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나라 이야기

서안에서 상해까지 4 (2/28)

산무수리 2006. 3. 18. 08:44
'누가 주인인가'- 홍신선(1944~ )


골동가게의 망가진 폐품 시계들 밖으로

와르르 와르르

쏟아져 나와

지금은 제멋대로 가고 있는

시간이여



그런 시간이

인사동 뒷골목 깜깜하게 꺼진 얼굴의

망주석(望柱石)에 모른 척 긴 외줄금 찌익 긋고 지나가거나

마음이 목줄 꽉 매어 끌고 가는

뇌졸중 사내의 나사 풀린 내연기관 속으로

숨어들어

재깍 재까각 가다가 서다가 하는



이 느림이 삶의 주인이다

우리의 정품이다

이즈음의 세상은 쉼이 없다. 당신은 태엽을 돌돌 감아 놓은 시계 같다. 아득바득 앞서 가려고만 한다. 부서진 수레처럼, 민달팽이처럼 가자. 아름다운 후미로 가자. 아침 산책을 즐기듯 그렇게. '손을 놓다'라는 말이 당신에겐 필요하다. 긴 호흡으로 넉넉한 시간을 살자. 가다 서고 얼었다 녹으며 내 보폭과 내 속도로 행선(行禪)하듯 가자. 그래야 주인이다. <문태준 시인>

Arnie(www.awshim.com),
'Missing you'

[http://www.freebgm.net/]에서


우리가 길을 떠나면 날이 좋아지더라?

 

짐을 다 챙겨서 로비에 놓고 아침을 먹으러 식당으로 갔다.
산에만 눈이 내린게 아니었나보다. 자고나니 세상이 하얗게 되었다.

 
눈이 덮혀 있으니 프라하 비슷한 분위기가 되었다...

혼자 자리를 잡으려니 부산여인 두사람이 내려온다.
함께 아침식사를 했다.
식사를 하고 나더니 커피는 창가에 가서 마신다.
왜 그런가 했더니 눈 내린 창밖의 경치가 프라하나 헝가리 강가의 풍경이 되어 버렸다.
확실히 눈은 지저분한 세상을 덮어주어 아름답게 하는 마력이 있는것 같다.
하긴 이곳은 비가 자주 내려 기와가 매우 작다. 그래야 빨리 마른단다.
그리고 그 기와가 얼기설기해서 안에서 보면 하늘이 보일 정도라고 한다. 환기를 위해서라고 한다.
여름엔 더워 저녁나절이 아니면 집안에 들어오기 힘들 정도란다.
그러니 난방이란 개념은 아예 없다.

오늘 날씨도 쌀쌀하지만 일단 비나 눈은 내릴것 같지 않다.
오늘은 보봉호를 보고 비행기를 타기 위해 장사로 이동한다.
헌데 어제 타던 그 버스가 아니다.
시내용 버스는 다른 도시로 갈 수 없다던가?

보봉호 입구에 내리니 설경이 우릴 반긴다. 그리고 왼쪽에는 폭포가(인공이었음), 우측에는 보봉사 올라가는 절 입구가 보인다.
눈이 와 미끄러운 길을 조심해서 올라가 왼쪽 계단으로 올라가란다.

 
콘크리트보다 훨씬 튼튼한 돌계단.

조심조심 계단을 올라가 조금 내려서니 우와, 호수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반인공 호수란다.
한쪽에 뚝을 만들어 물을 가두어서 만든 반인공호.

 
보봉호의 설경

이곳에서 유람선을 타고 보봉호를 한바퀴 돌고 둑 쪽으로 걸어내려가는 코스다.
배 한대에 3팀의 관광객이 탔다. 물론 다 한국사람.
서로 하나도 안 반가워한다.
각자의 표정에는 '도대체 어디서 온 떨거지들이야? 그래도 우리 수준이 좀 낫지...' 하는 그 느낌.
아무튼 장가계에서 제일 말랐다는 가이드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구수하게 풀어놓는다.
배터랑같다

 
배에서 노래를 부르는 원주민

이 노래에 화답을 하면 호텔로 쫓아 온다나?
돌아오는 곳에는 총각이 또한 노래 한구절을 부르고 있다.
물론 이때는 맘에 있는 녀자가 화답을 한다나?

