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 신덕룡(1956~ )
폭설이다. 하루 종일
눈이 내려 집으로 가는 길이 지워졌다.
눈을 감아도 환한 저 길 끝
아랫목에서 굽은 허리를 지지실 어머니
뒤척일 때마다 풀풀, 시름이 날릴 테지만
어둑해질 무렵이면 그림자처럼 일어나
홀로 팥죽을 끓이실 게다.
숭얼숭얼 죽 끓는 소리
긴 겨울밤들을 건너가는 주문이리라.
너무 낮고 아득해서
내 얇은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눈그늘처럼 흐릿해서 들여다볼 수 없다.
밤이 제일 길다는 동지입니다. 새알심이 들어간 팥죽을 먹어야 잡귀가 물러난다지요? 숭얼숭얼 끓었던 갓 쑨 동지 팥죽 한 대접을 들고 나와 눈 쌓인 마당 곳곳에 놓아가며 식혀 먹었지요. 눈 속에서 먹는 팥죽은 더더더 붉고 달았지요. 애동지에는 팥시루떡을 해먹는다지요? 오늘이 바로 애동지입니다. 어머니는 홀로 흐릿하게 팥시루떡을 쪄놓고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 <정끝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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