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외.../마라톤

등산은 나의 힘! (금수산 산악마라톤 참가기, 9/24)

산무수리 2006. 9. 27. 09:50
나를 위로하는날



가끔은 아주 가끔은
내가 나를 위로할 필요가 있네

큰일 아닌데도
세상이 끝난 것 같은
죽음을 맛볼 때

남에겐 채 드러나지 않은
나의 허물과 약점들이
나를 잠 못 들게 하고

누구에게도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은 부끄러움에
문 닫고 숨고 싶을 때

괜찮아 괜찮아
힘을 내라구
이제부터 잘하면 되잖아

조금은 계면쩍지만
내가 나를 위로하며
조용히
거울 앞에 설 때가 있네

내가 나에게 조금 더
따뜻하고 너그러워지는
동그란 마음
활짝 웃어 주는 마음

남에게 주기 전에
내가 나에게 먼저 주는
위로의 선물이라네

<옮긴글>


9/23(토)

금수산 산악마라톤이 올해 풀코스가 신설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거길 신청했다는 남푠.
헌데 풀은 새벽 출발이라 당일 출발해서 참석하는데 어려움이 있단다.
그럼 나도 갈까?
산이슬이 내가 가면 자신도 참석을 할까 한단다. 헌데 산이슬 광화문 마라톤 정식 페매가 되어 바빠 참석 못하게 되었다.
마일리지 적립 개념에서 놀토지만 함께 가기로했다. 가서 무작정 노느니 단축코스라도 신청했다. 그래야 나도 참가의 기쁨을 누릴 수 있으니까...
하프도 있어 참석의 유혹을 받긴 했는데 작년까지는 하프까지만 있었는데 그 코스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더구나 1주 후 하프 신청해 놓은 대회가 있어 자제하기로...(현명한 선택이었다)
                                                                               
둘이 가면 심심하니 멤버 모집을 해 봤는데 역쉬나 인간성이 더티한지라 둘이 가게 되었다. 둘이 가면 굳이 일찍 갈 필요도 없겠다 싶어서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해 놓고 점심까지 먹고 출발.
내려가는 길 일부가 좀 밀린다. 난 거의 비몽사몽 자면서 가고 남푠 혼자 운전 하느라 고생했다.



일단 경기가 열리는 곳을 찾아가보니 예년에 대회를 했던 청풍 문화재단지가 아니라 번지점프를 하는 곳인 X-Game 장이다.
한 사람이 청풍문화재단지에서도 보이더니 경기장에서 또 나타났다.
사전 답사 차 온 사람인가보다. 체격도 무지 작다. 나중에 보니 2등 한것 같다.
아직 설치가 안 되어있는지 무지 썰렁하다. 몇명이 와서 옷까지 갖춰입고 미리 기념촬영을 한다. 우리도 사진 몇장 찍고 번지점프 구경도 하다가 숙소인 콘도로 갔다.


~야 사랑해를 위치며 청춘이 뛰어내리다..

이렇게 훤할때 콘도 오는것도 처음이다.
콘도 처음 온 남푠 구경 시킬겸 산책을 하고 일몰 구경을 하고 숙소로 와서 저녁을 해 먹고 일찍 자기로...
하도 오래 자 허리가 아플 지경이다.


ES리조트 로맨스 가든


일몰

9/24(일)


새벽의 물안개

5:30 기상.
충주호에 물안개가 피어올라 산의 운해처럼 보인다.
이렇게 일찍 일어난 적이 없어 물안개도 처음 보는것 같다.
어제 해 놓은 찰밥과 국 데워 이른 아침을 먹고 준비.
짐을 챙겨 대회장 주차장에 가니 한갖지다.
풀은 7:30 출발에 150명 밖에 안되고 하프와 단축 코스는 9:30 출발이다.
예년에 비해 참가자가 현격히 줄어 들었나보다. 코스도 이번엔 변경이 많이 되었단다.




출발을 기다리며

7:30 남푠 출발하고 시간이 많이 남아 차에 돌아와 또 잤다.
8시가 넘으니 잠실역에서 새벽에 출발한 버스도 도착하고 그룹 등이 속속 도착한다. 그래도 주차하는데 어려움이 있지는 않다.


출발1분 전


출발~

8:30 경 대회장에 다시 내려갔다. 개회사 하고 체조도 하고 10회 연속 참가자 시상에 100K 마일리지 적립 된 사람 시상도 하고 간단한 인삿말과 함께 9:30 뻥튀기는 소리와 함께 출발.




8시가 넘으니 좀 사람들이 모여든다..

출발지점에서 주차장 올라가는 길부터 경사가 급하다. 처음부터 걷는사람도 생긴다. 더구나 단축 코스는 복장, 신발도 제각각이다. 나도 뭘 신을까 고민하다 단축코스는 산길이 적은것 같아 그냥 러닝화를 신고 뛰는데 바지는 등산 반바지의 어정쩡 패션이다.

