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6년

설악산 흘림골을 가다 (2/16)

산무수리 2006. 2. 17. 23:13
'문병 가서'- 유안진(1941~ )


밤비에 씻긴 눈에

새벽별로 뜨지 말고

천둥번개 울고 간 기슭에

산나리 꽃대궁으로 고개 숙여 피지도 말고



꽃도 별도 아닌 이대로가 좋아요



이 모양 초라한 대로 우리

이 세상에서 자주 만나요

앓는 것도 자랑거리 삼아

나이만큼씩 늙어가자요.

시 한 편은 이처럼 우리의 피곤한 발을 씻겨준다. 살면서 지금 이대로의 형편에 만족하기는 좀체 쉽지 않다. 우리는 꽃이, 별이 되고 싶어한다. 그러나 엄연히 낙화의 시절이 있고, 별똥이 지는 곳이 있다. 눈가에 늘어나는 주름과, 긴 끈 같은 당신의 수다와, 수척한 얼굴도 나는 좋다. 거울을 마주하듯 마음의 병실(病室)마저 나에게 보여다오. 밤은 언덕 같은 것. 언덕을 넘어 이 새 아침에 우리 다시 만나자.<문태준 시인>


코스개관: 흘림골매표소-여심폭포-등선대-등선폭포-무명폭포-십이폭포-용소폭포-성국사-오색매표소(3시간)
날씨: 쾌청하고 가끔 바람이 불다..

당일로 짧게 설악산을 다녀오기로 했다.
아침 일찍 서둘렀는데도 8시 출발.
차 하나도 안 막혀 3시간 만에 오색지구 도착.
아침을 너무 일찍 먹어 배가 고파 오색식당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오색인을 만나 볼일을 보고 대목 하신다는 분이 차로 흘림골 매표소까지 태워다 주고 우리 차는 도로 오색지구에 가져다 주기로 했다.

13:00 산행시작.
아이젠 없어도 된다더니 초장부터 눈과 얼음이다.
바람도 어찌나 센지 다 날아갈것 같다. 다행히 바람은 입구만 부는것 같다.
차칸(!) 남푠 졸고 있는 매표소 직원 깨워서 매표한다.
진짜 못말리...
더 차칸(?) 난 곤히 자는 사람 절대로 안 깨웠을텐데....

작년에 휴식년에서 풀려 사람들 엄청 많이 다녀왔다고 들었다. 골이니 계곡이 좋겠지만 꽁꽁 얼었으니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산행 초입에 주목이 적지 않다. 역시 설악 답다.
30분 쯤 올라갔나? 여심폭포 표지판이 보인다.
허나 꽁꽁 얼어서 아쉽다.
또 다른 여인봉 버젼이란다. 잘 보시라~~


여심폭포

여심폭포에서 15분 쯤 올라가니 등선대 이정표이다.
험로라고 막아놓긴 했는데 복장 불량인 사람은 가지 말라고 적혀 있는걸 보니 복장 양호한 사람은 가도 되나보다.
한 팀도 올라갔다 왔는지 앉아서 쉬고 있다.
코스도 짧은데 올라가야지?

헌데 올라갈 수록 장난이 아니다.
군데 군데 얼음이다.
막판 밧줄잡고 기어 올라가는 곳이 괜히 올라가자고 후회를 해 보지만 어쩌랴...
아무튼 기어기어 정상에 올라가니 조망은 끝내준다.

 

 

 
등선대 정상의 조망

올라오는것도 겁나지만 내려가는건 더 겁이 난다.
군데 군데 밧줄을 매어 놓긴 했는데 일부는 얼음속에 들어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곳 일부러 밧줄 매어놓지 않는단다.
왜? 개나 소나 다 올라올까봐...
떨리는 가슴을 가라앉히고 무사히 내려오니 등선폭포로 내려서는 계단이 까마득 하다.

 
등선폭포 내려서는 계단

이곳도 급경사에 얼음에 일부는 녹고 아무튼 계속 긴장을 해야 하는 길이다.
얼어 붙어 어디가 폭포인지도 잘 모르겠다.
땅만 보고 걸으랴 얼굴 탈까봐 복면 뒤집어 써 더 정신이 없다.

