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1 산행기

지리에 들다 (2/23~24)

산무수리 2011. 3. 1. 13:49

안 가본 산/이성부

 


내 책장에 꽂혀진 아직 안 읽은 책들을
한 권씩 뽑아 천천히 읽어 가듯이
안 가본 산을 물어 물어 찾아가 오르는 것은
어디 놀라운 풍경이 있는가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어떤 아름다운 계곡을 따라 마냥 흘러가고픈 마음 때문이 아니라
산길에 무리지어 핀 작은 꽃들 행여 다칠까봐
이리저리 발을 옮겨 딛는 조심스러운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시누대 갈참나무 솔가지 흔드는 산바람 소리 또는
내가 문득 새롭게 눈뜨기를 바라서가 아니라
성깔을 지닌 어떤 바위벼랑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새삼 높은 데서 먼 산줄기 포개져 일렁이는 것을 보며
세상을 다시 보듬고 싶어서가 아니라

아직 한 번도 만져본 적 없는 사랑의 속살을 찾아서
거기 가지런히 꽂혀진 안 읽은 책들을 차분하게 펼치듯
이렇게 낯선 적요 속으로 들어가 안기는 일이 
나에게는 가슴 설레는 공부가 되기 때문이다

 

산행일: 2011.2.23~24 (수~목)

코스개관: 동서울터미널(8:20 발)-백무동-장턱목 (1박)-천왕봉-법계사-중산리-원지 (13:20 발)-남부터미널 16:40 도착.

멤버: 한산 청소년 멤버6+ 샘쓰 크라이밍 2=8명

날씨: 겨울인지 봄인지... (따땃하고 날씨 화창한 봄날같은 겨울) 

 

한산 청소년위원 산행을 2월엔 지리에 들기로 했었다.

날을 잡으려니 여의치 않아 2월 4주에 가기로 했는데 2.16부터 경방이라는 사실을 깜빡 했다. 우여곡절 끝에 청소년 위원에 샘스 멤버 4명이 조인해 함께 하기로 했고 날짜도 종주가 아닌지라 3일에서 2일로 줄였고 행선지도 설왕설래 끝에 지리를 함께 가는것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두팀 연락을 류샘이 알아서 하느라 고생 많이 했다. 대피소는 류샘, 나, 송샘이 나누어 했고 동서울발 백무동행 버스 예약도 류샘이 했고 장도 류샘, 황샘이 나누어 봤고 우리들은 각자 먹을 간식만 가져오면 된다고 했다.

 

8시 동서울에 도착하니 송샘이 목발을 짚고 서 있다. 뭐지?

토욜 수락산 갔다 다리를 다쳐 오늘 산행을 못 가신다고 했고 함께 하기로 했다는 모샘 친구도 지난주 한라산 갔다 다리에 무리가 가 2명이 빠져 8명만 함께 하기로 했다는 섭섭한 소식.

장 본 물건중 김치, 교과서 한개씩 배낭에 넣고 송샘 배웅을 받으며 출발.

해일씨도 우리와 별개 팀이지만 같은 코스를 중학생 2명이 함께 하는 4인 1주로 출발. 버스는 예상 외로 거의 꽉 차 조금 놀랐다.

버스에서 모샘이 간식을 하나씩 나누어 주는데 한라봉, 아몬드쿠키, 초코렛, 마카다미아, 호두를 개별포장 한 선물세트.

정성과 금전이 다 들어간 럭셔리 세트에 감동 먹었고 기 죽었다.

버스 안에는 천안에서 왔다는 두 젊은 처자가 서울까지 왔다 버스타고 가는 진풍경은 연출. 차 안에서 어찌나 먹어대는지 아마 그 팀은 점심 안 먹어도 될거라고...

TV에서 1박2일 설악산 편을 보고 지리에 가는 중이라는데 책가방 만한 배낭이다.

 

 

휴게소, 함양, 인월에 서고 최종 도착치 백무동에 거의 4시간 걸려 도착.

원럐 계획은 밥을 사 먹고 산행을 시작한다고 했는데 부식 준비한걸 보니 해 먹고 가도 모자라지 않을것 같고 짐도 줄이고 경비도 절약할것 같았다. 도착시간이 예상 외로 오래 걸려 먹고 갈까 했는데 문 연 식당 몇곳을 지나치고 보니 백무동 탐방센터 앞.

되돌아 가기로 그래서 이곳에서 라면과 알파미를 해 먹고 가기로 했는데 취사장, 화장실 문을 다 잠겨 있고 물도 쓸 수 없다. 계곡에서 떠다 먹으라고 해 바로 앞 계곡에 내려가 물 떠다 밥 해 먹기....

