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나라 이야기

중국 청해성 옥주봉 원정기1 (공항~성도)

산무수리 2006. 8. 22. 22:58
'한 꽃송이'- 정현종(1939~ )


복도에서

기막히게 예쁜 여자 다리를 보고

비탈길을 내려가면서 골똘히

그 다리 생각을 하고 있는데

마주 오던 동료 하나가 확신의

근육질의 목소리로 내게 말한다

시상(詩想)에 잠기셔서……

나는 웃으며 지나치며

또 생각에 잠긴다

하, 족집게로구나!

우리의 고향 저 원시가 보이는

걸어다니는 창(窓)인 저 살들의 번쩍임이

풀무질해 키우는 한 기운의

소용돌이가 피워내는 생살

한 꽃송이(시)를 예감하노니……

우리는 왜 자주 복도에서 여자의 예쁜 다리를 만나는가? 어딘가로 통하는, 텅 빈, 그래서 두 사람만이 또렷하고 충만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어찌할 수 없이 이어진 길이 내리막 비탈길일 수밖에 없음도 안다. 오르막 한분, 당신 그 생각을 하는 거지? 한다. 또 잠시 생각! 감미로운 여백이다. 당신 족집게야! 그 사다리가 우리를 어느 쪽으로 건네주느냐 하면 행복, 그 맨살의 소용돌이.<장석남 시인>


 

7/30(일)


2004.1 안나푸르나 신구출리 원정대 이후 두 번째 도전하는 원정산행.

작년부터 회비를 적립해 중국 사천성 쪽 공가산이나 레더마이를 잠정적으로 산행지로 정했었다.

문제는 대원들의 건강상태. 신구출리에 비해 6명이라는 단촐한 멤버인데다 김태웅 대장님과 오기수 선생님은 무릎상태가 좋지 않고 가장 청춘인 황병도 위원장 마저도 허리가 좋지 않다. 그래서 부득이 비교적 쉽다는 청해성의 옥주봉으로 원정지를 변경하게 되었다.



짐 패킹시 부식을 못 넣어 다시 짐싸는 중

인천공항에 17:00 모였다. C1에서 먹을 주문한 알파미가 통관에 걸려 아쉬운대로 동결 비빔밥을 주문해 어제 배달을 받았다고 한다. 공항에서 짐을 다시 패킹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각자 100L 카고백도 모자라 추가 100L, 60L 카고백이 추가가 되었다. 자연 짐도 너무 많아 25만원 over chaege까지 부담하게 되었다.

바쁜데도 배원석, 김정혜 선생님이 전송을 나와주었다.


짐 부치기 전-김태웅 대장님 국토종주 모드로 수염도 안 깎고 오셨다

짐 부치면서 버너때문에 들어가 휘발유 안 들은거 확인해야 했고 가스, 스프레이, 휴대용 산소는 검색에서 걸려 압수당하나보다. 라이터는 기내 휴대는 가능하단다.


김정혜, 배원석 선생님과 함께


서쪽으로 비행기를 타서인가 해가 아주 늦은 시간까지 보였다

19:40 아시아나 성도행 비행기에 탑승. 6줄의 작은 비행기다. 거의 다 한국 관광객이다. 구채구를 갈때 청도를 기점으로 간단다.
늦은 저녁으로 기내식을 먹고 잠 잘 오라고 술도 마시고 그렇게 3시간 정도 가니 서울보다 1시간 늦어 성도에 도착하니 22:40 신동방 여행사 가이드 정경원씨를 만났다.


공항에서 짐 찾으면서


성도공항의 모습

헌데 이 가이드 체격이 가이드에 어울리지 않는다. 무협지 풍이다. 조선족 25세 총각인데 기사는 오리지날 사천성 사람이라 둘이서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단다. 대략난감이다.
겨우겨우 차 있는 곳을 찾아 호텔로 간다. 정 의사소통이 안될때는 다른 사람과 전화를 해서 중간 통역을 하는것 같다.
이 가이드 엊그제 아미산에서 내려와 다리가 아파 제대로 걷지도 못한다.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나려고 버둥대는게 자기가 한 운동중 제일 많이 한 운동이란다. ㅎㅎ
사천성은 대부분 날씨가 흐려서 사천성 개는 해가 뜨면 놀래서 짗는단다.
성도공항은 오래된 공항으로 장개석이 중국에서 빠져나갈때 이용한 공항이란다. 또한 사천성은 습기가 많아 매운음식이 많아 비교적 우리 입맛에 맞는 편이란다.
마파두부, 사천 샤브샤브 등이 대표적 요리라고 한다.


