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 주차장>
함민복
구름의 주차장에서
구름을 기다렸네
구름은 오다
구름을 버리고 흩어졌네
눈알을 달래
마음을 풀었네
눈알과 마음을 믿은 죄로
세월은 가고 나는 늙어
구름에서 멀어지고 있네
나는
나를 타고 움직이고 있었네
코스개관: 동서울 23:00 성삼재 심야버스-성삼재-노고단-노고단 정상-노루목-반야봉-삼도봉-화개재-토끼봉-연하천-벽소령 (1박)-선비샘-세석-촛대봉-장터목-제석봉-천왕봉-법계사-로타리-순두류 (첫날은 새벽 비가 내리다 그치고 희뿌연 날씨, 둘쨋날은 화창한 날, 둘)
2020년 2월 퇴직 기념 선물로 지리산 종주를 하다 연하천에서 비때문에 음정으로 하산 해 종주는 미완으로 남았다. 헌데 코로나로 대피소가 폐쇄되어 종주는 커녕 반주도 꿈도 못 꾸었다. 작년 가을 아쉬운대로 무박 천왕봉을 다녀오긴 했다. 대피소가 부분적으로 열렸다고 해 이제나 저제나 갈 수 있나 기다리다 드디어 시한부 백수기간이다. 퇴직 선물 마저 하기로 한 차영샘은 방학에는 안 간다고 해 남의편에게 같이 가자 했다.
어디서 잘까 고민하다 벽소령 1박 추첨기간 신청해 평일이어서인지 무사히 예약.
짐을 줄이기 위해 햇반을 미리 집에서 뎁혀 놓았고 코펠도 한개만 가져 가기로 했다. 햇반 사고 라면 사고 떡 사고 빵 사고 물 얼리고 국거리 준비하고 고기 대신 스팸 작은거 하나 넣었다.
그래도 일욜 당나귀 산행으로 산행에 무리가 갈까 조금 염려는 되었다.
저녁 먹고 아침으로 먹을 밥을 쌌고 출발해 동서울 23시 출발 버스를 타는데 자리가 널널하다. 그래서 거의 눕다시피 해서 가는데 이 버스가 함양, 인월을 지나 성삼재 도착하니 4시간 걸려 3시. 대부분 함양에서 내렸고 4명만 성삼재에서 내렸다.
날씨는 안개비가 내리는데 전광판에 입산통제라는 안내. 뭐지? 불길한걸?
일단 노고단 대피소로 올라가는데 비가 내려 비옷을 꺼내 입었고 노고단 대피소 도착하니 대피소는 공사중이고 취사장엔 불이 꺼져 있어 불 켜고 들어갔지만 젖어있어 앉을 곳도 없다. 배낭 커버 깔고 앉아 어째야 하나 궁리를 하는데 2인 한팀이 들어오더니 떡을 먹더니 나간다.
우리와 같은 버스 타고 온 한 사람도 못가게 하면 화엄사로 내려간다고 나갔다.
5시반 쯤 좀 훤해져서 노고단 고개에 올라가니 문이 굳게 닫혀있고 노고단 정상쪽 초소에 사람이 보인다. 오늘 입산통제 해제가 되는거냐고 오늘 비 안온다고 했는데 어쩌구 저쩌구 하니 자기네도 모르고 공단 지시가 있어야 한단다.
노느니 노고단 정상 가기로 해 배낭을 놓고 올라갔다 오는데 시계도 뿌옇고 바람도 장난이 아니다. 얼른 인증샷 찍고 내려왔다. 어쩔 거냐는 나무천사. 얼마만에 온건데 절대 포기 못하고 기다려 본다고 했다.
추워 비옷 입고 무작정 앉아 기다리니 2팀이 더 올라왔는데 한팀은 부자지간으로 보이는데 침낭 안 빌려준다고 들고 왔다는데 배낭이 무거워 보인다. 젊은 사람은 스패치까지 했는데 그것도 거꾸로 해 자꾸 흘러 내린다고.....
같은 버스 탄 홀로 작은 배낭 하나 들고 온 남자도 미련을 못 버리고 기다리고 둘이 반야봉 찍고 뱀사골 하산한다는 사람이 왔고 홀로 가는데 까지 갔다 백 한다는 사람까지 기다렸다.
교대로 전화를 해 대고 우리는 일단 취사장으로 다시 내려가 아침으로 라면 하나 끓이고 싸 가지고 온 밥으로 아침을 먹고 올라가니 원래 해제는 10시 예정인데 10시 출발하면 벽소령까지가 무리인걸 아는지라 이름 적고 8:30 출발 시켜 준다고.....