밥 먹고 치우는 중 해일씨 일행이 올라간다.

 

 

밥 잘 먹고 간이화장실 들렸다 본격적 산행 모드 돌입하며 인증샷 찍고 출발. (13:30)

 

 

청춘으로 보이는 젊은이가 관리사무소에 전화 해 보니 백무동에는 눈이 남아 있지만 중산리쪽은 눈이 녹았다며 아이젠이 있으면 좋다는 정도라 말을 해 아이젠 없이 왔다고 한다. 2월 지리산을 아이젠 없이? 정말 그렇게 눈이 녹았다고?

그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하동바위 지나니 바로 눈길 모드. 한 겨울에 비하면 장난이겠지만 그래도 창이 미끄러운 등산화에는 충분히 위협적인 눈. 신샘 일찌감치 아이젠 착용했고 스틱 안 쓰던 황샘도 얼른 스틱 꺼냈고 스틱 안 쓰는 샘스 회장도 중간쯤 가다 아이젠 착용.

 

참샘에 가면 물을 받는다고 떠온 물을 대부분 버리고 참샘에 도착했는데 이 역시나 착각. 물이 어찌나 조금씩 나오는지 들고가기 무겁기도 해 물만 마시고 출발. 헌데 이것 역시나 패착.

 

 

 

 

 

 

 

 

 

 

 

다들 힘들지만 특히나 박배낭을 져 본 경험이 없는 모샘이 그중 힘들어 한다. 배낭도 송샘한테 빌렸다는데 방석에 의자까지 빌려줘 다 들고와야 하는줄 알고 가져왔단다. 보다 못해 후미 봐 주던 홍샘, 신샘이 짐을 많이 빼 주었는데도 정말이지 땀 많이 흘리면서 힘들게 올라왔다.

올라오면서 조망이 보이기 시작하고 장터목 산장이 눈에 보인다. 이제 정말이지 다 왔나보다...

5시 전 무사히 장터목 도착. 자리배정을 5시부터 한다고 해 조금 기다렸다 자리 배정 받기. 그리고 신샘과 둘이 물 떠오기.

가벼운 몸에 물통 몇개를 들고 물뜨러 내려가는데 그 길이 정말이지 장난이 아니었다. 하절기 물뜨는 곳보다 한참 내려가려니와 중간중간 빙판이 있다. 중산리에서 올라오던 처자가 빙판 앞에 엎어져 있는데 아이젠 하고도 운동화 신은 청춘들보고 잡아달라는 진풍경 연출. ㅎㅎ

우리도 엉금어금 기다시피 겨우 샘에 도착했는데 계곡물을 뜰 수 있을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참샘 수준의 쫄쫄 나오는 물. 정말이지 한숨 났다. 대피소에는 큰 물을 다 떨어졌다고 500cc 를 1500원이나 받아 할 수 없어 뜨러 왔다는 정보를 들어 우리들도 눈치는 좀 보였지만 들고온 물통에 물을 다 채워 올라가니 다 지쳐버리 천왕봉 일몰은 커녕 제석봉 올라가려는 마음까지 사라져 버렸다.

 

 

 

 

 

 

우리팀은 이미 전 펴고 찌개 하고 밥 하고 고기 구워 먹는 모드.

오늘 날이 춥지 않으니 다들 밖에서 테이블 차지하고 먹을 수 있었다.

밥 거의 다 먹어가는데 일몰이 벌어지는데 반야의 매혹적인 히프 옆에 해가 떠 있는 풍경을 연출.

한참 사진 찍고 너무 추워져 먼저 들어와 담요 받고 지하 연하천방으로 들어갔다.

 

 

동계인데도 사람이 많아 남자를 천왕봉방에 다 수용 못해 연하봉 1층에도 남자들이 들어와 있다. 우리는 2층 제일 한갖진 자리라 좋긴 했는데 자다 보니 너무 더워져 잠을 자기가 힘들고 밖으로 나가기도 힘들다.

화장실 가려고 밖에 나오니 하늘에 별이 쏟아진다. 우리팀은 남은 교과서로 보충수업을 한다는데 체력 딸려 먼저 들어왔다.

문제는 처음에 따뜻해 좋았던 장터목이 대피소에서 찜질방으로 업종 변경을 했나 의심될 정도로 정말이지 더워 우리 모드 들고온 침낭 위에서 자야 했다.

남자들 방도 비슷해 자다보니 사람들이 다들 마루에 내려가 쓰러져 자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류샘 사진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