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외.../2006년 일기장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산무수리 2006. 10. 27. 09:06
'가을 저녁의 시'- 김춘수(1922~2004)


누가 죽어 가나 보다

차마 다 감을 수 없는 눈

반만 뜬 채

이 저녁

누가 죽어 가는가 보다.



살을 저미는 이 세상 외롬 속에서

물같이 흘러간 그 나날 속에서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

애터지게 부르면서 살아온

그 누가 죽어 가는가 보다.



풀과 나무 그리고 산과 언덕

오 누리 위에 스며 번진

가을의 저 슬픈 눈을 보아라.



정녕코 오늘 저녁은

비길 수 없이 정한 목숨이 하나

어디로 물같이 흘러가 버리는가 보다.

신문지 맥없이 내려놓고 앉아 있으니 어깨를 툭 치는 감나무 잎. '이봐, 소식은 신문에만 있지 않지!' 새로운 소식이 배달된 셈이다. 가을은 죽음을 보여주는 계절. 비길 수 없이 정한 목숨을 생각해 본다. 감나무 잎 따라서 한 번 더 낮아진다. <장석남.시인>


Air. How does it make you feel



















친구 덕에 몇번 시사회를 갔었다. 이번엔 딸이 시험이라며 이 영화 보고싶은데 시사회 함 알아보란다. 혹시나 해 인터넷에 들어가 신청을 했는데 당첨이 되었다.
헌데 친구도 딸이 또 신청을 해서 딸과 본단다. 날 보고는 다른 사람과 보라고 한다.
ㅂ에게 했더니 약속이 있단다. 또 다른 ㅂ은 저녁엔 눈이 아파 저녁 스케줄은 잡지 않는다고 하고 동생은 그날 연습도 있고 시부님 제사까지 있어 젤로 바쁜 날이란다.
막상 산에 다닌 멤버들은 함께 영화 같은걸 본 적이 없는지라 영화를 좋아하는지 아닌지 몰라 같이 가자고 하기도 그랬다.
당일날 대학동창 친구가 같이 간다고 하더니 아무래도 못갈것 같단다. 혼자 가도 상관없다 안심을 시켰다. 4시 쫀누나 전화. 오늘 저녁 약속이 취소되었다며 올 수  있단다. 덕분에 표를 썩히지 않아도 되었다.
표 1장 때문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막상 이런 일이 있으면 난 불러낼 사람이 몇명이나 되고 내가 불러내면 흔쾌히 나올 사람은 과연 몇명이나 될까? 그렇다고 아무하고나 같이 가고 싶지는 않았다.

7시까지 가면 된다고 해 운동을 하고 롯데 지하에 들려 냉면을 먹고 롯데 애비뉴라는 극장을 겨우겨우 찾아갔다. 명동에 갈 일이 거의 없는지라 정말이지 방향감각이 없어진다.
극장을 겨우 찾아 갔더니 친구의 전화. 딸네미가 내 표까지 받아 놨으니 놀다 시작시간에 맞춰 오란다.
예전 미도파였던 건물이 롯데 영플라자가 되어 있었다. 한바퀴 둘러보는데 청춘듯 옷이라 감히 입어볼 엄두도 내지 못하겠다. 괜히 돌아다니다 실내복 한벌 싼맛에 사고 극장에 갔다.
역시나 쫀누나도 차 대고 극장 찾는데 엄청 버벅댔단다. 그녀나 나나 나이 먹어 익숙하지 않은 장소에 가면 힘들어 하는 나이가 된것 같다. 그래서 놀던 동네에서만 놀고, 살던 동네 절대로 떠나고 싶어 하지 않고, 늘 같이 놀던 친구하고만 놀고 싶은가보다.

영화는 일단 눈요기가 된다.
입을 일도 없고 입을 엄두도 나지도 않고 입을 기회도 없을 옷들이 정말이지 수십벌 등장하고 영화 속 배우들이 입고 나온다. 아무리 이런 옷에 취미가 없다지만 그래도 보는건 즐겁다.
런웨이 편집장인 메릴 스트립. 메디슨 카운터의 다리의 수수한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르다. 그 나이에(몇살이지? 57세란다. 놀랍다) 이렇게 우아할 수 있다는게 좋아보였다. 헌데도 가까이 비출때의 눈가의 잔주름은 좀 슬펐다.
그 잘난 커리어 우먼도 쌍동이 딸 앞에서는 약하디 약한 모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남편과의 갈등도 어느 평범한 부업주부와 별로 다를것도 없다.

새로 이 회사에 편집장 2번째 비서가 된 앤 해서웨이.
프린세스 다이어리 등에서 공주로 환골탈태 하는 배역이 단골인가보다.
작가가 꿈이었지만 아쉬운대로 이 회사에 들어와 그야말로 시다바리를 해 가면서 살아남는 방법을 배우고 덤으로 일류 패션감각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 영화에서는 나이젤로 나오는 스탠리 투치 (Stanley Tucci) 라는 캐릭터가 은근히 멋지다.
또한 앤드리아의 애인으로 나오는 네이트(메신저가 생각난다)는 평범한 보조 요리사. 이 영화에서 제일 안 어우리는 캐릭터다. 주인공의 수수한 캐릭터를 살리기 위한 보조도구 정도로 출연하는것 같다.
스타벅스에서 제작비를 일부 댔는지 미란다가 스타벅스 커피 매니아란다. 출근하면서 테이크 아웃하는 간접광고가 아닌 노골적인 장면이 너무 많았다.

서로 배신하고 배신 때리고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 되고...
결론은 뻔해서 어려움을 딛고 살아 남았지만 한발짝 도약을 하려는 순간에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앤드리아.
그런 앤드리아에게 결정적 추천서를 써 준 미란다. 그녀가 한 유일한 인간적인(!) 행동이다.
정말이지 너무나 영화적이고 작위적이다.

영화음악이 마돈나 곡이 많이 나온다는데 영화 한장면마다 나오는 명품을 눈요기 하는데 신경을 너무 썼나보다. 음악은 들리지 않았다.
영화, 보시라~~
남자들은 재미 없을것 같다. 녀자들끼리 보는게 좋을듯.
실제의 메릴 스트립은 발의 문제로 명품 구두를 못 신는다던가?
명품 신발은 발이 편한지 알았더니 아닌가?
그 높은 구두를 신고 또각거리며 걷고 달리는 모습은 정말 마라톤보다 더 대단해 보인던데?

그나저나 무수리는 뭘 입지?
등산복? 말톤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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