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
하청호
나는 커다란 그늘이 되고 싶다.
여름날 더위에 지친
사람들과 동물들, 그리고
여린 풀과, 어린 개미, 풀무치, 여치,......
그들에게 시원한 그늘이 되고 싶다.
그러나 나는 아직 작아
조그만 그늘만 드리우고 있다.
언젠가 나는 크고 튼튼하게 자라
이 세상 모든 사랑스러운 것들을
내 그늘 속에 품어 주고 싶다.
햇빛이 강하고 뜨거울수록
더욱 두터운 그늘이 되어
그들을 품어 주고 싶다.
코스개관: 오색-대청-중청-소청-소청대피소-봉정암-수렴동 대피소-영시암-백담사 (9:10~17:10. 바람불어 좋은날, 둘)
봄 설악을 염두에 두었고 이왕이면 장공주도 머슴이 있다면 가고 싶다고 해 남의편에게 이야기 하니 오케해서 날을 잡기로 했다. 헌데 경방이 5.15이나 풀리는데 이날부터 손주를 봐주기로 해서 17일 못 간다고....
둘이라도 가기로 했고 일욜 버스표 예매를 하는데 딱 2자리가 남아 따로 떨어진 자리 겨우 예약했다.
첫 전철을 타고 사당에서 환승하는데 5:50경 전철을 타니 6:20 강변역 내려 다행히 여유가 있다.
버스를 타니 예상보다 여자들이 많아 또 한번 놀랬다. 불편하게 잠을 잤고 몇몇이 떠드니 시끄럽다고 예민하게 구는 사람들도 있고 아무튼 두번 정차하고 장수대에서 1명, 한계령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렸고 흘림골에서 몇몇이 내리고 오색에는 우리와 여성 5명 팀이 내렸다.
입구에는 뭔가 행사를 하는지 분주한데 케이블카 설치 회사에서 홍보를 나온것 같다.
아무튼 입구에 앉아 아침으로 싸 온 김밥을 먹었고 화장실도 들렸고 출발하는데 여성 단체는 준비운동을 하며 여유를 보인다. 무사히 종주를 하느니 하던데......
밥 먹고 바로 출발하니 좀 염려가 되었는데 예상 외로 그늘이 많아 처음엔 좋았다. 헌데 속이 부대끼며 살짝 어지럽기까지 하다. 올라가는 사람은 우리 밖에 안 보이는데 영 속력을 낼 수가 없다. 기다시피 올라가는데 정말이지 이렇게 갈 수 있을까 염려가 되었다.
그나마 완만한 길에서는 좀 나은데 급경사는 더 힘들다. 그동안 눈에 안 들어오던 쉼터가 왜 이렇게 자주 있나 이해가 가던 날이다. 아무튼 기다시피 올라가니 이래갖고 백담사 가겠냐고 끌탕이다.
속은 안 좋은데 갈증은 계속 이어진다. 다른건 겁나 못 먹겠고 과일만 쉴 때마다 먹었다. 남의편은 짬짬히 나물까지 뜯는다. 올라가는 사람은 우리 밖에 안 보이고 이 시간에 하산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새벽 정상 갔다 되집어 내려오는 거라고.....
그나마 급경사 지나고 정상 가까이는 완만한 경사가 나와 조금 덜 쉬고 올라가는데 손가락에 쥐가 날것 같다. 도대체 뭐지? 체중이 꼬딱지 만큼 줄어 좀 수월할줄 알았는데 뱃심으로 다닌거였나?
드디어 한명이 올라온다. 두번째 차를 타고 온 사람인것 같다. 한참만에 커플 한팀이 올라오는데 이 팀까지 추월당하면 안될것 같아 죽기살기로 올라가는데 정상에 가까워 오니 아랫쪽 산철쭉이 지나고 진달래가 남아있다.
한 사람이 내려오며 몇시 출발했냐고 물어보며 정상 바람이 장난이 아니라고....
내심 겨울도 아닌데 뭐 얼마나 쎄길래 하며 죽을둥 살둥 올라가니 진짜 바람때문에 걷기 힘들 정도다. 모자가 날아갈것 같아 수건으로 묶었는데 수건이 날아갔다. 헐.
남의편 한참 기다려 춥지 않냐고 하니 시원하단다. 정상에는 사람도 별로 없는데 두팀이 마냥 사진을 찍어 짜증 날 지경.
내 손수건은 다행히 정상석 아래쪽에서 찾아 다시 단단히 묶고 정상 인증샷 하고 출발.
이 바람은 소청까지 이어졌다.
