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
문태준
얻어온 개가 울타리 아래 땅 그늘을 파댔다
짐승이 집에 맞지 않는다 싶어 낮에 다른 집에 주었다
볕에 널어두었던 고추를 걷고 양철로 덮었는데
밤이 되니 이슬이 졌다 방충망으로는 여치와 풀벌레가
딱 붙어서 문설주처럼 꿈적대지 않는다
가을이 오는가, 삽짝까지 심어둔 옥수숫대엔 그림자가 깊다
갈색으로 말라가는 옥수수 수염을 타고 들어간 바람이
이빨을 꼭 깨물고 빠져나온다
가을이 오는가, 감나무는 감을 달고 이파리 까칠하다
나무에게도 제 몸 빚어 자식을 낳는 일 그런 성싶다
지게가 집 쪽으로 받쳐 있으면 집을 떠메고 간다기에
달 점점 차가워지는 밤 지게를 산쪽으로 받친다
이름은 모르나 귀익은 산새소리 알은체 별처럼 시끄럽다
월 1회 독서모임 덕분에 새로운 책도 접하게 된다.
오늘 책은 거인의 노트인데 은샘은 이 책이 아닌줄 알고 정리한 걸 안 가지고 와 하늘이 오늘은 모임 주도.
10:30 중앙박물관에서 만났는데 다들 일찍 왔다.
라카에 내 배낭을 넣고 일단 2층 찻집에 앉아 책에 관한 이야기 나누기.
이야기를 하다보니 하늘이 진짜 메모와 다이어리를 많이, 오래 써 온 사람이다.
나는 젊어서는 일기를 쓰긴 했지만 종이에 남겨있는 내 필체가 싫어 결국은 다 찢어 버렸는데 컴퓨터라는 매체가 생기면서 필체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났다.
프리첼 일기장을 써보기도 했고 한글 파일에 일기도 써보긴 했는데 그건 다 사라졌고 아작산 만난 후 홈페이지를 만들어 산행기를 쓰던게 지금은 개인 블로그를 운영한지도 오래된것 같다.
주로 산행기를 쓰지만 일상에 기억에 남기고 싶은 날들일 사진과 함께 기록으로 남겨 놓게 되었다.
함께 산행하거나 만난 사람들은 내가 나오는 글이니 당연히 남의 글 보다는 재미있게 느껴질것 같긴 하다.
아무튼 책을 매체로 해 자신의 삶의 경험들을 이야기 하다보니 12시가 넘었다.
일단 푸드코트에서 나는 요즘 먹을 기회가 없는 피자를 시켰고 두 여인은 우거지 국밥을 시켜 나누어 먹었다.
그리고 박물관 관람을 하기로 했는데 은샘은 이 박물관 이전하고는 처음이라고. 놀라워라.
그리스로마를 보고 싶다고 해 3층으로 가 메소포타미아부터 그리스 둘러보기.
평일인데도 사람이 많다.
일찍 본 사람들은 입구 의자에서 기다리다 2시가 훌쩍 넘었다.
난 오후 일정이 있어 먼저 간다고 하니 다들 오늘은 그만 본단다. 발바닥 아프다고 해 다 같이 아웃 해 이촌역에서 헤어짐.
다음 모임 책은 싯다르타-헤르만 헤세.
이촌역 역사의 시가 마음에 와 닿아 한장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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