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외.../2013 일기장

철사모 송년회 (12/24)

산무수리 2013. 12. 26. 08:28

즐거운 사람에게 겨울이 오면   - 박상순(1962~ )

즐거운 사람에게 겨울이 오면

눈보라는 좋겠다.

폭설로 무너져 내릴 듯

눈 속에 가라앉은 지붕들은 좋겠다


폭설에 막혀

건널 수 없게 되는 다리는 좋겠다.

겨울 강은 좋겠다.

그런 폭설의 평원을 내려다보는

먼 우주의 별들은 좋겠다.


즐거운 도시를 지난 즐거운 사람은

눈보라 속에 있겠다,

어깨를 움츠린 채 평원을 바라보고 있겠다.

무너져버린 지붕들을 보겠다.

건널 수 없는 다리 앞에 있겠다.

가슴까지 눈 속에 묻혀 있겠다.

(하략)

추위를 타는 나는 겨울이 늘 즐겁지가 못한 사람이에요. 더운 건 훌훌 옷가지를 벗어던지며 과감한 패션 테러리스트로 전락이라도 할 수 있다지만 추운 건 겹겹이 껴입는다고 해서 시린 발이 난로가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한파다 보니 폭설이다 보니 남의 털에 욕심들 안 낼 수가 없는 모양이에요. 며칠 전 백화점에 들렀더니 오리니 거위니 점퍼 매장에서는 애들이 조류의 가슴 털을 제 털 삼느라 난리였고요, 여우니 밍크니 모피 매장에서는 사모님들 반지르르 윤기 나는 풍성한 동물 털가죽을 뒤집어쓰느라 신바람이더라고요. 고백건대 나도 한때는 일 년에 몇 번 입지도 않을 털 욕심에 카드 벅벅 긁어대곤 했는데요, 겨울이면 가장 즐거워해야 마땅할 요 녀석들이 산 채로 털 뜯기는 걸 보고 있자니까 정신이 번쩍 들면서 내 머리털 뽑히는 심정이더라고요. 이미 뽑은 털을 가져다 다시 심을 순 없겠지만 이제부터라도 얘네 털들 내 털인 양 참으로 귀하게 여길 참이어요. 혹여 오며 가며 얘네 털로 싸인 날 보시걸랑 쟤가 철모를 때 산 철 지난 옷이구나, 슬쩍 눈감아주시길 부탁드려요. <김민정·시인>

 

 

 

 

 

 

 

 

 

 

 

 

 

한동한 뜸했던 철사모 송년회.

날을 잡다 보니 이브날. 마루샤브가 2부제로 운영을 한다고 해 예약을 5:30으로 잡으니 바쁘다.

혜화역에서 찾아오며 여산 식당이 안 나타나 도로 갈 뻔했단다. 헌데 메뉴 보고 참고 오길 잘했다고 하면서 오자 마자 홀로 진출한다.

안왔으면 큰일날뻔 했다 웃었다.

나도 출장 갔다 오느라 조금 늦었다.

하늘이 수제비누를 나누어 주었다. 직접 만든건 아니고 만드는 사람이랑 친하다고....

보름 유럽 가족 여행 다녀온 순한공주 부부는 더 우아해져 왔다.

여행 다니며 앉은 자리에서 배낭 들고 가는 소매치기를 당했다고 한다.

그 와중에 빅토리 녹스 과도를 하나씩 사다 주어 달타냥과 삼총사 모드로 사진도 찍었다.

황박 올 한해 마음고생 너무 많이 한 자신에게 잘 견뎌줘 고맙다고 스스로 선물을 했다는 모자를 오늘 찾아왔는데 정말이지 우아하고 예쁘다.

순한공주도 밍크모자 쓰고 왔다. 그래서 한번씩 써보고 인증샷.

 

주사파 남의편, 자민씨, 큰오빠에게 계란말이주를 한잔씩 말아드리니 술 약한 여산은 메추리알주로 말아주란다.

오랫만에 앉아 맛있는 음식 먹어가며 밀린 이야기 나누니 2시간이 훌쩍 지난다.

오늘 밥값은 꽤 나왔는데 철모 오빠가 딸 취직 턱으로 냈다.

같은 건물 1층의 funnel 이라는 카페로 이동.

 

 

 

 

 

 

 

 

 

 

 

 

 

크리스마스라 사람이 많을줄 알았는데 안쪽에 자리잡아서인지 아니면 간판만 보면 뭘 파는 곳인지 분간이 안되어서인지 아무튼 사람이 거의 없어 한갖지고 아주 좋다.

여긴 황박이 쏜다고....

배가 너무 부른지라 배 안 부른 메뉴로 골랐다.

1,2월 한갖진 시간을 잡아 박 여행을 가자 했는데 제주도 2박3일 여행이 날을 잡을 수 없어 결국 1박2일 근교 휴양림으로 낙착.

제주도, 제천, 통영, 부산, 평창, 대관령. 우리가 말로 다녀온 곳들.

2월 여행도 갈 수 있으려는지.

남의편들이 어찌나 웃기는지 웃다 돌아가실뻔 했다.

아무튼 마음 맞는 친구들과 맛있는 저녁 먹고 우아하게 차 마시고 배는 든든하고 가슴은 따뜻한 행복한  송년회.

감고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