중청에 내려와 레자미 소금빵과 커피를 타 마시는데 백담사까지 6시간 걸린다고 되어 있다. 막차가 동절기엔 5시인데 전화 해 보니 6시 까지라고. 이 시간에 못 간다고 천불동으로 하산하는건 어떠냐는데 천불동은 몇번 하산도 했지만 계속 나오는 업다운이 너무 지치게 하고 백담사 구간은 오랫만이라 이쪽으로 하산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정 안되면 자고 간다나? 택시가 있는데 자고 가다니?
아무튼 빵도 다 안 넘어가 좀 남기고 출발. 그나마 컨디션은 조금 나아졌고 내리막에는 속력을 낼 수 있을것 같다.
날보고 사진 찍을 생각 하지말고 부지런히 내려가라고 한다. 소청 지나고 드디어 봉정암으로 하산하는 길은 기억보다 급경사다. 소청 산창은 예전 운치가 없어졌고 조용하기만 하다. 여기서 봉정암이 0.7키로. 봉정암에 가니 대웅전 가는길이 나오는데 사리탑은 남의편이 대표로 올라가기로 한지라 포기하고 내려와 물만 뜨고 출발하는데 한분이 어디서 왔냐고 물어본다. 이분하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가게 되었다.
예전 졸업여행 대신 백담산장에서 머물며 대청에 올라온 적이 있고 학생들 데리고 올라와 중청에서 1박을 했고 최근엔 한산 멤버와 겨울에 마을버스 안다녀 걸어 올라와 중청 1박 하고 천불동 하산한게 그나마 최근인것 같다.
봉정암 바로 아래인것 같던 쌍폭은 한참 아래에 있었고 이쪽 계곡과 폭포가 이렇게 좋았나 새삼스러웠다.
간간히 올라오는 사람들은 있어도 하산하는 사람도 거의 없어 봉정암에서 만난 분, 홀로 온 남자 이렇게 밖에 못 봤다.
아무튼 막차를 타야하니 부지런히 거의 쉬지도 못하고 내려오니 발바닥은 불나고 내리막인데도 숨도 차고 갈증이 나고 힘들어 죽을것 같다. 그나마 무릎이 버텨주어 감사할 따름.
드디어 수렴동대피소. 여기서 좀 앉아서 쉬고 간식도 먹고 물도 뜨고 쉬고 또 다시 하산 시작. 그나마 경사가 완만해져 속도를 낼 수 있다.
수렴동 대피소 지나 기나긴 내리막에 내리막만 있는건 아니고 3번 정도 낮은 오르막을 올려쳐야 한다. 길은 가도가고 끝도 없고 이쪽 계곡이 수해 복구가 덜 되어서인지 아직도 헝클어진 모습. 영시암도 예전과 다르게 깔끔하게 단장한 모습이고 백담산장은 공단 사무실로 쓰고 있다.
드디어 백담사가 보인다. 백담사가 이렇게 반가운지 진짜 몰랐다. 한바퀴 둘러보면 좋겠는데 버스가 보인다. 버스는 사람 채우는 대로 출발한다고..... 백담사 코스가 천불동보다 2키로 더 길었다.
무사히 버스를 탔고 5시20분 출발. 이쪽 길도 둘레길 데크 공사가 진행중인데 옛날보다 길이 좋아졌다는데도 길은 험하다. 이 길을 걷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고맙기만 하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가용으로 온것 같다. 우리는 일단 화장실에서 옷 갈아입고 발도 닦고 버스 매표소로 걸어 내려가니 6시가 되었는데 6시 차가 아직 안왔는데 우린 저녁도 먹어야 한다고 7시 동서울 막차 표를 사고 바로 옆 막국수집에서 막국수와 막걸리를 먹었다. 헌데도 갈증이 가시지 않아 물을 계속 먹었다. 그래도 이렇게 무사 완주를 했다는 사실 자체가 고맙기만 하다. 예전 백담사로 어찌 올라갔나 진짜 멋 모르고 올라간건지 그나마 젊어서였는지 이젠 이쪽으로 올라가는건 꿈도 꾸지 말아야 겠다 싶다.
7시 차가 서 타려고 하니 수원행이라고. 동서울행은 거의 10분 되서 도착했는데 수원행 버스에 남의편 아는 사람이 타고 가다 봤다고 전화를 했다고. 헐~
버스를 타 비몽사몽 가다 9시반 경 동서울 도착해 전철 갈아타고 집으로~
갈수록 저질 체력이 되 언제까지 지리, 설악을 갈 수 있으려는지......
-사진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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