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이라는 말>
허형만
그늘이라는 말
참 듣기 좋다
그 깊고 아늑함 속에
들은 귀 천 년 내려놓고
푸른 바람으로나
그대 위에 머물고 싶은
그늘이라는 말
참 듣기 좋다
거의 12시간 만에 일어나니 나무천사도 나온다. 짐 싸서 취사장에서 어제 남은 국과 반찬으로 아침을 먹고 6시 10분 전 출발. 오늘은 맑아 어제보다 조금 더울것 같다고....
세석 가는길은 아주 길다. 그래도 초장엔 평지가 많고 아침 일찍 가면 조금 쉬웠던 기억이 있다. 부지런히 평지성 길을 갔고 짬짬히 시계 트이는 곳에서 사진도 찍고 진행하는데 선비샘이 아주아주 한참 만에 나타났는데 꼭지나 너무 낮아져 병에 물 뜨기가 나쁘다. 아무튼 물 가득 떠 가지고 조금 올라가니 선비샘 휴식터가 보여 잠시 쉬었다 출발.
세석 가는길은 길기도 길지만 조망이 멋지다. 기나긴 계단을 올라가다 오늘 처음으로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을 만났다. 중산리에서 출발했다는데 엄청 빠르다.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지라 드디어 세석. 들렸다 가냐고. 당근이지.
세석에서 떡 하나 먹고 숨 고르고 출발.
세석에서 촛대봉은 금방인줄 알았는데 금방이 아니었다. 세석에서 너무 힘들어 파워젤 하나를 먹었는데 당장은 효과를 모르겠다. 촛대봉에서 장터목 가는길은 제일 예쁜 구간인데 기억보다 길고 업다운도 많고 힘들다.
반대편에서 부부 한팀이 지나며 세석 아직 멀었냐고? 백무동에서 올라와 1박 하고 아침 1번 타자로 통천문, 천왕봉 찍고 술도 올리고 왔단다. 침낭에 짐도 무거워 보인다. 지리산 오면 마눌님한테 마일리지 2배라고 하니 막 웃는다. 덕담 나누고 출발.
조바심 날 즈음 드디어 장터목. 여기서 화장실도 들리고 물 끓여 커피 타서 소금빵이랑 먹는데 맛이 없고 안 넘어간다. 억지로 먹고 천왕봉을 향해 출발.
통천문 위에서 내려가는 팀을 만나 여기서 처음 둘이 사진 찍고 가기. 이 팀은 사진 찍어 준 사람이 초보인지 스틱이 불편해 그냥 배낭에 꼽고 간단다.
1시간 만에 겨우겨우 천왕봉 도착. 천왕봉에는 사람들이 제법 보인다. 부탁해 사진 한장 찍었는데 개떡같이 찍어줬다.
나무천사는 들고 온 마가목주를 한잔 올렸다. 그러는새 어느새 사람들이 사라져 정상이 한갖져졌다. 우리도 출발.
천왕봉에서 법계사까지는 거리는 2키로인데 경사에 땡볕이 정말이지 올라오는 사람은 거의 다 죽어가고 내려가는 사람도 무릎때문에 속도를 내기 힘든 구간이다. 우리 사진 찍어준 팀 추월해 가니 아버지와 온것 같은 청춘 둘이 잠바도 벗지 않고 거의 팔로 내려가고 있다. 아마도 무릎이 아파서인것 같은데 잠바는 왜 안 벗냐고 하니 벌레가 싫다나?
더우면 2배로 힘드니 웬만하면 벗으라고 했고 힘들면 파워젤 하나 있는데 준다고 하니 아버지가 그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그나마 내려가면 그늘이 보이기 시작해 조금 덜 힘든다. 드디어 법계사 앞.
나무천사 혼자 법계사 들리고 난 앉아서 쉬었다 어디로 하산할까 하다 순두류쪽이 예전에 한번 밖에 안 내려간지라 8월 지리 답사 겸 이쪽으로 내려가 보기로 했다.
순두류 하산길은 칼바위 구간보다 경사는 완만하지만 생각처럼 만만하진 않았다. 비가 많이 와서인지 계곡이 아주 좋았고 오래 된 출렁다리도 2번이나 건너고 여긴 셔틀버스가 다녀서인지 관광 모드 사람들도 간간히 보인다.
무사히 순두류로 내려오니 버스 정류장이 보인다. 20분 정도 기다렸다 법계사 절 버스를 타는데 올라올 때 돈 냈는데 내려갈때 또 내냐고 하니 당근이란다. 셔틀버스로 걸리는 시간은 평균 7~8분 정도 걸렸다.
셔틀 타기 전 전화로 17:20 남부터미널 버스 예약을 했다. 검색해 보니 16:00 차를 타면 택시 안 타도 될것 같다.
탐방 안내소 바로 앞 식당에서 김치찌개 주문하고 간이로 씻고 올 갈아입고 16:00 출발 원지행 버스를 타려고 부지런히 내려왔다.
헌데 계곡에 여름 피서객이 많은지 가게에 튜브, 물놀이 기구를 팔고 카페도 많이 생기고 가끔 가던 거목식당도 카페로 바뀌었도 청춘들이 많이 보였다.
원지 나가 표 받고 하나로 마트에서 음료수 사서 마시고 버스를 타니 빈자리가 많으니 아무 자리나 편한 자리에 앉으라고....
산행 끝나면 너무 피곤해서인지 잠은 잘 오지 않는다. 3시간 10여분 만에 남부터미널 도착해 전철 2번 갈아타고 평촌에 오니 속이 헛헛해 냉모밀 국수 한그릇씩 먹고 컴백 홈.
몸은 힘들었지만 행복한 고생길이었다.
-나무천사 사진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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