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관석(五觀釋) - 표훈 (? ~ ?)
나는 모든 인연으로 이루어진 법(法)이요
모든 연(緣)은 나로써 이루어 얻은 연이네
연으로 이루어진 나이지만 나는 체(體)가 없고
나로써 연이 이루어졌지만 연엔 성(性)이 없네
만물이 있다, 없다 함은 원래 하나이며
있고 없는 만법은 본래 둘이 아니네
있을 때는 있음이 아니라 없음과 같고
없을 때는 없음이 아니라 있음과 같네
만법은 원래 움직이지 않나니
관(觀)하는 마음 역시 일어나지 않네
선시(禪詩)는 그 깊은 세계를 알 길은 없으나, 가끔 일상에 젖은 나를 깜짝 깨운다. 나는 가끔 책상 한구석에 놓은 종-이를 나는 스님이 중생(衆生)들을 깨우기 위하여, 울리는 경자(磬子)로 생각한다-을 흔들어 나를 깨운다. 선시도 그런, ‘정신의 소제’를 우리에게 경험하게 한다. 위의 선시는 표훈대사와 의상대사 간의 문답 끝에 지어진 표훈대사의 시다. 이 짧은 몇 행에 숨은, 연기관(緣起觀/3·4행), 성기관(性起觀/5·6행), 무주관(無住觀/7·8행), 실상관(實相觀/9·10행)의 메시지들에 당신의 안테나를 세워보라. 경자를 흔들듯 정신이 광활해지며 당신의 ‘체(體)’가 드러나리라. <강은교·시인>
7시경 일출이라 5시 일어나 밥 해 먹고 출발하기로 했다는데 대피소가 조용하다. 우리가 제일 먼저 일어나니 그때서야 여기저기 일어나는 기척이다.
일단 짐을 싸 갖고 나왔다. 류샘과 황샘이 먼저 나와있고 어제 떠 온 물을 거의 다 써 류샘이 물뜨러 내려갔고 그 뒤를 홍샘, 신샘이 물통을 들고 물뜨러 아이젠까지 들고 내려간다.
황샘은 떡라면 끓이고 알파미로 밥 짓기. 헌데 다들 올 생각을 안해 우선 있는 사람들 먼저 밥 먹기.
뒤늦게 제일 먼저 물 뜨러 갔던 박샘 물 한병 들고 먼저 도착. 두곳에 나누어 떡라면을 끓였는데 아침이라서인가 생각보다 많이 먹지 않아 많이 남아 할 수 없이 버렸다.
물은 충분히 떠 온 덕분에 커피까지 타 마시고 그래도 남은 물은 다른 팀에 보시까지 하고 발 느린 여자들 먼저 출발.
신샘과 부지런히 올라가는데 통천문 가니 랜턴 없이도 갈 만 하다. 뒤늦게 출발한 멤버들도 곧 따라와 일출 전 무사히 정상에 서기.
바람 불지 않는 아랫쪽에 내려와 일출을 기다리는데 해 뜰 직전에 구름이 해를 가려 실망하던 차 바람이 불면서 빠른 속도로 구름이 걷히는 장관을 연출. 너무나 빨라 어지럽다는 신샘.
아무튼 구름과 유희를 하는 일출을 무사히 보고 정상에서 인증샷까지 하고 7;20 출발.
1월 설악에서 일출도 봤고 어제 일몰에 오늘 일출까지 멋진 광경을 봐 2011년은 좋은 일이 많을것 같다 기분좋아 하면서 하산 시작.
중산리쪽은 눈은 많이 녹았지만 군데군데 빙판이라 살 떨리는 길이 기다리고 있다.
이런 길을 운동화에 아이젠도 없는 청춘들이 곡예를 하듯 나무에 매달리며 매달릴 곳 없는 곳은 스케이트 타는듯 내려가는데 보기만 해도 식은땀 난다.
군데군데 너덜길이 나오면 아이젠을 빼 보지만 곧 빙팡이 나와 괜히 뺐다 꼈다 시간만 잡아먹어 꼴지로 하산을 하니 기다려주고 있는 우리팀. 간식 먹고 다시 출발.
올해 고3 학부모 되는 사람이 셋이나 있어 법계사에 들려 108배를 하고 간단다.
법계사 가까워지니 정말이지 이젠 아이젠 없어도 될것 같아 아이젠을 뺐다. 류, 황, 홍샘은 끝까지 아이젠 없이도 가는 괴력 발휘.
간간히 뒤돌아 보면서 법계사에 가니 일찍 도착한 홍, 신샘은 벌써 108배 시작.
류, 황샘과 함께 우리 셋도 108배 동참하기. 태어나 처음으로 108배를 해 본다. 다리는 뻐근한것 같기도 한데 생각보다는 견딜만 했고 기분은 좋았다.
절 하고 사리탑 보고 물도 마시고 로타리 대피소에 내려오는데 대피소 바로 위 샘도 물이 나오지 않고 법계사에서 물을 떠다 먹어야 한다고... 헐~
우리팀은 다행이 물이 넉넉해 떠 온 물로 커피와 함께 간식 먹고 한참 놀기. 그리고 하산 시작.
선두에 심샘 홍샘이 어찌나 쉬지도 않고 가는지 쫓아 내려가는데 정말이지 힘들었다. 날도 더 화창해져 정말이지 덥기까지한 날씨.
계곡 갈림길에서도 쉬지 않아 쉬고 가자 태클을 거니 그때서야 겨우 멈춘다.
3시간 여 만에 천왕봉에서 하산 완료.
헌데 중산리 내려와보니 11:00 진주행 버스가 있다. 20분 정도 남았으니 부지런히 가면 잡을 수 있을것 같아 화장실만 들리고 부지런히 내려가기. 선두 빨리 도착해 버스 못 떠나게 발 걸고 있으라 했다. ㅎㅎ
무사히 11시 버스 타고 1:30 서울 버스 전화로 예약하고 원지 나가 단골 식당에서 흑돼지, 된장찌개로 뒷풀이.
시간 여유가 있어 세수도 하고 발도 닦고 옷도 갈아입고 버스 타니 버스도 만원.
차 안에서 안 잔다고 내기하자던 홍샘 차 타자마자 왼쪽 15도 각도로 잠들어 다들 웃고 말았다. ㅎㅎ
휴게소 한번 쉬고 남부터미널 도착하니 산악회 관게자 한분이 마중을 나왔다. 원정 다녀온것 같다 웃었다.
류샘에게 볼일이 있는것 같아 우리들은 먼저 퇴장.
정말이지 이름만 위원장 걸어놓으니 동생들이 다 알아서 해 주는 아주 바람직한 시스템.
날 억지로 위원장에 앉힌 홍샘은 우리 담당 이사가 되었단다. ㅎㅎㅎ
다 좋았는데 자고 일어나니 다리가 너무 아프다. 종주도 아니고 반주를 했는데 왜 이리 다리가 아픈거지?
108배 때문에? 나이 탓? 체중 탓? ㅠㅠ
-류샘 사진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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