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나라 이야기

사진으로 보는 발칸반도 2-순한부부 버젼

산무수리 2014. 8. 26. 17:56

나를 열어주세요 - 나희덕(1966~ )


옆구리에 열쇠구멍이 있을 거예요.

찾아보세요. 예, 거기에

열쇠를 꽂아주세요. (…)

몇 걸음이라도 걸어야 살 것 같아요.

열쇠를 찾을 수 없다고요?

당신의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있잖아요.

손가락만큼 좋은 열쇠는 드물죠.

때로는 붓이 되기도 하고 칼이 되기도 하는 손,

지문의 소용돌이를

열쇠구멍의 어둠에 가만히 대보세요.

예, 드디어 열렸군요.

이제 구멍 밖으로 걸어갈 수 있겠네요. (…)


손의 역할은 거의 만능이다. 손으로 글을 쓰고 악기를 연주하고 상처를 치유하고 전답을 경작하는 동시에, 독약과 무기를 만들어내고 인간과 동물을 살상한다. 악수와 애무와 기도 또한 만남과 사랑과 믿음의 열쇠가 되는 손의 기능이다.

 몸에 갇혀 살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정작 자기의 몸을 드나들 수 없다. 저마다 태엽 감는 인형처럼 열쇠 구멍을 가지고 있지만, 자기 손으로 직접 여닫을 수 없으므로, 남의 손, 타자의 열쇠가 필요하다. 나와 남이 공존해야 할 이유도 여기서 비롯된다. 만나서 손을 잡고 서로 말을 나누어야 열고 열릴 수 있다. 열쇠가 되는 말을 주고받는 데서 모든 소통이 시작된다. <김광규·시인·한양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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