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1 산행기

한남금북 길맥잇기 (82국도-수레티고개, 2/20)

산무수리 2011. 2. 23. 00:32

자반고등어 - 유홍준 (1962 ~ )


얼마나 뒤집혔는지

눈알이 빠져 달아나고 없다

배 속에 한 움큼, 소금을 털어넣고

썩어빠진 송판 위에 누워 있다

방구석에 시체를 자빠뜨려놓고

죽은 지 오래된 생선 썩기 전에 팔러 나온

저 여자, 얼마나 뒤집혔는지

비늘, 다 벗겨지고 없다


바다를 기억하는 검푸른 눈알이 달아나고 없다. 파도 빛을 닮은 갈매빛의 등짝도 서글프게 변색이 되고 말았겠다. 썩은 송판 위에 누워 있으니 시체나 다름없다. 시체를 염습하듯 굵은 왕소금을 뿌려 염장한 고등어로부터 파란만장 곡절 많은 생의 굽이굽이가 흘러나온다. 도대체 얼마나 뒤집혔기에 비늘이 다 벗겨지고 말았을까. 파리가 알을 슬기 딱 좋은 이런 상한 생선을 누가 사갈까 싶지만 웬걸, 고등어는 부패 직전에 염장을 한 게 가장 고소하다고 한다. 함부로 연민을 드러내지 않고 시의 행간마다 짭조름하게 간을 쳐놓은 솜씨에 식욕이 동한다. <손택수·시인>

 

산행일: 2011.2.20 (일) 9:00~15:30

코스개관: 월드사우나(82번 국도)-쌍봉초교-대정리고개-마이산-수레티고개

날씨: 봄이 오는걸 체감하게 하는 따땃해진 날씨

멤버: 당나귀 15명

 

 

 

 

 

 

 

 

 

 

 

 

 

 

 

 

 

 

 

 

 

 

 

 

 

 

 

 

 

 

 

 

 

 

 

 

 

 

 

한남금북이 오늘만 하면 한구간만 남는다고 한다. 개근도 정근도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마루금 하나가 끝난다는건 기분좋은 일.

오늘 거의 1년만에 김사장 부부가 참석해 15명이나 된다. 많다~

안성휴게소에서 쉬며 아침 굶은 백성들 밥을 먹는데 봄이 왔는지 늘 널널하던 이 대피소에 사람이 그득해 놀랐다. 대부분 패션은 국민교복인 등산복.

 

9시 출발해 가는데 오늘은 산길이 아니라 들길에 찻길에 논길에 공장길 사이를 다니는 길이다.

마을만 내려오면 길을 헤매는지라 조심조심 가는데 초장 공장을 지나는데 텃세를 부려 돌아가야 했다.

길로 걷는 곳이어서인지 유난히 개가 많아 계속 개 짖는 소리를 듣게 된다.

아무튼 쌍봉 초등학교까지 가는 코스는 거의 다 길이었다.

학교 앞에서 사진 찍고 시간은 좀 이르지만 버스를 만나 차 안에 놓고 온 점심을 동네 노인정 앞 정자에서 먹기.

오늘도 김치찌개, 조랭이 매생이 굴떡국에 떡만두에 럭셔리 반찬이다.

바로 옆에 슈퍼가 있는지라 즉석에서 교재를 사다 폭탄주 마시기.....

노인정 어르신들도 오며 가며 참견하신다. 우리보고는 여자들 방 따로 있다 쉬었다 가라신다. ㅎㅎ

 

오늘 B조는 대정리 고개까지는 계속 찻길을 가야하고 대정리고개부터 마이산 마지막 구간만 제대로 된 산길인지라 차로 대정리로 가 마이산 산행을 함께 하기로 했다.

짐 버스에 도로 내려놓고 가벼운 배낭으로 길을 가는데 정말이지 대정리 고개까지는 공장지대를 끼고 가는 길이다. 음성지역에 공장이 이렇게 많은줄 몰랐다. 예전엔 안양도 공장이 많아 상공회의소 규모가 전국 4위권이었다던가? 헌데 지금은 하위권이라는 이작가님의 말씀.

재미없는 찻길을 쉬지않고 걷는데 한 여름에 이 길을 걷다간 머리 다 벗겨질것 같다 웃었다. 그나마 겨울인데도 잡목과 넝쿨이 걸리적거리는데 여름엔 걷기 조차 힘들것 같다.

 

밥 먹고 1시간 만에 대정리 고개에 도착했는데 B조는 마이산을 거의 다 올라간것 같다고...

딴에는 부지런히 올라갔는데도 꼴찌가 되어 마이산에 겨우겨우 올라가니 다들 기다리고 있다.

잘 생긴 소나무에서 사진 찍어야 한다고 해 사진 찍고 마이산 정상석이 세군데나 되어 세곳에서 다 사진을 찍었다.

한 사람이 갑자기 없어졌다 나타났는데 사연인 즉 복통으로 인한 거였다고 한다.

이 말에 계속 성사장이 찍자를 붙이며 웃기는데 정말이니 웃다 돌아가실뻔 했다. ㅎㅎ

마이산 정상 부근에는 약수터도 있고 사람들이 많이 올라오는 곳 같다. 우리들은 마루금 따라 내려가는데 다 왔다는 마음에 방심을 했는지 막판 능선을 하나 놓쳐 원래 하산길 바로 옆 능선으로 내려왔다고 한다.

그래도 오늘 코스 중 그중 이 길이 산 같이 경치가 좋았는데.....

내려오니 3시반. 저녁 먹기엔 너무 이른지라 일단 안양으로 이동했는데 5시가 조금 지난 시간.

회비도 넉넉치 않은지라 오늘 저녁은 집에 가 먹기로 해 모처럼 뒷풀이 없이 해산.

일찍 끝난 덕분에 목간까지 다녀올 수 있었던 하루였다.

 

-이 작가님 사진, 동영상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