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장 - 권대웅(1962∼ )
(전략) 깊고 고요한 잠
나뭇잎은 떨어져 쌓이고 세상에서 나는 잊혀지고
땅 밑을 흐르는 구름과 별들 양치식물들 눈 뜨는
시간 속으로 뿌리 같은 손길 하나가 다가와 나를 깨우면
훅, 달의 뜨거운 호흡에 빨려드는 바닷물처럼
나는 푸른 나무의 바다로 들어가리
아득하여라 나무의 바닷속
바람 불고 봄이 오고 빗방울 떨어져
어떤 기운이 꽃봉오리 꼭 잠긴 몸속으로
나를 밀어내면 아, 나를 밀어내면
비로소 알게 되리
햇빛과 꽃잎과 만나 열리는 저 존재의 비밀들
나뭇가지 사이로 반짝이는 하늘과 땅의 팔만대장경을
또 다시 나뭇잎은 떨어지고
햇빛과 빗물과 추억은 날아가
살아남은 것들의 들숨이 되고 치유가 되어
이 세상 천지간 무소유로 선
나무에게로 가리 (후략)
구름과 별이 땅속을 흐르는 우주적 시간대 속에서 죽음은 망각이 아니라 신생을 부르는 경험이 된다. 세상을 치유하는 숨결로의 부활이 팔만대장경이 아니라면 무엇일까. 망각에 푸른 이파리의 바다를 펼쳐 보이는 한 그루 나무의 무정설법이 아득한 만큼 아프다. <손택수·시인>
산행일: 2012.4.15 (일)
코스개관 : 유둔재 - 450m봉 - 백남정재 - 북산안부(헬기장) - 북산(782m) - 신선대 - 안부 - 누에봉-임도-서석대-입석대 - 장불재(900m) - 백마능선 - 안양산(853m) - 둔병재 , 약16.9km, 약7시간 40분 (10:10~17:50)
멤버: 당나귀 13명
날씨: 봄이 언제 오나 했더니 여름같은 봄이 와 있던 날.
무등산, 숙원사업인 무등산을 드디어 간 날.
총무님은 아버지 팔순이라 결석했고 차에는 사람이 많을줄 알았는데 의외로 헐렁해서 놀랐던 날.
조금은 덥게 느껴진 날, 옷을 너무 따뜻하게 입고온것 같아 내심 불안한 날.
저질체력에 처지지 않기 위해 죽자사자 올라가니 사진도 제대로 찍을 수가 없다.
빤히 보이는 무등산을 어찌하면 천천히 가나 내기하듯 길은 올라가는듯 하다 내려가고, 그리고 둘러가고....
회장님도 컨디션 난조이신지 후미에서 보이지도 않는다.
정말이지 욕 나올것 같은 길을 겨우 올라가니 쉴곳이 마땅치 않다.
조금 더 내려가 백남정재에서 쉬면서 무거운 과일도 팔아 치웠다.
여기서도 북산은 초원같은 억새지대를 지나 기운이 목까지 차올랐을 때 나타났다.
정말이지 힘들어 죽을 지경이었다.
조금 더 내려가 멋진 바위가 있는 신선대에서 따땃한 햇살 받으며 점심 먹기.
더워 맥주까지 한잔 얻어 먹고 힘들어 식욕도 없지만 그래도 길을 가야하니 밥을 먹었다.
무등산에서 군 생활을 한 동주씨, 정상까지 직접 올라가는 길이 개방되었다고 이 길로 가면 시간이 단축된다고 했다.
원래 계획인 좌측으로 돌아 입석대 가려던 계획이 수정되 직진하는데 작가님은 둘러가는 길로 가 버리시고 우린 동주씨 따라 길을 치고 올라가는데 영 길이 이상하다.
조금만 더 가면 좋은 길 나오겠지 싶었는데 결국 누에봉 갈 때까지 길은 넝쿨과 억새와 작은 나무들이 길을 막는 그지같은 길이었다.
어느새 사람들은 좌회길로 다 빠지고 눈치없는 사람들만 동주씨를 따라 올라갔다.
대간과 정맥을 거의 다 한 이 대장도 이렇게 안 좋은 길은 처음이라고....
다 올라가고 보니 이곳이 누에봉으로 최근에 개방했고 동주씨가 이곳을 꼭 한번 와 보고 싶었다고....
동안총무님이 오셨다면 이런 길로 인도하진 않았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던 날.
동주씨 고집 쎈 줄 이날 알게 된 날.
딸기 먹고 물 마시고 기운 차리고 진행하니 오른쪽 광주시내가 보이고 직진 방명의 정상이 우뚝하다.
멋지면서도 저 길을 언제 올라가나 한숨 나오는데 정상은 군부대라 못 올라간다고 우린 임도를 따라 내려가야 한다고....
순간, 정상 못 올라간다는 말이 이날처럼 기쁜 날도 처음이지 싶다.
행복해 하면서 임도를 따라 내려가서 만나는 무등산 옛길이라는 서석대 올라가는 길.
우회조는 진작에 도착해 있다고....
성미 급한 세사람은 진작에 내려갔고 입석대에서 만나 단체사진을 찍었다.
우리가 넝쿨에서 헤매는 새 회장님도 컨디션 회복이 되어 앉아 계시다.
그러더니 우리가 못간 규봉암과 그 옆의 암자의 물맛이 아주 그냥 죽여줬다고 놀린다.
물도 얻어 마시고 입석대로 내려가는데 경치가 정말이지 죽여준다.
몇년 전 겨울 장불재까지만 올라와 저길 언제 올라가나 하며 군침 삼키던 입석대를 오게되니 정말이지 좋았다.
장불재에서 후다닥 3총사와 합류하고 남은 과일을 목도 마르고 기운도 없어 마구마구 먹었다.
여기서 안양산도 가깝지는 않은데 그래도 내리막이고 크게 험하지는 않은게 천만 다행.
헌데 안양산, 진달래반, 산이 반. 진달래가 핀다면 그야말로 장관을 이룰것 같은 산.
왼쪽으로 작게 보이는 규봉암을 군침 삼키며 겨우겨우 올라간 안양산 정상은 헬기장으로 시야가 좋다.
단체 사진 찍고 하산하는 길은 처음엔 널널한줄 알았는데 휴양림 가까이 가니 계속 내리막이 이어져있어 발가락이 너무 아프다.
하산해 보니 직원들이 우리가 다 안 내려와 퇴근을 못하고 있다고....
후미까지 하산하고 저녁 먹으러 나오는데 이 동네 유명한 염소는 통과 하고 화순 시내에서 음식점 찾느라 큰 버스 타고 생쏘 한번 하고 발견한 두부꽃이라는 두부집. 생각보다 값도 착가도 맛도 깔끔했다.
숙원사업 이룬건 좋은데 갈수록 쫓아 다니기 너무나 힘들어 당나귀를 끝까지 다닐수 있을지 걱정되던 날이었다....
-작가님 사진, 동영상 추가
-동주씨 사진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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