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6년

입춘날 zzanghappy와 의상능선을 가다 (삼각산 2/4)

산무수리 2006. 2. 5. 19:32
‘의문’ - 유승도(1960∼ )


마음의 흐름을 따라 숲속 길을 걸었다 작은 날개에 햇살 같은 깃털을 단 새가 나를 보고는 화들짝 나무 사이로 날아간다
깃털이 허공에서 떨어진다

나는 새에게 무슨 짓을 한 걸까

돌 하나를 발로 차 산밑으로 굴렸다
각 진 돌에 나무가 맞아 껍질이 찢겼다 이 겨울에

나는 돌과 나무에게 무슨 짓을 한 걸까

토끼와 눈이 부딪쳤다 행여 달아날까 걸음을 멈추니,
토끼는 그 동그란 눈에 하나 가득 겁을 담고 수풀을 뛰어 넘으며 달아난다

나는 토끼에게 무슨 짓을 하려고 한 걸까

당신은 나에게 아무런 악의가 없다고 하는데 나는 눈치를 슬슬 살핀다. 당신이 먼저 말하면 나는 내 생각을 펼치려다 주섬주섬 거두어 들인다. 내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당신은 이것을 어떻게 끝낼 것인가. 당신과 나, 이 두 당(黨)의 불신과 갈등을 어떻게 봉합할 수 있을까. 우리는 해당(解黨)할 수 없나. <문태준 시인>

이른아침, '하늘'
[http://littletree.millim.com/]


코스개관: 백화사-의상봉-의상능선-대남문-용암문-용암문매표소
날씨: 쾌청한 겨울날씨

삼악산에 못가 무지 아쉬웠다.
헌데 정작 춘천은 보지 못했다고 다음에 올때는 오봉산을 하고 춘천 구경을 하러 오라 초대를 받았단다.
초대한다고 무작정 가도 되는건가?
짱해피가 한번 올라오고 그리고 2월 남은 날 중 하루 또 내려가기로 관악산 산행에서 잠정적으로 합의.
2월엔 짝수날이 쉰다는 짱해피. 그래서 2.4 올 수 있냐고 하니 전날 동생네 집에 와 1박을 하면 되겠단다.

헌데 선수가 부족하다.
리버와 박과일이 둘 다 감기에 걸려 이 추운날 산행이 무리인것 같다.
아쉽지만 부족한 선수들끼리 하기로 했다. 날 춥다고 산행을 취소할 수도 없는 일이고...

9:00 구파발역에서 만나 버스를 타고 백화사 입구에서 하차.
잠시 절 구경을 하고 매표소 지나 왼쪽 의상봉을 향해서 간다.
사실 의상능선을 가기로 한건 짱해피도 초행이지만 리버도 초행이고, 눈은 없다고 들바람님 산행기에서 본지라 선택한건데....
날도 추운데도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간다.

 
10:00 초장의 난코스

영봉 산행때 보다 몸이 가벼워 보이는 짱해피.
특히나 워킹 보다는 기어 오르내리는걸 좋아하는 짱해피한테는 딱인 코스다.
의상봉 가는 길의 초장 난코스에도 전에 없던 보조물을 설치해 놓아 전보다 쉬워졌는데도 날씨 탓인지 좀 버벅거리게 된다.
아무튼 무사히 토기바위에 올라가 잠시 쉬었다.

 
10:30 이 슬랩을 올라갈까 했는데 따뜻한 봄날을 기약 하기로...

청춘 몇명이 운동화 등을 신고 의상봉 오르다 한 사람이 미끄러져 큰일날뻔했다. 등산화를 신었는데도 산행 경험이 별로 없었나보다.
다행이 나무를 붙잡긴 했는데 옆에서 보는 사람이 더 놀랠 지경이다.

