊긴 마을처럼
산들은 참을 수 없는 적막감에
조용히 안으로 울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산들은 알아야만 했다
사라진 것은 야생 동물만이 아니었음을
이 땅에서 사라진 야생 동물들과 함께
야생의 정신도 큰 울음도 사라져버렸음을
허리가 동강 난 나라의 사람들은
다시 제 몸을 동강 내고 있다는 걸
산들은 참을 수 없는 슬픔에
조용히 안으로 울고 있었다
천적이 사라져버린 하늘이 참새들을 절망케 한다. 매서운 부리 앞에서 참새들은 어쩌면 살아있는 자신의 심장 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제 산에 들어도 산에서 우리는 그 어떤 두려움도 느낄 수 없다. 오싹 머리끝이 쭈뼛해오는 그 싱싱한 공포감은 다 어디로 가버렸을까. 우리가 야생을 노래하는 것은 야생의 눈망울에 비친 하늘을 잊지 않기 위해서이다. <손택수·시인>
산행일: 2011.2.12~13 (토요무박)
코스개관: 덕룡임도-노룡재-국사봉-가음치-활성산-돈밧재-불티재 (5:00~13:00)
날씨: 제법 쌀쌀한 날씨. 구름이 끼었던 날이 차차 맑아짐.
멤버: 카페 30명.
땅끝기맥 2구간. 2구간 까지는 특별한 경치는 없다고 한다. 즉 지루하다는 것.
3시반 나주곰탕으로 아침을 먹는다더니 내린 집은 낙지집. 낙지집 브라인드에는 낙지가 혀를 낼름거리는데 막상 나오는건 곰탕이라는 이름의 갈비탕. 맛은 좋았다.
밥 먹고 출발지점에서 좀 쉬다 5시 출발. 지난번 종점인 골프장 주차장인지 어디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따라서 출발.
이리저리 골프장 뒷산을 헤매고 돌고 하다 길로 내려선 곳이 노룡재. 컴컴하다.
표지기 따라 올라간 곳이 넘의 마당. 좋은 길 놔두고 왜 이리로 오냐는 주인장. 그러게요...
노룡재에서 국사봉 가는길 안부에 서니 날이 훤해진다. 선두는 국사봉에서 일출을 맞을거라더니 우리들은 국사봉 가는길 능선에서 겨우겨우 일출을 보았다. 그 일출도 보여주다 구름에 가렸다.
이곳은 등산로 정비를 하는지 군데군데 간벌을 해 놓아 어수선하다. 그래도 지난번처럼 잡목이 찌르는 곳은 거의 없고 고도차도 심하지 않고 조망도 좋은편이라 내심 신나 했었다.
국사봉에 힘겹게 올라가니 조망이 아주 좋다. 월출산이 한층 가까워 졌다. 정상에서 사진 한방 찍고 월출산을 향해 가자~
헌데 여기서부터 대부분의 길이 임도. 산으로 갈 수도 있는건지 임도가 맞는건지 모르겠는데 발 빠른 선두가 임도를 걷는데 후미백성이 무슨 수로 산으로 갈까?
오늘 산행구간이 길다지만 이렇게 임도를 걸으면 내심 수월하리라 생각했다.
가음치에 내려서서 보호수 지나니 노인회관앞이다. 이곳에서 한팀이 쉬고있어 덩달아 우리들도 쉬었다. 그동안 곰탕 힘으로만 왔지 간식 한번 제대로 먹지 못했다.
헌데 명수를 세어보니 30명 중 21명이 이곳에 모여있다. 9명 선두만 앞으로 내 달렸고 후미가 21명이나 된다 웃었다. 더구나 이렇게 많이 모여보기는 또 처음이라고 한다. 모처럼 앉아서 간식을 계통없이 먹었다. 그리고 출발.
임도는 한동안 이어졌고 축사를 지나는데 텅텅 비었다. 구제역 때문인지......
목장을 지나니 활성산 안내판이 나온다. 임도를 한참 걷다 산길로 들어서는데 이 길도 나무들이 자꾸 붙잡는다.
오늘 기맥은 기맥이 아니라 '길맥'이라 웃었다.
멀리 시설물이 보이고 산불감시탑이 보이는 곳이 활성산으로 보이는데 정상 직전에 좌측으로 내려서더니 우측으로 꺾인다. 정상에서 바로 내려서면 될뻔했다.
길이 휘어진 곳에서 사람들이 한참 서 있는걸 보니 월출산 조망이 잘 되는곳 같다.
마음이 바빠 가보니 막상 조망은 나무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가시밭길.
철조망을 넘어 지나가는데 가시와 덩쿨이 휘감겨 있고 길도 제대로 나 있지 않아 정말이지 후미백성들 많이 힘들었다.
가시밭길 지나 무덤이 나오더니 어디가 길인지도 모르겠다.
후미대장님이 오더니 왼쪽길이 맞다고 해 내려가니 길이 좀 낫다. 여기서도 임도가 한번 나왔다. 돈밧재인줄 알았다.
임도를 따라 걷가 산길을 따라 제법 많이 올라가니 보이는 저수지가 월곡제라는데 이곳에서도 한참 내려오니 이제야 돈밧재.
언제 가나....
길 건너 산길로 들어서는데 세죽밭이다. 그래도 여기 세죽은 쓰러져 있진 않아 낮은 포복은 하지 않아도 됐다.
돈밧재에서 봉우리 4개 더 올라가야 한다는데 한 10개는 더 넘은것 같다.
오늘 산행에 고도차도 심하지 않았고 임도도 많이 걸어 내심 수월할 줄 알았는데 몸은 더 힘들다. 허리가 부러질것 같다.
그래도 후미 예정시간 9시간이 아닌 8시간을 겨우 맞춰 하산 완료.
내 뒤로 4명 정도도 15분 정도 지나니 다 도착. 처지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서로 놀란다. ㅎㅎ
잠자는 사이 차로 이동한 곳이 목포 영산강하구둑 근처의 '인동주마을'
인동초로 만든 막걸리과 간장게장 정식을 주는데 밑반찬이 삼합에 가오리 무침을 주는데 인심도 좋다.
삼합도 인색하지 않게 리필 해 주고 게장도 짜지 않고 정말 맛 좋았다. 된장국은 홍어애국이라는데 남자들이 좋아한다. 약간 비릿한 맛이다.
다들 간장게장을 포장해 가는 모드. 3시30분 출발. 서산휴게소에서 쉬는데 어기적대고 걷는 날 보고 뻐근하죠? 하고 묻는 놀대장.
대장님도 뻐근하시냐고 하니 당근이라고...
이 인간들은 이렇게 빡세게 하지 않으면 산행 한것 같지 않아하는 백성들이라고....
이 팀원 중 산행으로 암을 이겨낸 분이 두분이나 계시다고......
차 안 막히고 8시40분 사당 도착. 반찬까자 하나 장만하고 가니 맘조차 가볍다. 랄라.....
-사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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