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22산행기

관악산 6봉+8봉이 무서워 (10/25)

산무수리 2022. 10. 25. 18:36

<제 자리에 놓아두기>

                          오정방 
  
  
일상생활에 필요한 것들이
있을 곳에 있으면
혼돈이 없을 것이고
헤매지도 않을 것이고
애 태우지 않아도 될 것이다

수첩은 수첩 두는 곳에
지갑은 지갑 두는 곳에
시계는 시계 두는 곳에
돋보기는 돋보기 두는 곳에
열쇠뭉치는 열쇠뭉치 두는 곳에
핸드폰은 핸드폰을 두는 곳에

그러나 어디 꼭 그렇게만 되는가
행동이 생각을 따라가지 못하여서
늘 헤매고 찾느라 허둥대며 보낸다

많은 나이 때문인가
하는 일들로 바쁜 탓인가
신경쓸 데가 너무 많은 연유인가

아내 외엔 제 자리에 놓인 것이
암만 생각해도 하나도 없어 보인다

 

코스개관: 청사역 7번 출구-백운산 입구-6봉-8봉-서울대 수목원-안양 유원지 (10월의 화창한 가을날, 둘)

 

소풍날이라 연가를 내고 내심 평일 설악 단풍을 기대했다. 헌데 눈이 내려 입산 통제라고. 계속 설악이 거부를 한다. 아쉬운 대로 계룡산이나 속리산을 가자 하니 차 안 타고 가는데 가면 어떠냐고. 그러더니 소요산?

어제 안양회 모임에 재순이에게 부탁해 삼각김밥, 감동란, 샌드위치, 커피음료, 초코렛까지 바리바리 샀건만 김이 샌다. 소요산에 가느니 차라리 관악산 6봉, 8봉을 가자고 했다.

느지막히 일어나 공단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설악산 입산통제가 새벽 3시 해제. 속리산이라도 가기로 했으면 일찍 나선김에 설악으로 목적지를 변경했을텐데....

아쉬운 마음으로 아침 먹고 전철 타고 청사역에 내리니 10시.

 

청사 근처 은행나무는 벌써 물이 들어가고 있고 평일인데도 심심치 않게 사람들이 올라간다.

보통 6봉 갈때는 문원폭포 지나 6봉에 붙는데 오늘은 능선으로 가기로 했다. 헌데 이쪽 능선이 생각보다 길었고 높았고 힘들다.

한참 올라가니 2봉 입구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스틱을 집에 널고 드디어 올라서는데 다행이 와이어를 매 놓아 무사히 올라갔다.

 

긴 슬랩은 기다시피 올라갔고 코끼리 바위가 나왔는데 올라가다 한곳 뛰는 곳을 겁나서 뛸 수가 없다. 밸런스에 자신이 없어 도로 백했다.

 

3봉은 직벽성 길인데 전에는 무리없이 올라간것 같은데 이 기억도 믿을 수도 없고 힘들다고 해 과감히 우회. 남의편만 넘어서 만났고 5봉은 올라가야지 해서 올라가는건 올라갔는데 여기서도 뒤로 돌아 내려서야 하는데 자신이 없어 다시 백해 돌아 내려왔다. 한 팀도 올라오다 역시나 백 해서 내려간다. 말이 6봉이지 3봉도 제대로 못한것 같다. 갈 수록 갈 수 없는 코스가 늘어만 간다.  드디어 6봉. 여기서 삼각김밥, 샌드위치에 커피를 타서 점심 해결. 

 

6봉 지나고 8봉 국기봉 지나 8봉 가는길은 밧줄을 많이 설치해 6봉보다는 훨씬 낫다. 가급적 우회하지 않고 올라가고 내려가고 반복. 간간히 단풍이 어여쁜 곳도 지나고 아무튼 왕관바위 타령을 하더니 드디어 왕관바위.

누가 여길 올라갔다 못 내려와 죽을뻔 했다고 기어이 올라갔다 내려온다. 졌다~

8봉에 간간히 사람들이 오르내리는데 한팀 빼고는 무림의 고수인것 같다. 휘리릭 올라왔다 사라졌다.

무사히 8봉을 했고 (언제 또 올지 기약이 없다. 누군가를 데려올 엄두도 나지 않는다) 수목원 문이 열려있다. 스틱, 무릎보호대 넣고 출발.

 

수목원은 길을 넓히고 나무도 심었고 오래된 건물은 철거했고 뭔가 변화가 보인다. 아직 단풍은 피크가 아니다. 나와보니 나가는건 가능해도 들어올 수는 없다고.....

막국수를 먹기로 했는데 정기휴일이라 치맥 먹기로 해서 치맥을 시켰는데 배가 너무 부르다. 먹다 먹다 남겨 싸가지고 꽈배기도 사서 출발.

 

여기까지 온 김에 김중업 박물관을 구경하자고 했다. 이 건물이 예전 유유산업 공장이었다는데 김중업이 설계한 건물이라고 한다. 건너편 건물은 안양 박물관이 쓰고 있고 뒷쪽에도 상설 전시장이 있었다.

박물관 들어가보니 우리가 잘 아는 건물 중 김중업이 설계한게 생각보다 많았다. 공장 지었던 자리가 예전엔 절이었다는데 당간지주와 석탑이 입구에 있다.

30분 출발한다는 2-1 마을버스 타고 범계역으로. 다소 아쉽긴 했지만 혼자 엄두가 안나는 14좌를 완등은 못해도 그래도 맛을 봤으니 이만하면 잘 보낸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