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외.../2006년 일기장

육군 엄마 노릇하기

산무수리 2006. 11. 16. 15:08
'불면'- 강정(1971~ )


오래 전에 본 적 있는 그가 마침내 나를 점령한다

창가에서 마른 종잇장들이 찢어져

새하얀 분(粉)으로 흩어진다

몸이 기억하는 당신의 살냄새는 이름 없이 시선을 끌어당기는 여린 꽃잎을 닮았다

낮에 본 자전거 바퀴살이 허공에서 별들을 탄주하고

잠든 고양이의 꼬리에선 부지불식 이야기가 튕겨져나온다

내 몸을 껴입은 그가 밤이 가라앉는 속도에 맞춰

거대한 산처럼 자라나 풍경을 지운다

천체를 머리맡에 옮겨다놓는 이 풍성한 은닉 속엔

한 점의 자애도 없다 온통 가시뿐인 은하의 속절없는 일침뿐이다

불면으로 우주와 한 몸이 된 자 축복 아닌가? 그렇지 않은가 보다. 예술가여. 유배지의 추위여. 천체를 머리띠로 두르고 정신의 광화문 네거리에서 투쟁하는 자여. 넘어진 자전거마저 우주를 탄주하니 장엄하다. 자애를 맛보기는 힘든 불면의 예술가에게 경배를. <장석남.시인>





후미언니, 은구슬과 사진전을 보러 가려 했는데 낼 수능 보는 후미언니 아들이 갑자기 아파 약속이 취소 되었다. 오늘 락시도 노는 날이라 막간을 이용해 지붕개량을 하러 갔다.
머리 자르고 파마 하고...
늘 똑같은 헤어 스타일인데 지가 해 놓고 이쁘단다.
잘 어울리면 예쁜거 아니냐고...

집에 가니 아들 옷이 와 있다.
옷과 함께 연대장 편지와 아들이 쓴 편지.
접어서 옷 속에 넣은것 같은데 잘 펴서 봉투에 함께 담겨져 왔다.

밥은 생각보다 맛이 있고 하루 세끼를 먹으니 이상하단다.
군복 입은 모습이 너무 웃긴단다. 아무튼 대부분 자기보다 어리고 재미나게 지내고 있고 시간도 잘 간단다.
지 카드에 운전이라고 씌어져 왔단다. 그래서 경력 2년이라고 적었단다.
가끔 아빠 술 마실때 차 몬것도 경력에 들어가나?
내일 수능보는 덕운이 한테 격려 전화를 해 달라고 전화번호도 함께 적어 보냈다.

헌데 뒷장의 한마디 때문에 웃었다.
'연대장께 꼭 부탁해~'
아직 정신 못 차렸다.
민간인에서 군인이 되는 길이 쉽지는 않은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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