 
2% 부족함을 말로 때우는 가이드

그래도 뭔가 부족함을 각 팀에서 한명씩 불러내어 노래를 시킨다.
우리팀에서는 젊은오빠가 당첨되었는데 빼실줄 알았더니 아니네?
기다렸다는듯 아리랑 합창을 하시네?
알고보니 젊어서 별명이 조영남이라네?
어쩐지....
정말이지 인기 짱이셨다는 젊은언니의 말씀이네?

호수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걸 본 막내이모가 온천이라나 뭐라나?
정말이지 엉뚱한 막내이모다.

 
인공 둑의 모습. 여기서 배를 내린다...

 
돈 받고 사진 촬영 함께 해 주는 원주민들

계단을 다시 돌아돌아 내려가니 인공폭포 쪽이다.
그리고 매표소가 나온다.
보봉호도 몇명은 아예 내리지도 않고 차에서 기다렸나보다.
그것도 청춘들이...
그래도 장가계에서는 그중 나은 경치구만...

도로 시내로 갔다.
어제 저녁 먹었던 한식집에서 이른 점심을 먹었다.
그 막간에 아가씨가 찍은 비디오를 보여주는데 나도 생각보다 많이 찍혔네?
인사로 가족여행 물주인 작은사위가 장모님께 드린다고 비디오, CD를 하나씩 팔아주었다.
사진 찍힌 사람들도 각자 구입을 했고..
그나마 난 사진도 없다.

이젠 장사를 향해서 간다.
모처럼 날이 개는데 정말이지 좀 억울하다.
창밖으로 여기는 어디라고 설명을 하지만 아무래도 아쉽다.
헌데 이 가이드 긴 시간 가는 동안을 아주 유용하게 사용한다.
차 안에서 청심환, 호랑이 파스를 판다.
매상을 별로 못 올려줘서인지, 아니면 돌아올 날은 가까운데 선물을 장만 못해서인지 의외로 매상이 짭짤하다.
막내이모가 도우미 노릇을 아주 잘 하고 계시다.

 
2시간 쯤 가서 쉰 휴게소에서

중간에 휴게소에 잠시 쉬고 장사에 도착.
이곳은 국제공항도 겸하나보다. 장가계 공항보다 훨씬 크다.
가이드와 헤어지고 공항 면세점을 둘러봐도 별로 볼게 없다.
오늘 저녁은 상해에 가서나 먹을테니 배가 고플것 같다.
뭘 사려고 해도 마땅히 살것도 없고 위안화가 없어 더 못사겠다....


장사공항에서

비행기를 탔는데 정시에 출발하네?
헌데 기내식도 주네?
정식 기내식은 아니고 도시락 정도의 수준이네?
배가 고파 그럭저럭 맛있게 먹었다.

상해에 도착.
헌데 여기도 또 비가 오네?
누군 너무 늦게 도착해 상해의 근사한 야경을 못 봤다는데 그래도 우린 9시쯤 도착해 야경을 볼 수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우리가 내린 곳은 홍교공항으로 국내선 전용이고 포동공항은 국제선 전용이라고 한다.
헌데 상해라 그런지 국내선 공항도 크고 사람을 패션이 확 달라졌다.
우리가 완죤히 쵼년이 되 버렸다.

세번째 가이드를 만났다.
버스를 타고 한국식당에 간다.
이곳은 회전 테이블이 아닌 진짜 한국식으로 불고기와 쌈을 준다.
기내식을 먹어 배는 덜 고픈데도 맛있게 먹었다.
오늘 일정이야 숙소에 들어가 자고 내일 구경하고 집으로 가는 마지막 밤이다.

상해는 서울과 비슷한 분위기다.
아파트, 빌딩이 많고 복잡하다.
당연히 이곳도 부동산투기가 굉장하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