 
아주 큰 나무들이 쓰러져 있었다...

무명폭포로 짐작되는 곳도 지났다.
누군가 엉덩이 썰매를 탄건지 미끄러진건지 흔적도 보인다.

 
바위 위 소나무와 우측의 대청봉

다 올라서니 주전골로 내려서는 길과 만난다.
주전골 내려서는 길도 급경사다.
그나마 흘림골보다는 덜 미끄러운 것 같다.

 
어디를 봐도 다 좋은 설악산. 역시나 명산이다

 
주전골 출입 금지구역으로 계속 가면 점봉산으로 연결된단다...

주황색 철계단이 끝없이 이어진다.
십이폭포라고 한다. 물으 흐를땐 정말이지 장관이겠다.
80년대 초반 오색약수에서 물 마시고 주전골에 여름에 온 기억이 있는데 선녀가 이곳이라면 목간을 했을것 같다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그래서인지 여기도 선녀탕이 있단다.
겨울이라 선녀탕이 휴업이란다.

 
십이폭포 내려가는 계단

 
십이폭포 이정표

 
봄이 오는 흔적

 
폭포가 많은 설악산의 상징인 주황빛 철계단

금강문 못미쳐 좌측으로 용소폭포 이정표가 보인다.
역시나 보고 가야지?
5분 정도 올라가니 폭포가 보인다.
폭포 바로 앞까지 계단이 있는데 이쪽으로 계속 가면 용소폭포 매표소가 나온단다.

 
물빛이 심상치 않은 용소폭포

폭포를 보고 도로 내려오니 금강문이란다. 헌데 문 양쪽에 우회로가 있어 이 문 안 지나가도 아무 지장도 없다.

 
금강문이란다

 
봄의 느낌

 
아마도 선녀탕 부근?

아래로 내려올 수록 계곡도 넓어지고 물소리도 더 많이 들린다.
조금 더 내려오니 오색 2약수라고 다리 밑 바위에 조그만 구멍이 두군데 파여있고 구멍 바로 위 조그만 틈으로 물이 흘러 나오고 있다. 그리고 표주박 한개가 있다.
바쁘게 지나가면 그냥 지나칠 수 있겠다.
성수기에는 사람에 치여 먹어 보지도 못하겠다.
아무튼 떠서 먹어보니 역시나 오색약수의 특이한 깔깔한 맛이다.
떠온 물 다 버리고 이 물 뜨고 배 터지게 먹었다.

 
2약수

이곳에서 아이젠을 벗고 내려오니 성국사란 절이 있다.
위에서 보니 제법 그럴듯 한데 아래에서 보니 축대를 쌓은 곳에 절을 앉혔는데 영 아니다.

 
성국사

성국사 지나고 매표소 지나니 우측에 오색약수가 보인다.
헌데 물이 거의 안 나오나보다. 거의 파장 분위기다.


그나마 표지석 있는 곳엔 물이 안 나오고 그 아래에 조금, 조금 더 아래 구멍에서만 약수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물을 먹어보이 위의 물보다 휠씬 진하다.
너무 퍼 올려 물이 거의 나오지 않나보다. 관광철에는 그나마 맛도 못 보겠다.

3시간 산행을 마치고 오색 식당에서 차 키를 회수하고 오색인과 작별하고 해 있을때 올라가기로 했다.
올라가는 길에 저녁을 먹으려고 해도 큰 휴게소 빼고는 식당은 거의 영업을 하지 않나보다.
홍천 팜파스 휴게소 지나 시골 청국장 집이 그나마 문을 열어 들어가니 손님은 우리 뿐이다.
주인장이 홀로 소주잔을 기울이다 심심한지 한잔 함께 하자신다.
차 때문에 안된다고 하니 막걸리 맛을 보라며 막걸리도 주시고 구운 삼겹살까지 몇점 주신다.

허겁지겁 밥을 먹고 집에 오는 길에 애주가 회원 거북이님한테 일요일 마라톤 하프 배번 한개 얻어 오는데 너무 빨리 뛰면 안된단다. ㅎㅎㅎ
아무튼 궁금하던 흘림골을 다녀왔는데 그곳만 일부러 가기엔 코스가 너무 짧은게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