호텔 로비에서. 처음 호텔이 제일 좋았다.

풀지 않아도 되는 카고백은 프론트에 맡기고 내일 밤 기차 탈때 찾기로 했다.
하루가 지나고 있다.

7/31(월)


오늘 일정은 밤 기차를 타기 전 관광과 장비 보충.
7시 모닝콜. 아침식사 후 오전 관광에 나섰다.


방에서 내려다본 거리 풍경


호텔 로비에서


호텔 로비의 화장실. 세면대가 아주 맘에 들었다. 우리나라에도 먹힐것 같다.

10:00 금리 도착. 금리(錦里) 는 일종의 쇼핑및 관광 거리로 무후사 옆에 붙어 있다. 특색없는 기념품 가게보다 이곳 분위기가 훨씬 나아 보였다.


금리

무후사는 군신 합장묘인데 제갈량의 인기에 유비가 밀리니 아예 제갈량 사당을 유비의 무덤을 함께 해 놓았다.

공원처럼 잘 조성해 놓아 관광 겸 유원지같이 이용할 수 있는것 같다.


 


제갈량


불을 경계하기 위해 기와에 있는 뇌우의 신이라던가?


무후사 앞에서


유비의 무덤. 한바퀴 뺑 돌 수 있다


점심먹기

해외에 나오면 음식때문에 고생하는 오선생과 신선생.
대장님과 황위원장은 국제적 입맛이고 나와 류선생은 그럭저럭 적응하는 스타일이다.
그래도 원정이라는 목표가 있으니 다들 열심히 먹으려고 노력한다. 신선생만 거의 못먹는것 같다.


장비점에서

점심 식사 후 장비점에 들렸는데 싼건 다 모조품이고 진품은 한국에 비해 가격차가 거의 없었다. 장비를 무겁지만 다 가져와 큰 애로사항은 없었다.
특별히 싼것도 없으니 살것도 없다. 갑자기 시간이 남아 돈다. 찻집을 가자고 하니 첨에 간곳은 차 파는 곳.
다시 수소문 해 호텔 로비 개념의 찻집에 가니 중국 사람들은 이곳에 큰 유리잔에 차를 주문해 놓고 담배를 피우면서 트럼프, 마작을 하고 있었다.


시간때우기..

헌데도 시간이 남아 돈다. 이러지 말고 마사지나 받으러 가자고 한다.
다같이 한방에 누워 전신마사지를 받는데 남자 둘은 어찌나 청춘인지 안스럽다. 중학생 정도 밖에 안 보인다.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마사지 해 주는것 같다.


마사지 받기

저녁 신동방 여행사 사장님이 나오셔서 약선요리를 먹었다. 몸에 좋은 한방재료가 들어간다는데 맛도 나쁘지 않아 입이 짧은 신선생 외에는 대부분 잘 먹었다.
중국 요리도 고급은 거부감이 덜한것 같다.
옥주봉이 한국인으로는 처음이라며 꼭 등정 성공을 기원해 주셨다. 여자 직원은 통역을 겸해서 함께 나온것 같다.
여자분들도 산에 간다고 대단하다고 하니 나는 마라톤도 완주했다고 했는데 가이드가 통역을 마라톤 선수라고 했나보다.
깜짝 놀라면서 청해성쪽에 여자 마라톤 선수도 간다고 했단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기념촬영

식사를 하고 호텔에 짐을 찾으러 갔다.
기차를 타면서 먹을 과일과 생수를 구입. 과일은 가격이 저렴한가보다. 복숭아, 바나나, 망고, 맥주를 샀다.
문제는 기차에 짐을 싣는게 문제다.
기차 역 근처까지는 차가 갔는데 역 안에 들어가면 짐을 날라주는 사람이 있지만 밖에는 없다고 한다. 기사까지 동원해 가까스로 역을 통과했다.
중국 역은 비행기처럼 짐이 검색대에 통과하게 되어 있다.

무사히 짐을 싣고 자리도 바꾸어 6명에 3층 침대에 나란히 자리 잡고 짐도 선반에 발 밑에 겨우겨우 쑤서 넣었다.
22:00 성도를 출발해 선양까지 24시간 넘게 걸리는 기차 탑승.
  24시간도 넘게 기차를 타야 한단다.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