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외.../마라톤

오늘은 나도 빈이 되어 달렸다(음성 품바 마라톤, 4/23)

산무수리 2006. 4. 25. 21:53

이원규(1962∼ ) ‘속도’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는

인간들의 동화책에서만 나온다

만약 그들이 바다에서 경주를 한다면?

미안하지만 이마저 인간의 생각일 뿐

그들은 서로 마주친 적도 없다


비닐하우스 출신의 딸기를 먹으며

생각한다 왜 백 미터 늦게 달리기는 없을까

만약 느티나무가 출전한다면

출발선에 슬슬 뿌리를 내리고 서 있다가

한 오백년 뒤 저의 푸른 그림자로

아예 골인 지점을 지워버릴 것이다


마침내 비닐 하우스 속에

온 지구를 구겨넣고 계시는,

스스로 속성재배 되는지도 모르시는

인간은 그리하여 살아도 백년을 넘지 못한다


미안하지만 이 시를 읽으면서, 인간들 말고 동화책을 쓰는 족속이 또 있느냐고 반문한다면, 당신은 참 재미없는 사람이다. 토끼와 거북이가 과연 서로 마주친 적이 없느냐고 또 캐묻는다면, 당신은 정말 멋대가리 없는 사람이다. 토끼장에서 자란 토끼들아 모여라, 우리, 백 미터 늦게 달리기 시합을 벌여보자. 골인 지점은 없다. 너희 삶이 저마다 눈부신 골인 지점이다. <이문재 시인>


나의 유일한 LSD기회인 마라톤 대회.
연습을 실전같이 실전을 연습같이....
동마에서 후반부는 걷다 뛰다 반복을 하고 나니 정말이지 기록을 떠나 기분이 참으로 참담하였다.
다음엔 연습을 하던지 아니면 포기를 하리라 결심했지만 역시나 연습도 제대로 안했다.
그나마 주말에 산에 열씨미 다녔다.
문제는 긴 산행을 한 후 무릎이 아파온다. 걱정된다.
달리기보다는 산행이 무릎에 더 무리가 간다는 산이슬의 말을 믿고 산행을 줄이고 달리기는 해도 되는걸까?
헌데도 주말에 산에 다녀오면 주초엔 다리를 쉬어주어야 하고 다시 주말이 되면 또 산에가야 하고...
새 운동화 신고 그나마 2번 중앙공원 몇바퀴 뛰었다.
이리 해 놓고 또 하프를 뛴다고?
헌데 이거라도 안 가면 그나마 애주가 회원들 얼굴 잊어버리니 정모라도 나가야지 애써 변명을 해 본다.

아침일찍 학운공원에 갔다.
회원들이 많이 나와 계시는데 잘 모르는 분이 많다.
정훈에 안 나가니 이런 사태가 벌어지겠지.....
아무튼 지각생 마방님 부부가 타고 출발. 중간 휴게소에서 커피 한잔 빼 먹고 음성에 가니 9시가 넘었다.

 

 다들 짐을 들고 운동장으로 내려선다.
가서 옷 갈아입고 화장실 다녀오고 하니 시간이 빠듯하다.
무릎이 걱정되 쫑구님께 무릎 테이핑을 부탁 드렸다. 옆에서 건달님도 도와주셨다.
준비운동도 제대로 못하고 긴바지를 입고 뛰기로 한다.
애니런님 반바지 입고 시원하게 뛰지 그러냐고 한다.(그럴걸.. 좀 더웠다..)
그냥 천천히 뛸거니 따뜻하게 입고 뛰겠노라
산이슬이 준 쫄 반바지를 입고 싶었는데 배가 너무 나와 내가 봐도 봐 줄 수가 없었다.
언제 이리 살이 쪘을까??

다사랑님이 오늘 목표를 물어본다. 10분이라고...
초장에 다사랑과 함께 뛰는데 처음부터 쫓아갈 수가 없어 그냥 뒤쳐졌다.
내가 제일 꼴지인것 같다.
오늘 목표는 완주였다.
헌데 마방님이 뒤에서 추월해 오시더니 70번째 란다...
체중 늘어 힘들다면서 옆에서 함께 뛴다.
다른 여성회원들 다들 페매를 해 주는데 내심 부러웠었다. 난 버린 자식인가...
뒤늦게 내 페매를 해 주시는구나 깨달았다. 이 아둔함.

