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가는 소리
-유안진(1941~ )
비 가는 소리에 잠깼다
온 줄도 몰랐는데 썰물소리처럼
다가오다 멀어지는 불협화(不協和)의 음정(音程)
밤비에 못다 씻긴 희뿌연 어둠으로, 아쉬움과 섭섭함이 뒤축 끌며 따라가는 소리, 괜히 뒤돌아보는 실루엣 같은 뒷모습의, 가고 있는 밤비 소리, 이 밤이 새기 전에 돌아가야만 하는 모양이다
가는 소리 들리니 왔던 게 틀림없지
밤비뿐이랴
젊음도 사랑도 기회도
오는 줄 몰랐다가 갈 때 겨우 알아차리는
어느새 가는 소리가 더 듣긴다
왔던 것은 가고야 말지
시절도 밤비도 사람도―.
빗소리를 자장가 삼아 자다가 깨어나 밤비 소리에 귀 기울인다. 밤비 소리는 “다가오다 멀어지는 불협화(不協和)의 음정(音程)”이고, “아쉬움과 섭섭함이 뒤축 끌며 따라가는 소리”로 들린다. 비는 새벽녘에 겨우 그친다. 왔다가 돌아가는 게 어디 밤비뿐이랴. 젊음도 사랑도 기회도 그렇다. 내게도 젊음 사랑 기회가 다 있었는데, 이것들이 왔을 때는 알아차리지 못하다가 가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다. 소중한 것들은 잃어버린 다음에야 그 소중함이 더욱 절실해진다. <장석주·시인>
아침 호텔 식사 잘 먹고 차 타고 나올때 무지개가 떴다.
오늘 날씨 좋을줄 알았다.
잠시 비가 오는듯 했는데 다행히 그쳤다. 그래도 혹시 몰라 비옷은 챙겼고 잔차 헬멧에 샤워캡도 씌우긴 했다.
대회 시작 전 사진 찍고 천천히 후미에서 출발.
우리는 팀이 함께 움직이니 자연 후미 그룹이 된다.
여기까지 와 너무 짧게 타면 아쉬우니 100K 신청을 했다.
잠바를 입었다 출발 직전 벗었다. 잘 벗었다 싶었다.
헌데 중간 간식 주는 곳 가기도 전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웬지 불길하다.
간식 주는 곳에서 화장실 들리는데도 한참 걸린다. 점심 먹으면 딱 좋겠는데 간식밖에 안준다.
설상가상으로 비가 제대로 오기 시작한다.
얼른 비옷을 입었다.
이곳에서 밥 주는 곳까지 가는데 비는 계속 내리고 길은 미끄럽고 중국 사람으로 보이는 사람이 넘어지며 다친것 같다.
자연 우리도 조심을 하게 된다.
한국 학생들 단체도 만났다.
점심 주는 곳인줄 알고 간 곳도 간단한 간식만 준다. 진짜 허기진다.
이곳에서 잠시 해가 나 이젠 비 안 올줄 알았다.
헌데 웬걸?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설상가상으로 길은 계속 언덕이다.
언니들은 언덕을 느린 속도로 쉬지도 않고 멈추지도 않고 진짜 잘도 간다.
비는 오는데 길이 좁아 자동차 전용도로가 없고 차량 통제도 하지 않는다. 자연 좁은 길에서는 더 무섭고 횡단보도 건널때도 조심스럽다.
섬에 가야 점심을 먹을 수 있는데 섬에 가까워 질 수록 언덕이 더 자주 나온다.
설상가상으로 바람이 어찌나 쎈지 정말이지 날아갈것 같다.
날이 추우니 화장실도 자주 가게 되고 정말이지 비옷을 입었지만 신발, 옷이 거의 다 젖은 상태.
잔차 타다 걷다를 반복해 겨우 점심 먹는 장소로 이동.
헌데 이곳에서 밥 먹고 기나긴 다리를 다시 건널 생각을 하니 한숨 난다.
다들 추워 난리다. 여기서 잔차를 더 타는건 무리라고 다같이 이곳에서 끝내기로 결정했나보다.
체력도 바닥나고 온 몸이 젖어 한편은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여기까지 와 다 타지 못해 한편은 서운했다.
물이 젖은 잔차를 우리 버스에 다시 싣고 잔차로 왔던 길을 버스로 이동하는데 이 길을 비 맞으며 타지 않아도 되는건 확실히 좋았다.
차로 출발지로 이동하는데 악천후에 늦은 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타는 분들을 보니 부러웠다.
완주는 안했지만 우겨서 완주증을 다 받았단다.
호텔로 돌아와 온천장에가 씻고 호텔에서 저녁 먹고 차영샘이랑 둘이 바닷가도 걷고 놀다 들어오니 오늘의 서운함이 좀 덜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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