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 - 허수경(1964~ )
극장을 나와 우리는 밥집으로 갔네
고개를 숙이고 메이는 목으로 밥을 넘겼네
밥집을 나와 우리는 걸었네
서점은 다 문을 닫았고 맥줏집은 사람들로 가득해서 들어갈 수 없었네
안녕, 이제 우리 헤어져
바람처럼 그렇게 없어지자
먼 곳에서 누군가가 북극곰을 도살하고 있는 것 같애
차비 있어?
차비는 없었지
이별은?
이별만 있었네
나는 그 후로 우리 가운데 하나를 다시 만나지 못했네
사랑했던 순간들의 영화와 밥은 기억나는데
그 얼굴은 봄 무순이 잊어버린 눈(雪)처럼
기억나지 않았네
(하략)
사랑이라면 오이처럼 닭살이나 긁어대는 난데 사랑이 아플 때마다 내게 와 토로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속속들이 곡괭이로 제 속을 파대지 않으니까 말하는 그대로 옳지, 저런, 어째, 이런 추임새나 넣어주는 게 나니까 그것이 어떤 위로가 되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참 씁쓸하기도 한 것이요, 사람마다 사랑의 그 패턴이라는 것이요, 도통 변할 줄을 모른다는 겁니다. 헌신하다 헌신짝처럼 버려지는 애는 매번 그 타령이고요, 문어발식으로 여러 다리 걸치다가 여러 남자 단번에 가위질하는 애도 매번 그 타령이고요, 어쩜 그리 매번 모자라거나 넘치는지요. 당신, 당신들이라는 수수께끼. 왜 그때 헤어졌지? 우리 만년 동안은 물어온 것 같은 수수께끼. 그 살[肉] 밑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우리 더 배 깔고 누워 문제 풀이에 골똘해야 아하! 명쾌한 열쇠 하나 손에 넣을 수 있을까요. <김민정·시인>
날씨가 참 좋다. 6시기상해 7:30 아침 먹고 8:10 출발.
출발 전 오늘은 원정용 단체티를 입고 기념촬영.
산악회 로고를 넣으려니 몇장 안되고 경비도 너무 비싸 아쉬운대로 글씨만 새기자니 심심해 태극기르 붙였단다.
국가대표 산악인도 아닌데? 조금은 민망하다. 그래도 예쁘고 품질 좋은 티르 고른 신샘의 안목에 만족한다.
오늘은 3000에서 3800까지 가는 비교적 순탄한 여정이다.
아침 먹고 말라리아 예방약, 다이아막스 반알, 그리고 비타민C까지 복용.
선두를 마이클이 서고 후미를 요나와 파울로가 봐 준다.
오늘 가는 코스는 우리 산과 많이 비슷한 느낌이다. 중간중간 바위도 있고 업다운도 제법 있는 구간.
걸음은 성격 급한 사람은 한숨 나올 정도로 천천히 걷지만 조금 속도를 높이거나 하면 머리가 아프다.
사진 찍는다고 황샘 앞으로 빠르게 가다 고소 올뻔 했다는 말은 엄살만은 아니다.
날씨는 겨울용 티를 입기엔 다소 햇살이 따갑다. 하지만 쉬거나 해가 들어가면 금방 서늘해 지는 날씨.
그래도 오늘까지는 조금 두꺼운 가을 옷을 입는게 더 좋을뻔 했다.
마랑구 루트는 등산객과 포터가 가는 길이 다르다는데 마차메 루트는 같은 길로 올라가니 중간 중간 포터와 만나면 우리들이 피해주어야 한다.
체력 남는 류샘과 황샘은 성에 덜차겠지만 저질체력인 난 그 덕에 자주자주 쉴 수 있어 좋다.
조금 힘들다 싶으면 브레이크를 외쳐주는 가이드. 그리고 누군가 일이 있어 처지면 한 사람은 꼭 남았다 그 사람을 챙겨 함께 올라오는 성실성.
아마 우리끼리 왔다면 성미급한 류샘 따라가다 고소로 다 지쳤을것 같다. 아무튼 그 어느 원정보다 산행일이 길어 긴장도 되지면 그만큼 이 코스는 고소 적응에는 좋다고....
오늘 도시락으로 준 점심 봉다리가 무거워 홍샘한테 맡겼다. 그리고 어제 오래된 젓갈을 먹어서인지 속이 편치않아 오늘은 나도 신샘처럼 밤단팥죽을 도시락 대신 먹는데 홍샘이 닭다리 조금 찢어 던지니 독수리가 잽싸게 물고 간다.
헌데 잠시 놔 두었던 도시락에서 큰 햄버거를 독수리가 한입에 물고 가버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손 쓸 틈도 없었다. ㅎㅎ
아무튼 무사히 1시경 시라 캠프 도착.
시라 캠프는 마차메 캠프와 달리 넓은 평지다. 이 높은 곳에 이런 넓은 평지가 있다는게 놀랍기만 하다. 세석평전은 이곳에 비하면 뒷마당이라고 웃긴다.
우리는 소위 식당 텐트라고 이름지어진 곳에 매트 깔고 가운데 체크무늬 천만 펼치면 식탁이 되는데 서양인들은 대부분 포터들이 의자, 테이블을 지고다녀 의자에 앉는 생활을 한다.
우린 바닥에 잘 앉아 아예 준비를 안해주는건지 아니면 경비가 저렴한 여행사인건지....
군데군데 키 크고 좁은 텐트는 화장실이라고 한다. 화장실도 여행자용과 포터용이 대부분 따로 있지만 역시나 구멍이 너무 작아 볼일 보는데 불편한건 같고 타일이 붙여있고 문이 잘 닫힌다는 정도의 차이?
그래도 캠프마다 관리사무소가 있어 도착할 때마다 명단에 이름 적고 아침 일찍 화장실에 가면 깨끗한걸 보니 관리를 하긴 하나보다.
일찍 도착해 손씻고 세수도 하고 차도 마시고 5시경 저녁을 먹는데 기나긴 밤을 어찌 보내야 하는 고민들을 한다.
왜? 너무 일찍 자면 밤에 꼭 깨니까....
그래도 이번 원정에서는 두통을 아직은 느끼지 못하겠다.
머리 6일 동안 못 감는다고 거품형 샴푸를 사 왔다고 오늘 머리를 감는단다. 내일 감으면 좋겠지만 내일은 고도가 높아 고소 올지 모른다고 오늘 감는단다.
거품으로 머리를 감으니 머리가 서늘해 머리 감다 고소 올뻔 했다고 웃긴다.
캠프 도착하면 착한 홍샘이 우리 텐트에 와 매트도 깔아주고 침낭도 펴 준다. 그래 홍내관이라고 놀렸다.
또한 황샘은 무슨 음식이던 가리지 않고 잘 먹어 뭔가 의심쩍은 음식은 황샘이 제일 먼저 맛을 본다. 그래서 황샘의 별명은 기미상궁.
신샘은 무슨 음식이던 현지 음식은 다 머리를 저어 까칠공주라 놀렸다.
류샘은 3개월 예정이던 필리핀 어학연수를 지진 때문에 2개월 만에 귀국했지만 그래도 영어가 좀 낫다고 로칼 가이드 역할을 충실하게 한다.
내일은 4600대를 올라쳤다 3800대에서 잔다고 한다. 고소훈련의 날이다.
아무튼 할 일이 없어 일찍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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