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직박구리의 선물 - 김일영(1970~ )
이른 아침,
숲 아래 있는 내 방 근처가 시끄럽다
직박구리 한 마리 무엇인가 물고 시끄럽다
먼 곳에서 보내온 장난감을 친구에게 자랑하듯
소나무에 앉았다가 전선에 앉았다가
아침이 새의 활기로 어수선하다
한 마리는 전봇대에 앉아
부산한 자기 짝을 점잖게 지켜본다
나는 맛있는 먹이라도 얻은 것일까 집중해 바라본다
그것은 작년 가을쯤에 떨어졌을 참나무 잎 한 장,
저 새가 입에 문 나뭇잎을 내게 선물한다면
어디에 쓸까 생각해 보는 아침(…)
꼬리가 상큼하게 길어 날씬한 유선형으로 보이는 직박구리는 동네에서 멀지 않은 뒷산에 산다. 가끔 먹이를 찾아서 뒷마당까지 날아오기도 한다. 대개 두 마리가 함께 와서 한 놈은 주위를 살피고, 또 한 놈은 낟알이나 과일 껍질을 집어 삼킨다. 때로는 몇 마리가 한꺼번에 몰려 와서 소란스럽게 떠들어 댄다.
예쁘게 생긴 저 회갈색 직박구리들이 어떻게 이처럼 시끄러운 소리를 낼 수 있을까. 이쯤 해서 창문을 닫아버리지 않고, 계속해서 이들을 조용히 관찰하여 지난가을의 참나무 잎 한 장이 떠드는 이유라는 것을 발견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 나뭇잎을 선물로 받을 걱정까지 하는 사람이 바로 시인 아닌가. <김광규·시인·한양대 교수>
-곽샘 사진 추가
-상곤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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