 
10:40 의상봉

오늘 날씨 추운 날인데 일단 옷을 단단히 입고 날이 맑아서인지 생각보다는 춥지 않게 느껴진다.
그래도 오래 쉬면 땀이 식어 오래 쉴 수 없긴 하다.
강아지바위도 지나고 가사당 암문에 도착.

 
10:50 가사당 암문

오늘 12성문을 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12성문을 하려면 꼭 와야 할 의상능선을 하니 나름대로 의미가 있긴 하다.
봄날 해가 좀 길어지면 짱해피와 12성문을 제대로 해 보자고 했다.

가사당 암문 지나고 옹출봉을 지나고 증취봉 지나서 양지 바른 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과일도 먹어 배낭은 가벼워지고 속은 든든해 지고...
증취봉도 지나고 부암동암문을 지나 나월봉을 우회로로 가자는걸 그냥 가기로 한다.
나름대로 나월봉이 의상능선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한다.

 
12:15 나월봉

이곳은 응달이어서 인지 얼음이 군데군데 남아 있어 조심해야 겠다.
그나마 전에 없던 보조 자일을 설치 해 놓아 심리적으로 좀 안심이 된다.

 
나월봉 하산하며

나월봉을 지나고 나한봉에서 출석부를 찍고 청수동암문을 향해서 간다.

 
12:35 나한봉

 
의상능선의 마무리

청수동암문에서 이왕이면 문수봉이라도 올라가야 할것 같다.
이곳도 역시나 빙판이다. 나무를 붙잡고 기다시피 해 올라가니 다행히 정상은 양지바른 곳이나 미끄럽지 않았다.

 
13:00 대남문

역시나 대남문에 오니 사람들이 바글거린다. 그야말로 저잣거리 같다.
이곳에서 산성주능선을 조금 맛보고 용암문으로 하산을 하기로 했다.

 
산성주능선

산성주능선도 군데군데 응달은 얼음이 남아 있다.
아이젠을 하기엔 그렇고 그냥 가자니 그야말로 엉금엉금 거북이 걸음을 걸어야 한다.
대성문 지나고 보국문 지나고 대동문 도착

 
14:00 대동문

대동문을 보더니 이곳에 와 본 것 같다는 짱해피.
헌데 남한산성도 이곳과 비슷하냐고 한다.
조금은 비슷하고 조금은 다르고...
동장대를 보더니 확실하게 와 본것 같단다. 헌데 남한산성에도 수어장대가 있는데?
온것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단다.

처음이면 어떻고 두번째면 또 어떠리...
올때마다 멤버가 다르고 계절이 다르고 시간이 다르면 늘 새로운 느낌인데...

 
15:00 용암문

북한산성 대피소를 지나 오늘 마지막 문인 용암문에서 하산을 한다.
이쪽 하산길이 응달이라 미끄러울까 염려가 되었는데 일부만 조심하면 그럭저럭 스틱 도움을 받아 내려가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15:30 도선사

도선사에 신도가 무지 많다.
입춘 날이란다.
차에 사람에 북적거린다.
그새 법당 매표소 이름이 용암문 매표소로 바뀌었다.

택시를 타고 우이동에 내려가 세로또레에 잠시 들려 장비를 보충(!)하고 서소문에 있는 서해안으로 가기로 한다.
하산도 이르고 해서 이왕이면 맛있는 저녁을 먹고 싶은지라...
파전, 보쌈, 칼국수와 함께 짱해피가 좋아한다는 50세 주까지 교재 삼아 저녁을 먹고 집으로 왔다.

의상능선 못 한 리버가 함께 못 와 아쉽긴 하지만 다음에 또 기회가 있으니까...
먼길 마다하지 않고 부르면 달려와 주는 짱해피.
직장 상사의 권유로 산에 입문 했다는 짱해피, 그런 상사 만난것도 복이지 싶다.
차카게 살아서 당대에 福을 받나보다.
무수리와 인연을 맺은것도 좋은 일이겠지요?
담에 또 같이 갑시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