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외.../2013 일기장

순한공주 생일 파리 (4/27)

산무수리 2013. 4. 30. 22:30

철들다 -최서림(1956~ )

안다는 것은 아픈 일이다 오며 가며 낯이 익은 노점상 부부가 있다 연 3일 내리는 봄비에 괜한 걱정이 앞선다 개업 몇 달 만에 문을 닫고 만 단골 싸릿골영양탕은 또 어디에다 자리를 펼쳤는지, 철든다는 것은 쓸쓸한 일이다 무서운 일이다 꺾일 대로 꺾였을 때 비로소 철이 든다고 한다 세상 물정에 눈뜨면 이미 재갈 물린 망아지가 된다 몸속에서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는 망아지가 큰일을 낸다 수천 년을 해골로 부둥켜안고 있는 발다로의 연인처럼 사랑을 해도 목숨 걸고 할 수 있다 철든다는 것은 꼬리를 내린다는 것이다 알아서 긴다는 것이다 입안에서 이 말을 가만히 굴려보면 닳아빠진 구두 밑창으로 구정물이 스며드는 애늙은이가 떠오른다

막 시를 쓰기 시작할 무렵 술자리에서 들은 “시인은 철들면 끝이야”라는 말이 잊히지 않는다. 아마도 초심을 잃지 말라는 당부였으리라. 사람과 사물과 풍경을 여리고 세심한 마음으로 살피고 헤아리는 것이 시인의 몫인데 그것을 잃지 말라는. 철든다는 것은 아는 것이다. 세상 물정을 안다는 것은 입에 재갈을 물리는 것과 같아서 스스로 꺾이고 꼬리를 내리고 알아서 기게 된다. 그래서 철든다는 것은 아프고 쓸쓸하고 무서운 일이다.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는 순수함이 5000년을 끌어안고 포옹하는 발다로의 연인처럼 목숨을 건 사랑을 이룬다. 그 마음이 사랑도 혁명도 큰일도 이루는 것이다. 그러면서 시는 묵은지같이 웅숭깊고도 넓게 푹 익어 간다. 철들면 끝이야, 라고 말했던 이가 혹시 최서림 시인이 아니었을까. (곽효환·시인·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

 

 

 

 

 

 

 

 

 

 

 

 

 

 

 

 

 

 

 

인사동 한과채에서 웰빙 저녁먹기.

오설록에서 맛좋은 차 마시기.

생일 추카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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