초반 오바페이스가 제일 큰 적이다. 빨리 뛰고 싶은 마음을 자제하고 천천히 뛰기로 한다. 오르막에서 내리막, 그리고 계속 오르내림이 심하다.
오르막에서는 몇몇 사람들을 잡을 수 있었다.
헌데 오른쪽 신발끝을 너무 꽉 맸는지 아파온다. 가다 좀 느슨하게 했는데도 아파 한번 더 신발끈을 늦추니 비로소 괜찮다. 신발끈도 평소대로 매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학현 삼거리에서 왼쪽 마을길로 들어선다. 이곳에서 5K 지점에서 하프는 산으로 뛰고 단축은 길을 따라 더 뛴다. 길 따라 가는 코스도 완만한 언덕이다. 한명씩 계속 추월할 수 있다. 오버페이스 하는건 아닌지 염려가 되긴 하지만 괜찮은것 같다.

아름마을 팬션에서 단축도 산길로 접어드는데 관계자가 50번째 라고 한다.
녀자 50번째인가?
아무튼 후미는 아닌것 같다. 여기서 다리를 건너 산길에서는 앞사람들이 걷는다. 나도 걸었다. 산길에서는 대부분 걷고 완만한 곳에서는 조금 뛰고 대부분은 걷는다. 힘든 사람은 쉬기도 하는데 올라가는 길에 뛰지는 못하지만 쉬지 않고 걷는거야 내 전공이니까...

산에서도 몇명을 추월. 역쉬 추월 당하는것 보다는 추월 하는게 기분 좋다는 새삼스러운 진리를 체험.
단축코스는 산길이 짧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이곳도 짧지 않다.
경치도 정말이지 끝내준다. 중간에 힘들어 걷고 싶은데 등산객들이 지나가면서 화이팅을 외쳐주고 사탕까지 주니 걸을 수가 없네그랴?
예쁜 아줌마 힘내란다. ㅍㅎㅎㅎ
몇명 남자를 추월해서 가니 한 남자가 날보고 여자 몇등이냔다. 이건 더 코메디다.

하산길에 약한지라 뛰지 못하고 속보로 가는데 훈련된 사람들 이외에는 다 비슷한 수준인것 같다. 더구나 완만한 암릉이 나오니 하산길에 겁이 나는지 버벅대는 사람들도 보인다.
완만한 슬랩이야 늘상 가던 길이다. 신난다~~
그래도 급경사 하산길에는 밧줄을 잡고 내려간다. 넘어지면 다칠 수 있으니까...
생각보다는 견딜만 하다.
중간중간 포인트에서 확인 도장을 찍어준다. 식수는 별로 없고 간식은 전혀 안준다.

막판 나랑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젊은 녀자가 날 추월한다. 그냥 추월 당할 수 없지...
오르막에서 추월해 버렸다.
이젠 산행 막바지길이고 차도로 나서나보다. 뒤에 사람이 날 보고 서두르면 -2 할 수 있단다.
그렇게 되나?
힘도 좀 남는것 같아 인도에서 뛰었다. 내리막도 뛰었다.
무사히 골인. 1'57".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 입고 남푠 들어오는걸 기다린다.
풀 선두가 막 들어온것 같다. 단축도 힘이 든데 풀은 정말 힘이 들것 같다.
홍미모 전화가 왔었다. 전화를 해 보니 오늘 첫 하프를 뛰었는데 1시간 40분대.
흐미, 겁나부려...
학교때 단거리 육상 선수 출신이라더니 뭐가 달라도 다르네?
산악마라톤 뛰면서 홍미모 오면 단박에 우승권에 들겠다 싶었구만...
그녀도 뛰면서 나도 어딘가 뛰었을것 같아 전화를 한거란다.
무쟈게 잘뛰었네..
잘 뛴거예요?
그럼 말이라고 해~~
축하해요~~


풀 완주를 하고...

12:15 남푠 골인.
한눈 파는데 들어와 사진도 못 찍었다.
같이 주최측에서 주는 금성칡냉면 먹고 막걸리 한모금 먹고 남푠 기록증을 보니 4'43"
자기 생애에서 가장 길게 뛴 하루였단다. 내 풀기록보다 조금 낫구만...
마라톤 호박 고구마도 한박스 샀다.
경품 당첨자 명단이 있길래 혹시내 해 보니 내 번호가 있네?
벨트색 하나 받았다.
별건 아니지만 기분 무쟈게 좋으네?
이참에 로또 복권 하나 사지 그러냐고 놀린다.
빨리 빠져 나가야 덜 막힐것 같아 출발하니 1시가 좀 안 된 시간.

문막까지는 막히지 않았다.
중간에 막혀 국도로 나왔는데 막혀서 집에 가니 5시가 좀 안 된 시간.
배가 너무 고프다.
보쌈, 막국수, 묵사발을 포장해서 세식구가 먹었다.
저녁 늦게까지 헛헛해서 계속 빵, 떡, 과일을 시리즈로 먹었다. 헌데도 배가 고프다.

춘마 언덕훈련 확실하게 했다.
아니 다른건 몰라도 언덕은 훈련이 남을것 같다.
내리막 길도 조금은 자신감이 생겼다.
춘마를 위해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