5K 지나니 몸이 좀 풀리는것 같다.
옆에서 뛰어주는 마방님을 봐서라도 꼴지는 면해야 할것 같다.
애주가에서는 마천님이 제일 선두인것 같다.
오늘도 먼훗날님은 쫑구님과 일찌감치 반환점을 돌아 가신다.
애주가 한 분이 배를 한조각 주며 먹으라 주신다. 맛있다...

반환점 돌고 언덕을 올라간다.
산행한 사람이 언덕에서라도 추월을 해야 할것 같다. 그래 열심히 갔다.
숨이 가빠 헉헉대니 숨을 고르라고 옆에서 충고를 해 주신다.
저수지 지나고 한갓진 길을 물 주는대로 먹어 가면서 즐겁게 달렸다.
오르막에서 힘들어하면 뒤에서 물파스를 뿌려 주신다.
물도 있으니 말만 하란다.
중간중간 자봉자들과 농담을 건네면서 동반주를 해 주시니 상대적으로 마음이 많이 가벼웠다.
지난 동마의 참담함을 덜어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이젠 얼마 안 남았나보다. 마방님이 2시간 깰뻔 했다고 옆에서 아쉬워 하신다.
2시간이라니? 난 꼴찌 면한것만 해도 좋은데?

작년 횡성에서는 미리 나와 깃발도 흔들어 주시더니 아무도 없다.
좀 서운하다...
애정이 식었나보다고 마방님 탄식을 하신다.
푸름이님이 운동장 직전에 날 추월해 가 버린다.
나도 힘내자~~
힘껏 달렸다.
제천에서 친구가 응원을 나와있었다.
드디어 골인이다.
헌데 5분 이내다.
처음 입문한 이후 계속 기록이 두자리로 내려갔는데 처음으로 기록 갱신을 하다니...



오늘은 나도 무수리가 아니라 빈이 되었다.
전임 회장인 마방님이 페매를 해 주시고 골인 지점에는 친구가 마중을 나오고...
칩 반납까지 대신 해 주셨다.
정말이지 호강에 겨운 날이었다.

















애주가 텐트에서 국수도 먹고 고기도 먹고 과일도 먹고...
친구까지 함께 잘 얻어 먹었다.
달리기에 힘을 다 빼 일도 안하고 그냥 앉아서 먹고 놀기만 했다.
친구는 가고 우리팀이 마지막까지 남아있다 사진을 찍고 철수를 했다.














오는 버스에서 노래까지 한곡 불렀다.
작년에 비해 버스가 두대로 나누어져 비교적 차분하게 간것 같다.
가만 하고 무는 안했으니까...
남은 고기를 학운 공원에서 구워 먹는다는데 우보님 일행 몇분이 백영고 앞에서 내린다고 해서 나도 함께 내렸다.


쌈밥에 나오는 야채입니다

목간통 냉탕에 들렸다 나오니 남푠의 전화.
얼마전 개업한 지인의 식당에 와 있다고 그리로 오란다.
가서 축하 인사하고 고기도 먹고 냉면도 먹고....
식당 선전 좀 많이 해 달란다.
먹자골목 뒤편의 '황제 주먹고기'(먹자골목 주차빌딩 뒷편 031-383-0330, 항정살, 주먹고기, 왕갈비, 쌈밥, 냉면)
개업한지 1달 남짓인데 고기 맛이 좋고 야채가 다양하게 나온다.
그리고 그집 어머니 솜씨인 김치 맛이 일품이다.
일요일 저녁이라고 주인까지 같이 한잔 해 결국 오래 앉아 있었다.
다리는 물론 허리가 아파온다.

오늘은 달려서 행복한 날이었다.
달린다고 말하기도 민망해 계속 마라톤을 해야 하나 회의가 들었었는데 이 기분으로 계속 달려야 할것 같다.
애주가 회원 여러분 감, 고,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