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2 산행일기

벌써 더위가? (호남정맥, 둔병재-서밧재, 5/6)

산무수리 2012. 5. 9. 20:47

서풍 앞에서 - 황지우(1952~ )


마른가지로 자기 몸과 마음에 바람을 들이는 저 은사시나무는, 박해받는 순교자 같다. 그러나 다시 보면 저 은사시나무는, 박해받고 싶어하는 순교자 같다.


두 번의 직유로 간신히 몇 발짝 이어간 단 두 문장. 하지만 이 짧은 중얼거림은 제 실존적 결단의 힘으로, 정확히 말하자면 두려움의 힘으로, 피로 얼룩져 거덜난 시대를 구출하여 역사의 반열에 받들어 올리는 힘을 품고 있다. 오월 광주의 비극을 알리려다 고초를 겪은 시인의 이력을 참조하지 않더라도, “박해받는”에서 “박해받고 싶어하는”에 이르는 인식의 질적 전환에서, 나는 내 몸을 흔들고 가는 전율을 느낀다. 고난 받고 싶다는 뜨거운 자발성에 이르기까지 그는 얼마나 피를 말렸을 것인가. 그의 영혼이 그에게 속삭인다. “고난을 자청하라. 그것은 한없이 아프되 한없이 달콤할 것이다.” 순결한 것들은 다 아름답게 미친 것들이다. 이들은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말하고야 만다. 할 수 없는 것들을 하고야 만다. <이영광·시인>

 

 

산행일; 2012.5.6 (일)

코스개관: 둔병재 - 팔각정 - 550m봉 - 622m봉 - 임도 - 어림고개 - 별산(오산:687m) - 산불 감시카메라 - 593.6m봉 - 임도갈림길 - 묘치 - 385.8m - 주릿재 - 천왕산(424.2m) - 시멘포장길 - 구봉산 한국통신 시설물 - 서밧재 (10:20~18:50)

날씨: 화창하다 못해 덥게 느껴지던 날

멤버: 당나귀 11명

 

참 더웠다.

버스를 타니 새신자 1명이 왔는데도 중간이 텅 비었다.

20명 채우기는 커녕 이러다 한자리 숫자가 가는건 아닐까.....

전날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아 밥은 겨우 쌌는데 아침은 못 먹고 출발.

이서 휴게소에서 회장님께 아침을 얻어 먹었다. 오늘 산행은 오전이 무쟈게 길다고....

다시 잤고 화순에 들어서니 차가 밀린다. 현수막을 보니 5.5 안양산 키높이 철쭉제라고 씌여 있다. 진달래가 아니라 철쭉이었구나....

안양산 휴양림 가기도 전 길가에 피어있는 영산홍에 다들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다. 정말이지 숨 쉬기 힘들정도로 빡빡한 꽃들의 잔치.

보름전 이곳은 그냥 평범한 경치였는데....

 

 

 

 

 

 

 

 

 

 

 

 

 

 

 

 

 

 

 

 

 

 

 

 

 

 

 

 

 

 

 

 

 

휴양림 입구에서 차를 대고 길거리에서 사진 찍고 지난번 내려온 휴양림 반대편으로 출발하니 일반 산책객들이 보인다. 사진 찍어 준다고 해 모처럼 11명이 다 찍었다.

초장 급경사가 숨이 찼는데 곧 전망대가 보이고 평탄한 편백나무 오솔길이 나온다.

건너편 안양산이 보인다. 혹시나 철쭉을 먼 발치에서라도 보일까 했는데 안 핀건지 진건지 그냥 초록이다.

 

오늘 산길은 지난번 무등산에 비하면 평탄하다는데 초장부터 힘도 없고 오르막만 나오면 기운이 더 빠진다.

부지런한 현숙씨는 나물 뜯어가면서 산행하느라 바쁘다. 난 내 몸 끌고 가는것도 벅차다.

나물 욕심 많은 경림씨도 허리 고장나고서는 나물 욕심을 버린것 같다. 오늘은 새신자 한분을 모시고 왔다.

오늘 오전은 길다고 두 오빠들은 걱정인데 그러거나 말거니 뒷동네는 나물산행 하느라 지체가 된다.

밥은 차에 두고 온지라 배 고프면 내 뒤만 따라가면 된다고 했다는 이작가님. 헌데 오늘따라 나도 빵을 안 가져 갔다.

앞서 가던 이대장이 되돌아 온다. 맥주 먹고 가자고 해 다들 한잔씩 얻어 마셨다.

 

큰오빠 과자도 얻어 먹고 임도 한번 건너고 가는 초입의 잘생긴 소나무. 정말이지 명품 소나무다.

작가님 후미백성을 사진 찍어주느라 기다리고 큰오빠와 먼저 도착한 성산. 인증샷 찍고 후미가 언제 올지 몰라 별산을 향해 가는데 시야가 팍 트이고 간간히 지고 있는 산철쭉이 보인다.

별산 정상은 암릉 위에 있다. 이곳에서도 한참 기다리니 나물 보따리 든 후미 백성들이 흐뭇한 표정으로 나타난다.

총무님 비상식량인 초코파이로 情타임을 갖고 산불 감시 카메라 지나고 거의 3시가 다 되 묘치고개 도착.

기사님이 진작부터 그늘에 자리 깔고 기다리고 계시다.

허기가 져 죽을 정도 되니 후미 백성 도착.

 

 

 

 

 

 

 

 

 

 

 

 

 

모처럼 남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알맞게 점심을 먹었다.

안사장표 오미자주는 달콤해 좋았고 총무님표 5년산은 거의 양주 맛이 난다.

술과 안 친한 작가님까지 한잔 드시고 큰오빠는 맛 좋다고 몇잔 드신다.

새신자는 힘들다고 오후반은 빠지고 10명이 오후길을 이어가는데 바로 뒤에서 쫓아오던 경림씨가 안 나타난다.

오미자주에 취해 제대로 걷지를 못한다고...

아주 한참만에 오더니 다시는 빨간 술 안 마신다고 웃기더니 내리막에서 몇번 주저 앉았다.

해가 길어서 그렇지 하마트면 랜턴 켤뻔한 산행.

오전엔 나물로 지체가 되고 오후엔 음주산행으로 지체가 되 7시간 코스라는 길을 8시간 반이나 걸렸다.

벌써 이렇게 덥고 힘드니 코스를 짧게 끊어야 하는거 아니냐고 총무님 걱정이다. 그래도 무사히 산행이 끝나 기뻤다.

지난번 먹었던 두부꽃에 가 늦은 점심에 이은 늦은 저녁을 먹고 거의 9시가 되 출발.

늦어 차 덜 막힐줄 알았는데 11시가 넘어도 정체가 풀리지 않아 1시 넘어 안양에 겨우 도착.

우린 차에서 쿨쿨 자느라 몰랐지만 기사님은 아무리 직업이라지만 함께 저녁 먹고 내내 운전하느라 고생 많이 하셨다.

담주는 사정상 빠져야 하는데 숙원사업 중 하나인 제암산을 간단다. ㅠㅠ
 

-작가님 사진, 동영상 추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