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2 산행일기

검단산의 재발견 (4/7)

산무수리 2012. 4. 9. 00:25

바다와 나비 - 김기림(1908 ∼ ?)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흰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靑)무우밭인가 해서 나렸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公主)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3월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거푼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한 마리 나비에게 우주란 얼마나 가없는 넓이인가. 아무도 그 깊이를 일러준 적이 없어서 바다 위를 나는 나비는 두려움조차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무모하고 불안한 생명을 가졌기에 존재의 날갯짓은 저렇게 고단할 수밖에 없는 것! 청무우 밭인가 내렸다가 날개만 적신 흰나비 한 마리, 아뜩한 바다 위를 홀로 날아간다. 초승달처럼 눈 시린 우리들 실존이 거기 투영되어 있는 것만 같다. <김명인·시인>

 

만나는곳: 2012.4.7 (토) 9:00 강변역

코스개관: 애니매이션고-정상-산곡초 (10:30~14:00)

멤버: 철사모 6명

 

 

 

 

 

 

 

 

 

 

 

 

 

 

 

 

 

 

 

 

 

 

 

 

 

 

 

 

 

 

 

 

 

 

 

 

 

 

 

 

 

만나면 좋은 친구들인 철사모.

약한 산행만 하는줄 알았는데 이번엔 검단산을 가자는 자민씨.

음악회때문에 못 온다던 여산도 온다는데 정작 나무천사는 땅끝 간다고 배신 때렸다.

강변역에서 만나 버스타고 1시간 정도 걸려 검단산 입구 도착.

몇년만에 와 본 검단산은 입구부터 변해 길 못찾을 지경.

 

바깥창모루에서 올라가면 한갖지겠지만 제일 가깝게 정상 가는 길을 선택했는데 길은 초장부터 나무데크를 깔아 깔끔하다.

오늘 산행 하기 딱 좋은 날씨. 헌데도 염려보다는 인파가 적다.

이쪽으로 하산만 했던 곳을 올라가는데 나무가 제법 울창하고 멋지다.

간간히 생강나무가 피어있고 막 연두색 잎을 내는 나무들은 햇살을 받아 화사한 분위기가 아주 그만이다.

간식 먹는데 아무데서나 간식 먹는다고 뭐라 하는 여산. 그럼 구내식당이라도 이용하란 말씀?

 

종족 이야기가 나오다 슬라브족 이야기가 나오니 그럼 그 종족은 지붕족이냐고 웃기는 큰오빠. ㅎㅎ

초가족이나 기와족이니 하며 웃는 가운데 갱상도 사투리 쓰는 큰오빠 놀려먹는 여산때문에 또 한번 웃는다.

정상 막판의 기나긴 오르막에서 힘을 좀 빼긴 했지만 무사히 정상 올라가 조망 한번 해 주고 옹색한 자리에서 큰오빠가 두군데나 돌아다니며 사 온 김밥에 이집 저집에서 준비한 과일, 치즈, 보리빵에 커피까지....

 

마음 같아서야 용마산까지 가고 싶지만 두 공주마마에 맞추느라 산곡초로 하산하는데 이쪽이 경사도 완만하고 인파도 적다.

그리도 유난히 초등학생들이 많이 올라온다 웃었다.

이쪽은 계곡을 끼고 내려가는데 생강나무도 더 많이 피어있고 물소리가 아주 좋다.

나무가 많으니 계곡이 있다는 여산.

늘 이산은 춥거나 미끄럽거나 질거나 먼지 펄펄 난 기억만 있는데 오늘은 이 검단산이 사랑스럽게 보인다.

여산은 이 산이 처음이라고....

 

하산 시간도 이르고 순한공주는 5시 계론식에 가야하고 여산은 7시 음악회란다.

강변역까지 가는데 1시간이 꼬박 걸린다.

시간이 어중간한 여산은 찻집에서 차나 읽는다고 했는데 순한공주 쥬스 갈아준다고 집으로 오란다.

헌데 거기다 간단하게 비빔국수 해 먹자는 자민씨. ㅎㅎ

졸지에 비빔국수에 부지깽이나물에 명이나물에 멍게까지....

계론식 가는 사람과 하늘이 맛 좋게 무친 비빔국수는 정말 감칫맛 나고 맛 좋았다.

주인장 계론식 가고 우리들은 차까지 한잔 마시고 여산은 예당으로 우리들은 집으로....

 

-여산 사진 추가

 

 

 

 

 

 

 

 

 

 

 

 

 

 

몇 년 동안 가슴에 담아두기만 했던 검단산을 함께 해준 덕분에 즐겁게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500미터에 달하는 돌과 나무 계단으로 된 깔딱고개와 시원한 정상에서의 조망, 그리고 적당한 때에 솟아나는 샘들이 인상적인 산이었습니다.

지난 주와는 겨우 1주일 차이인데도 봄이 훌쩍 우리 곁에 다가온 느낌입니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꽃을 피워내는 나무들을 보며 문득 T.S. Eliot의 <황무지>를 떠올려봅니다.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망을 뒤섞으며 봄비로 활기없는 뿌리를 뒤흔든다."

APRIL is the cruellest month, breeding 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 memory and desire, stirring dull roots with spring rain.

헤어진 후 예술의전당에 도착했는데 시간이 남아 우면산에 올라갔습니다. 멀리 북한산 능선과 한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더군요. 사진 몇 장 함께 첨부했습니다.

 

p.s. 어제 비빔국수 정말 맜있었습니다. 처음 먹어본 울릉도 부지깽이나물과 명이나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