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편 - 천양희(1942~ )
성당의 종소리 끝없이 울려퍼진다
저 소리 뒤편에는
무수한 기도문이 박혀 있을 것이다
백화점 마네킹 앞모습이 화려하다
저 모습 뒤편에는
무수한 시침이 꽂혀 있을 것이다
뒤편이 없다면 생의 곡선도 없을 것이다
사람이 참 그래요. 사람이란 게 참 말로 다 설명이 안 돼요. 그래서 모순이다 모순덩어리다, 그 표현할 길 없는 답답함을 뭉뚱그려 일명 창과 방패로 얼버무리기 일쑤였던 모양인데요, 한번 생각들 좀 해 보자고요. 사랑하는 사람들끼리라면 주고받을 게 사탕 같은 사랑뿐이어야 하는데 시간이 갈수록, 함께 세월을 잡아먹을수록 사랑하는 사람들끼리라면서 주고받는 게 사악한 상처뿐이 아니었는지를 말이에요. 가만, 예까지 말하고 보니 나도 참 내 입장만 따지고 드는 이기주의자 같긴 한데요, 어쨌든 이 당나귀 코딱지 같은 세상에 왜 나를 낳았냐고 부모에게 끝끝내 해서는 안 되는 말 던지지 말아야 할 듯해요. 그러니까 이 당나귀 코딱지 파서 나 먹으라고 입에 처넣는 것 같은 세상에 왜 하필 내게 왔냐고 애인에게 도저히 해서는 안 되는 말 던지지는 말아야 할 것 같아요. 이런 말들 앞에 약속이나 한 듯 무너지는 등고선, 그들의 시린 어깨를 한번 가늠이나 해 본 적 있는지요. 우리들 평생 이해와 오해라는 양팔저울 위에서 이리 기우뚱 저리 기우뚱 그러다 어느 순간 0으로 마감하는 인생들이잖아요. 네 얼굴이 못나 보여 싫을 때, 네 말이 뾰족해서 아플 때 말없이 뒤로 와 네 뒤통수를 보자고요, 팔자로 휜 네 다리를 보자고요. <김민정·시인>
아침에 일어나니 개스가 끼어 산이 잘 보이지 않는다. 헌데 조금 지나니 해가 뜨면서 다행이 날이 맑다.
오늘 고도가 높아지는지라 바지, 티를 겨울용으로 갈아입었다.
오늘도 우리는 별로 먹을게 없는지라 일찍 아침을 끝내고 비교적 빨리 출발.
고도가 4000이 넘으니 나무가 없다. 자연 화산재로 인한 먼지가 많이 난다.
그래서 이곳은 눈 때문이 아니라 먼지 때문에 배낭 카바에 스패치를 한 사람들이 많다.
오늘 옷이 두꺼운건지 공진단 때문인지 등짝에서 땀이 난다. 더구나 이 옷이 땀 배출이 잘 안되는것 같다. 아무래도 옷을 잘못 입은것 같다.
날은 해가 날땐 덥지만 그늘이 지면 금방 서늘해 지는 날씨.
생각보다 덥고 생각보다 추운 킬리만자로의 날씨.
파일 잠바는 좀 덥고 얇은 고어잠바를 입고 진행.
오늘도 고도를 제법 올려치지만 코스가 짧다고 해 그런줄만 알았다.
오늘 점심 먹는 곳은 카랑카 캠프.
이곳에서 호주 여인은 1박을 더 한다고 드디어 우리팀과 나누어지게 되었다. 자연 가이드 마르코와 포터 등이 남게 되었다.
오늘 점심은 밥도 빵도 없이 감자가 많이 든 스튜 하나 밖에 안준다. 속은 좀 편해져 감자로 허기를 면했다.
헌데 이곳에서부터 바라푸 캠프까지가 정말이지 죽을 맛이었다.
카랑카에서 바라푸 캠프는 거리도 만만치 않고 고도도 높아지고 경사도 만만치 않다.
더구나 일찍 도착해 쉴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평소보다 이르지 않은 시간에 도착해 눈 잠깐 붙이고 일어나 정상 공격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
멀리 보이는 바라푸 캠프의 화장실을 보니 언제 저길 가나 정말이지 한숨만 난다.
카랑카에서 바라푸 가는 중간쯤 부터는 물이 없다고 한다. 우리가 잘 캠프에서는 물 뜨러 한참 내려와야 한다고 한다.
헌데 나보다 더 힘들어 하는 홍샘. 의외다.
그러더니 10시반 일어나 간단하게 요기하고 11시 정상공격 한다는 요나의 말에 두팀으로 나누어 가자는 홍샘.
기운 남는 류, 황샘은 12시 출발하고 우리 셋은 먼저 출발 하자고 한다. 같이 가면 부담 된다고....
아무튼 저녁은 다들 입맛이 없어 사발면으로 입맛을 돋구고 밤에 끓여 달라고 누룽지를 맡겼다.
바라푸 캠프는 정상 직전 캠프라 다른 곳보다 시끄러워 사실상 숙면을 취하기 어려운 곳.
억지로 눈 붙이고 일어나 내복에 우모 잠바까지 입고 누룽지로 빈속을 채우고 11:15 세명이 요나와 포터 대장 그리고 파울로와 출발하는데 요나와 포터대장은 빈 몸이고 파올로만 배낭을 맸다. 요나는 아이젠을 챙겨 우리도 아이젠을 챙겼다.
그리고 어둠 속을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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