어제는 호우 주의보로 입산이 통제됐단다. 이렇게라도 갈 수 있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나무천사는 노고단 시계가 좀 트였을거라며 노느니 올라가 사진 찍는다고 한번 올라갔다 왔다. 졌다.
오랫만에 온 지리는 사람들이 많이 안 다녀서인지 길이 많이 좁아져 있다. 선수 3명 앞서서 보내니 길은 정말이지 널널하다. 그리운 지리를 행복해 하면서 간간히 시계가 트여 부지런히 가니 노루목. 잠시 고민하다 반야봉을 갔다 오기로.....
반야봉까지는 1키로인데 삼도봉 갈림길이 기억보다 늦게 나타났고 여기에 배낭을 놓고 올라가는데도, 그리고 데크가 더 많이 생겨 길이 순해졌는데도 어찌나 힘든지 정말이지 겨우겨우 올라갔다.
올라가니 뱀사골 하산한다는 사람들이 앉아서 김밥을 먹고 있고 낯선 사람 한명이 있다. 조망은 트일듯 트일듯 안 보인다. 기다릴 수 없어 내려오는데 갈림길에서 홀로 온 남자가 있다. 이 남자 왈 부자팀은 영 못오고 헤매고 있다고.....
이 남자도 오늘 하산해야 하는데 어디로 하산할지 무사히 하산 했겠지?
드디어 삼도봉이다. 당근 아무도 없다. 잠시 앉아 사진찍고 기나긴 화개재 계단을 향해 출발.
화개재 계단은 반대로 올라올 때는 죽음인데 내려가는 것도 어찌나 긴지 숨 찰 지경이다. 데크는 새로 보수 해 깨끗해졌다. 아무튼 숨 차 하면서 내려가 잠시 쉬었으면 좋겠는데 안 쉬고 올라간다. 화개재에서 뱀사골은 거의 10키로. 진짜 길고 징그러운 길이다. 이젠 마의 구간 토끼봉을 향해 출발.
토끼봉 가는 길은 거의 죽음. 정말이지 오르막에서는 허리도 아프고 기운도 없어 나무천사는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아무튼 죽지 않고 토끼봉 올라가 잠시 쉬고 이젠 연하천을 향해 출발.
토끼봉에서 연하천 가는길도 기억보다 얼마나 멀고 오르막은 왜 이렇게 많은지 정말이지 죽을 만큼 힘들게 겨우겨우 연하천 마지막 계단을 내려가는데 이 계단도 기억보다 진짜 멀었다.
대피소는 공단 직원 외에는 아무도 없다. 물을 끓여 커피와 빵을 먹고 잠시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며 행복한 고생길을 몇번 더 올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물도 뜨고 오늘 목적지인 벽소령을 향해 출발.
벽소령 가는길은 그래도 연하천 오는것 보다는 쉽다고 기억됐는데 초장은 내리막이 많아 좋았는데 길은 업다운이 많아 긴장을 풀 수 없는 그런 길이다. 간간히 멋진 조망을 보여주긴 했지만 그렇다고 힘이 안 드는건 아니다. 아무튼 죽기 직전 벽소령 도착하니 4시반.
방 배정 해 줄테니 빨리 오란다. 들어가 체온을 재는데 38도. 허걱~ 잠시 모자 벗고 하니 다행히 체온이 정상이 되었다. 여자는 오늘 나 한명이라 아무데나 자도 되는데 1층에서 전기 판넬 켜놓고 자면 된다고.....
남자방도 널널하긴 마찬가지다.
전보다 나아진건 물뜨러 내려가지 않아도 되게 취사장 벽에 수도꼭지를 만들어 놓았다. 취사장 독점해 햇반에 남은 밥에 감자국 끓여 이른 저녁을 먹었다. 초저녁인데 자냐는데 허리가 너무 아파 일단 들어가 눕겠다고 했다.
담요 대여가 안 되 에어 메트레스와 깔개는 나무천사가 쓰기로 했고 나는 침낭을 쓰기로 했다. 대피소는 전기를 틀어 놓아 따뜻했고 커튼까지 생겼다. 일단 누워 잤다.
8시 경 잠이 깨 밖을 내다보니 아직 해가 덜 졌다. 나가보니 한팀이 늦은 저녁을 먹고 있고 조용하기만 하다. 화장실 들렸다 다시 들어와 자다 깨다 하는데 밤에 보니 별이 보인다.
-나무천사 사진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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