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22산행기

수락산 가을에 스미다 (벽운골-정상-노원골, 10/23)

산무수리 2022. 10. 23. 19:47

<노안>

            이영광


늦은 술자리에는
말이 안 되는 소리를
말이 된다고
작당해서 우기는 사람들.
말도 안 된다고,
못 참고 한편이 되어
대드는 사람들.

아침 산책길에는
똑같은 면티에 반바지를 갖춰 입고,
지역 광고방송 추리닝 모델들처럼 커플들이
손 붙잡고 걸어간다.

다들 서로 좀 들락거리는 중이라는 거다
한마음이라는 거다

아무리 봐도 나는,
두 사람이다
두 사람
두 사람이었는데,
최근 나에게는 노안이 왔다.
눈 비비고 보면,

머리가 둘
눈이 넷
입이 둘
팔다리가 여덟이나 달린 생면부지의
한마음이다.

 

코스개관: 수락산역 1번 출구-벽운동-매월정-깔딱고개 갈림길에서 좌측길-장암역 갈림길-수락산 정상-장군봉-치마바위-도솔봉-노원골 (아침엔 흐리더니 개며 더웠던 날, 시계는 조금 좋아짐, 공주와 무수리)

 

금욜에 이어 장공주와 둘이 산에 가기로 한 날.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 수락산 가을이 궁금하다.

수락산역 1번 출구에서 만나 3번 출구로 하산하기로 마음 먹었다. 장공주 1번 출구에서 없어졌다. 나랑 옷 비슷한 사람을 무작정 따라 간다. 헐~

수락산역 벽운동 계곡으로 올라가면 너덜성 길에 깔딱고개를 만나야 한다. 오늘은 계곡길을 버리고 왼쪽 능선길을 따라 가기로 했다. 이 길이 조금은 순한지라...

처음엔 사람이 없더니 여기도 차차 사람이 많아진다. 무사히 매월정 정자 찍고 깔닥고개로 내려가기.

 

깔딱고개를 안 가고자 왼쪽길로 들어섰다. 길은 작은 오솔길이고 호젓하고 단풍이 아주 그냥 죽여주는 길이다. 간간히 이 길이 맞아 싶은 곳도 나오긴 했지만 리본도 간간히 보인다. 한 팀이 밥을 먹고 있어 피해서 왼쪽으로 가니 커다란 암반이 보이는데 거길 가로 질러가는데 홈통바위 이정표가 보인다. 이쪽으로 진행하면 안될것 같다. 물어보니 계곡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한다.

어찌어찌 해서 길을 찾아 가는데 카페팀으로 보이는 한팀이 지나가 이 길이 맞나 싶었다. 문제는 여기가 단풍이 피크라 사진 찍어대느라 갈 생각을 안하는데 옥의 티.

그래도 길 찾는게 자신이 없어 뒤쫓아 가니 멋진 암릉 뒷쪽으로 올라서더니 수락산 정상으로 가는길이 드디어 나왔다. 장암역 하산하는 길에서 왼쪽으로 갈라지는 길인데 단풍은 멋진데 다시 갈 자신은 없다.

아무튼 무사히 정상 찍었고 사람이 많아 멀리 한장 찍고 하산하기.

 

정상에서 철모바위, 도솔봉 방향으로 하산하는데 우왕좌왕 하다 지난번 줄 잡고 내려서는 길이 무서워 나름과 이 길로 안가다 더 힘든 길로 하산한 적이 있다. 오늘은 줄 잡고 내려서는데 장공주 겁내 하니 오라방들이 어쩌고 저쩌고 참견질이다.

먼저 보내고 하산하는데 가고자 하는 길이 제대로 나왔다. 이쪽은 깔딱고개처럼 밧줄 잡고 가는 구간은 거의 없고 치마바위 처마 지나며 길은 잘 나있는 편이다.

용굴암 갈림길도 지나고 계속 수락산역 이정표가 나오는데 귀임봉은 1.9k. 너무 멀다~

이 말을 들은 오라방들이 여기가 길어도 길은 순하다고 해 그 말에 속아 능선을 계속 타고가다 마들역, 수락산역 갈림길에서 수락산역으로 하산하는데 결과론인지만 더 진행하다 수락산역으로 하산했으면 아작산과 올라왔던 길로 하산할 뻔. 그러면 귀임봉 배지도 딸 수 있었는데.....

아무튼 비교적 호젓한 길로 내려오니 노원골이 나온다. 포장 도로 나와 스틱, 무릎보호대 넣고 오늘 산행이 은근히 길었는지 발바닥에 불은 나지만 행복했다.

영미가 소개한 가재골 수제비에 가 조금 기다리다 의자에 앉긴 했는데 주문하는데도 시간이 걸리고 음식 나오는데도 시간이 걸리는데 그나마도 순서대로 나오지도 않아 김샜다. 수제비 먼저 나와 다 먹고나니 파전이 나왔는데 파전만 먹으니 느끼하다. 지난번 밥을 장공주가 산지라 오늘은 내가 계산했는데 굳이 회비를 낸다고 해 찻집에 가자 했다.

찻집에서 대추차와 커피로 느끼한 속 달래고 전철 타고 집으로~

 

에인절고는 오늘 부부가 춘마 풀을 무사히 완주했다고.... 부러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