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외.../2013 일기장

청춘열차 타고 생일 파리하기 (3/31)

산무수리 2013. 4. 4. 23:37
일기 -안도현(1961~ )

오전에 깡마른 국화꽃 웃자란 눈썹을 가위로 잘랐다

오후에는 지난여름 마루 끝에 다녀간 사슴벌레에게 엽서를 써서 보내고

고장 난 감나무를 고쳐주러 온 의원(醫員)에게 감나무 그늘의 수리도 부탁하였다

추녀 끝으로 줄지어 스며드는 기러기 일흔세 마리까지 세다가 그만두었다

저녁이 부엌으로 사무치게 왔으나 불빛 죽이고 두어 가지 찬에다 밥을 먹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것 말고 무엇이 더 중요하다는 말인가


무엇보다 중요한, 그러나 우리가 잊고 살거나 지키기 어려운 일상이 있다. 깊어가는 가을, 시인은 오전엔 “깡마른 국화꽃 웃자란 눈썹”을 다듬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오후엔 마루에 앉아 사슴벌레에게 엽서를 쓰는 것으로 지난 계절을 세심하게 정리하는 한편 일에 밝은 이웃에게 “감나무 그늘의 수리”도 부탁한다. 저물녘에는 추녀 끝으로 줄지어 사라지는 기러기를 하릴없이 세기도 한다. 그리고 그리움이 사무치는 저녁, 불빛을 죽이고 두어 가지 찬에다 밥을 먹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소박한 일과. 그런데 마지막 행에서 “이것 말고 무엇이 더 중요하다는 말인가”라고 묻는 시인의 질문에 한동안 말문이 막힌다. 세속에 대한 욕망과 외로움을 누르는 담담한 일상을 택하기가, 그 평상심을 유지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생각한다.  [곽효환·시인·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

2월 황박의 생신을 주인공이 공사다망해 날을 잡지 못했었다.

갑자기 꽃구경 가자고 시작된 여행을 생일 파리를 겸하자는 자민씨.

좋지~ 헌데 성묘 철이라 차가 많이 막힐것 같아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하고 춘천을 염두에 두었다.

은계언니에게 추천해 달라니 딱히 추천할 곳이 없단다. 어쩌지?

그냥 청춘 열차 타고 함께 여행 가는데 의미를 두기로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기차표 예매 (옥수역 경유 차로 예매했고 갈때는 가족석을 끊으니 한장 값은 절약되었다)

 

-청춘열차 타고 고고씽~

 

 

 

 

-모처럼 여럿이 기차를 타고 둘러 앉아 이바구 나누는 즐거움. 가족석은 2층을 준다.

1시간여 만에 춘천 도착.

역 앞에서 인증샷 찍고 오늘의 유일한 스케줄은 화목원 보러 가기.

 

-화목원 둘러보기

 

 

 

 

 

 

 

 

 

 

 

 

 

 

 

 

 

 

 

 

 

 

 

 

 

 

 

별 기대없이 간 화목원은 생각보다 아주 좋았다.

일단 조용하고 너무 넓지도 않고 아직 이른데도 간간히 꽃도 피어있고 산림 박물관도 있었고 온실도 있어 골고루 맛볼 수 있다.

온실도 좋았지만 온실 앞의 커다란 플라타나스.

이 나무가 이렇게 멋진 나무인줄 정말 몰랐다. 나무는 나이가 들면 이렇게 멋지게 늙어 가는데 사람은 왜 늙을 수록 추할까 하는 생각이 아주 말이 들었다.

멋진 나무에서 사진 찍고 전화로 예약한 식당에서 차를 보내주어 차 타고 세월교 건너기..

 

-가마골 오리구이

 

 

 

 

 

작년 춘마 뛰고 은계언니네와 왔던 회전 오리구이집. 사람이 많으면 차를 보내준다는데 사장님이 직접 오셨다.

마치 관광 가이드 하듯 친절하신 사장님과 그집 아들의 서빙.

서울 촌사람들 회전 오리구이가 마냥 신기해 하고 맛도 좋았고 서비스도 좋았고 가격도 착하다.

배부르게 먹고 나니 기념 촬영까지 해 주신다.

이젠 커피 마시러 가자~

 

-샘밭 커피

 

 

 

 

 

 

 

 

 

 

 

 

 

지역사회 인지라 피차 잘 알고 있는 춘천분들.

평소에는 비타500 주시던 사부님 오늘은 홍삼 드링크로 업그레이드 되었다.

은계언니표 커피와 서비스로 나온 과일.

애기였던 길냥이는 그새 다 커버렸다.

그새 뒷마당에 느티나무 2그루를 심었는데 오늘 길냥이가 처음으로 그 나무에 올라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야도 손님 많은거 알고 뭔가 보여주고 싶었나보다 하고 웃었다.

순한공주네 다복이는 물론 샘밭약국의 길냥이도 자민씨는 바로 절친이 된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자민씨에게 걸리면 다 넘어간다.

1시간 가량 놀고 일찌 감치 역으로 출발~

 

-소양강 처녀 만나러 가기

 

 

 

 

 

 

 

 

 

 

 

 

 

 

 

 

 

 

 

 

 

시간도 남고 날도 따뜻하니 좋아 버스를 좀 일찍 내려 소양강 처녀 만나러 가서 길에서 앉아 놀기도 하고 오리배 구경도 하고...

이렇게 한갖지게 놀아본게 언제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만나면 좋은 친구들인지라 바쁘면 바쁜대로 한갖지면 한갖진 대로 좋아.

툭툭 던지는 큰오빠의 멘트에 화답하는 자민씨. 대화가 어디로 튈지 전혀 예측 하기 어려운 이 팀의 매력.

 

-다시 춘천역으로

 

 

 

 

춘천 시내 낮으막한 봉의산 높이 내기를 하는 여산과 자민씨.

300m가 넘어 여산이 져 아이스크림 먹기.

6시10분 차 타고 다시 옥수역으로 그리고 전철로 광화문 채선당에서 저녁으로 마무리.

일욜 산에 가지 않아도 행복하고 즐거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하루.

황샘, 생신 축하 드립니다~

늘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사옵니다....

 

-여산 사진 추가 (좋은 선물이 될것 같습니다)

 

 

 

 

 

 

 

 

 

 

 

 

 

'산 이외... > 2013 일기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Jazz concert (6/11)  (0) 2013.06.11
철사모와 하늘정원 (5/31)  (0) 2013.06.01
순한공주 생일 파리 (4/27)  (0) 2013.04.30
앨범 전달을 빙자한 모임 (4/9)  (0) 2013.04.10
발우공양 (1/29)  (0) 2013.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